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겨울 103호-우리들의 러브~러브!
우리들의
러브 ~ 러브!
-문예판 수경
2014년 10월 30일 충무아트홀에서 상연된 「러브러브」는 장애여성 당사자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도 한, 그야말로 장애여성들의 목소리와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다. 사람들은 흔히 장애인을 무성의 존재로 취급하지만, 우리들도 당연히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임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진실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장애여성들에게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가족 내에서조차 이방인으로 취급되는 현실이다. 집안에 큰 행사가 있거나 가족들의 손님이 집을 방문했을 때, 부끄러운 존재로 여겨져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겨져야 하는 아픈 현실.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냉대가 가장 큰 고통임을 가족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나보다. 가족들이 와서 보고는, “이렇게 멋진 공연인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은 지인들과 왔을 텐데….”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전에는 늘 변두리 공연장이나 접근성이 어려운 좁은 장소에서만 공연을 해왔었는데, 충무아트홀이라는 번듯한 무대도 우리의 공연을 더 빛내주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이번 공연을 잘 치러내야만 앞으로 2년간 지원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책임감에, 서로 시간을 맞춰가며 휴일도 마다 않고 모여 연습을 했다. 그 때문에 담당 선생님들까지 주말에 출근을 해야 했지만, 우리들의 열성에 싫은 기색 없이 호응해주셨다. 결코 혼자서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서로를 다독이며 하나가 되고자 노력한 결과, 비로소 우리는 진심어린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이제는 그 어떤 무대와 관객 앞에도 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면 된다'라는 용기를 얻었다.
3년간 연극을 하면서 무대에 올린 모든 공연이 나에게는 소중하지만 이번 연극만큼 성과가 큰 작품은 처음이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단 한 번 1시간 30분의 공연으로 끝나야 했던 것은 아쉬운 마음이 크다. 우리는 더 소리쳐야 하는데,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하는데…. 2014년은 그렇게 벅찬 기쁨과 얼마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지나갔다. 2015년에는 어떤 무대로 사람들의 가슴에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할까?
♥ 난 지금 꿈꾼다. 올해에는 더 멋진 공연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