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0 01:37
2015 봄여름 104호 -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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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
중증장애인들의 학교생활과 야외생활을 담아 2013년에 <노란들판의 꿈> 사진전을 열었다. 지난 전시가 장애인들의 피상적인 기록이었다면 장애인들의 ‘삶’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해 장애인들의 가정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휠체어를 타고 집안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밥은 어떻게 먹고 화장실은 어떤 구조인지, 샤워는 어떻게 하고 잠은 어떻게 자는지, 집에 있을 때는 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고민을 하며 사는지 궁금한 게 한 둘이 아니었다.
가재도구를 배경으로 포트레이트 촬영을 했다. 장애인들을 촬영하는데 첫 번째 원칙은 장애인 맘에 드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긴장하면 몸이 더 뒤틀리기 때문에 촬영하기 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눠야 하고 촬영 중에도 끊임없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떠들어대야 한다. 그래도 맘에 드는 사진이 안 나오면 세 번 네 번 집으로 찾아가야 했다.
손발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그들의 손발을 찍고 싶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많이 망설였다. 상처도 많고 뒤틀어진 손발을 찍으려고 하는 내 안의 ‘나쁜’ 심보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주었을 손발이다.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가치가 없는 게 아니고,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장애인들에게 오히려 더 절실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와 이성에 대한 욕망이 비장애인들과 다르지 않다. 차이는 그들도 인정하지만 그들의 삶을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차별은 다수자의 횡포이다. 그들도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아직 우리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따뜻해졌으면 한다. 내가 늘 그들 곁에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이유다.
2015. 4 윤 길 중
*노들 후원인인 윤길중 님은 올해 4월 14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민청에서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 사진전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