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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5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조용한 장애인인권 행진을 하다
by 노들야학 경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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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경북지역에서 장애아이 부모님들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당사자가 노들야학에 와서 함께 공부하고, 마침 종로구청 앞에서 예정돼 있던 투쟁과 서울시장실 견학을 함께하게 되었다. 노들야학에서 함께 장애인운동사에 대하여 공부하고, 노들야학이 있는 대학로에서 저상버스를 타고 종로구청으로 이동했다.

경북에서 온 어머니들은 저상버스를 탄 것에 신기해했고, 서울 시민들의 태도에 무척 고무되어서 내게 말을 전해왔다.

“대표님, 서울 사람들은 너무 신기한데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길거리를 지나가도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것이 신기한데예. ^^”

경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휠체어 탄 장애인이 지나가면 오만 사람들이 다 쳐다보며 다양한 시선을 보낸다고 한다. 주로 대부분은 불쌍한 시선을 보내며 무척 이상하게 쳐다본다는 것이다.

그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감정이 드러나는일이라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느끼며 공감한다. 장애를 입고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 시선 때문에 다시 방구석에 처박혀 나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코 박고 ‘내 탓이요, 내 탓이요’ 했던 악몽이 살아있다. 그 시선은 내 온몸을 타고 기어 다니는 지렁이와 같았다.

그러나 변했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가 변했고,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태도도 변했다. 경북에 사는 장애인 부모님들과 장애인 당사자의 말에 기반하면 적어도 서울은 변한 것 같다.

4월20일, 대한민국 정부는 ‘장애인의 날’이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 호명하며 13년을 투쟁하고 있다.

‘시혜와 동정’에 기반하여 그날 하루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온갖 생일맞이 느낌의 기념행사에, 권력자들의 ‘장애인을 위하여!’를 외치는 축하말씀을 들으면서 지내는 35년의 세월보다 적어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거리를 점거하고 투쟁했던 역사가 세상을 더욱 많이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투쟁으로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지고, 저상버스가 다니고, 장애인콜택시가 도입되고 활동보조서비스가 생겨났다. 이와 함께 우리는 장애인복지예산이 늘어나는 물적 토대의 변화를 경험하고 또한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근본적 변화는 바로 강하고, 빠르고, 힘센 사람들만 살아남는 그 속도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이 변화 속에는 ‘손상을 입어 이상하게 보이는, 장애인의 몸에 기어 다니는 지렁이와 같던 시선’ 의 자그마한 변화도 포함돼 있다.


2015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19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200여명의 중증장애인들이 모여서 비가 오는 가운데 1박2일 투쟁을 결의하고 행사를 했다.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당일에는 오전 7시부터 종로 보신각으로 향하는 일렬 행진을 시작했다.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중심부에서 월요일 출근시간에 일렬로 행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것이었다.

경찰들은 월요일 출근길 차량을 막는다고 난리를 치고, 길이 막힌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며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깨운다. 누군가는 그것을 불법, 시민 불편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행동을 이해 못 하겠다 한다.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식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는 조선을 부르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불이 땅은 장애인의 문제에 대해서 조용했다. 장애인들이 심각한 차별의 삶을 살아가며 나타난 문제에 대하여 너무나 시혜적이고 임시적인 구호와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이 나라가 장애인의 인권에 대하여 너무나 ‘조용하다’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의 일렬 행진은 월요일 출근길 시민에게 교통대란을 일으켰다. 조용한 행진이 아니라 너무나 짜증나고 혼란스런 행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비폭력적인 평화로운 저항의 행진이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교통대란이 아니라 세상의 속도를 막는 것이었다. 장애인을 배제하고, 거부하고, 제외하고, 분리하고 그들끼리만 가버리는 세상의 속도를 막는 것이다.

출근길 교통대란을 일으킨 중증장애인에 대한 손가락질의 수와 길이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이 사회와 권력의 무책임과 잘못된 방향에 대한 저항이 깊고 폭넓어질 것이다. 그래야 수용시설에서, 집구석에서 자신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채 너무나 조용히 죽어가는 중증장애인의 삶이 지역사회에서 하나씩 하나씩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삶을 방치하고 가버리는 사회와 권력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알아야 한다. 결코 시혜와 동정의 문제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엄중한 인권과 책임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까지 ‘조용한 장애인인권의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어디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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