2020년 여름 123호 - 장애인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싶다 장애인 인권 강의 후기 / 김탄진
장애인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싶다
장애인 인권 강의 후기
김탄진
저는 실생활에서의 경험과 복지학과에서 배운 이론을 배합하여
수강생에게 감동적인 장애인 평등인식을 심어주는 강사 김탄진이라고 합니다.
제가 ‘장애인 평등 인식’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긴장감을 주는 면접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전국을 누비며 바쁘게 강의를 다닌 지 1년 반 이상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장애인 인식’ 교육을 많이 해왔습니다. 이건 주로 서울이나 그 주변 학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회생활을 하며 직장일을 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강의에 임하여 왔었습니다.
강의를 하며 제일 보람을 느끼고 재미있었던 것은 내 자신이 격렬하게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준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 그것도 성인을 설득, 감명시키고 있다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외향적 성격도 있고 해서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지방을 누비고 다닌 것이 아주 재미 있었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홍성, 철원 등을 찍고 다니는 인생은 힘들기는 해도 아주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성공적이라 느끼는 강의도 있었고, 피드백이 신통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 강의도 있었지만 제가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는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의외로 제가 많이 받는 개인적 질문은 저의 결혼 여부에 대한 질문이었 습니다. 아마 보기에도 아주 중증인 저의 결혼 생활이 상상이 잘 안 되었던 모양입니다.
두 번째는 저의 강의에 상상을 초월한 감명을 받고 제 손을 잡아도 되느냐며, 저와 악수를 하겠다고 어르신들께서 줄을 섰던 일이었습니다. 제 가 뭐 아이돌이라도 된 기분이 되었습니다. 저는 트롯트도 잘 부르지도 못 하는데...... 제가 손잡아본 분들의 숫자는 셀 수가 없어 몇 명인지 짐작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두가지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짧게는 20 여년 이상, 길게는 수십년간 사회 생활을 한 성인이 장애인, 특히 저 같은 중증장애인과 접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차별에 대해 우리는 많이 얘기하고 사회적 현상에 대해 많이 얘기 하지만 정확히 말해 차별이 아니라 아예 인식도 못하고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좁은 인도에서 누가 짐을 쌓고 내려놓는 하차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작업하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도보로 지나가거나 혹은 자전거로 지나가는 사람을 고려해서 짐을 내려놓지만 차마, 아니 아예 전동휠체어 가 지나가는 공간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차별당할 정도의 관심도 못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우리 장애인들은 활발한 사회 활동과 바깥 활동을 통해 비장애인들의 눈에도 많이 띄어서, 같이 살고 있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비장애인 인식에 무의식적으로도 인식되도록 할 필요가 우선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대한민국 전국을 누리며 강의를 나가 보았지만, 물론 저의 강의에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이 장애인에 대해 틀린 인식을 개선하고 함께할 준비를 할 사람들이 오는 것도 있지만, 저의 강의를 들은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 차별적인 자세와 거리가 멀고 함께 할 사람들이 라는 인식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장애인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해 주고 직접 부딪치며, 물론 그 과정에서 어긋남과 교정 작업이 있겠지만, 마지막으로는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 모든 장애인 비장애인이 행복하게 힘을 합쳐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괴물이 온 세상을 덮치는 바람에 제대로 강의를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코로나에는 장애인 비장애인, 부자, 가난한 자의 차별이 없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다시 강의 하는 세상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