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가을 102호 - 꽃동네 가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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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가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노들야학 덕민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서울협회 회장,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그리고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총무를 했었고 현재는 회원 겸 노동당 당원입니다. 또한 2009년부터 3년간 노들장애인야학 총학생회장을 했습니다.
왜 제가 이 직위를 다 얘기하는지 모르지요? 제 자랑을 하고 싶어서요.
저는 음성꽃동네에서 6년 동안 생활 하다가 2004년 11월에 우여곡절 끝에 탈시설하여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때는 탈시설 용어조차도 낯설 때지요. 자랑도 자랑이지만 저는 탈시설해서 나름대로 자립생활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먼저 이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언론과 인터넷을 보니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전 세계 가톨릭의 지도자이며, 모두에게 존경받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답니다. 물론 나라의 경사라 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축복이기도 하고요. 제가 아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진보적인 발언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돌발 행동을 보여주어 연일 이슈지요.
그런데 그렇게 존경받는 교황님이 방한 일정 중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사회복지시설, 아니 제일 큰 수용시설인 꽃동네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꽃동네는 폐쇄적이고 모든 인권이 유린당하는 곳이고 또한 오웅진 신부 개인의 부정축재 의혹이 있는 곳인데 이런 곳을 방문한다는 게 이게 말이 되나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가톨릭, 개신교, 불교 등등을 모두 통틀어 종교라고 하지요, 보통 종교를 앞세워서 하는 말이 자유, 평등, 인권, 박애, 사랑 등등이지요. 반면 꽃동네에서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아니 그럼 꽃동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분들은 다 거지입니까? 아니잖아요. 개인마다 인권이 있고, 자유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꽃동네는 지역사회 복귀라는 탈시설화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서울시는 최근 5개년 계획으로 시설장애인 600명이 시설이 아닌 공동생활가정 또는 체험홈 등 지역사회로 나오게 하는 계획을 발표 했습니다. 하루하루가 과거로부터 변화하는 이 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꽃동네를 방문한답니다. 다 좋은데 꽃동네가 뭐하는 데입니까?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수용시설이고 음성에만 3000명이 넘는 분들이 자의 반 타의 반 꽃동네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70년대 후반부터 2014년까지 거의 40여 년 동안 오웅진 신부가 문어발식으로 시설을 확장했고 우리나라도 모자라서 꽃동네라는 이름으로 미국, 우간다, 필리핀 등 6개국에 수용시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꽃동네가 발전하기
시작한 계기가 군부독재정권인 전두환이 꽃동네를 방문하고서부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5공군사정권에 이어 6공,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까지 역대 정부에서 비호를 받은 듯합니다.
정권의 비호 없이는 꽃동네가 이렇게 커질 수는 없습니다. 오웅진 신부는 10년 동안 국고보조금 횡령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가 있고 부동산실명제 위반, 업무상 횡령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올 2월에는 음성군 시민단체들이 항소중에 있답니다. 또한 과거에는 투표할 때 표를 한 사람에게 밀어주는 부정선거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사실들만 대충 봐도 오웅진 신부의 인격과 자격이 증명되는 그런 곳입니다.
최근 꽃동네에서 탈시설한 지인이 하는 말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합니다. 한 방에 최소 8명에서 최대 12명까지 몰아넣고 직원은 줄지도 않고 늘지도 않고 똑같다고 합니다. 방문객들이 오면 신기하게 무슨 창경원에 원숭이 구경하듯 보고, 사생활도 보장되지 않고, 인권은 유린당하고,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없습니다. 참고로 10년 전 제가 중증뇌성마비장애인으로서 지역사회로 나가서 자립생활을 하려고 하니, 저보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 꽃동네에 가톨릭의 지도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허울 좋은 말로 치장한 수용시설인 꽃동네를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저는 하루빨리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진실을 바로 알고 꽃동네 방문을 취소했으면 합니다. 전 세계의 존경을 받는 가톨릭 지도자가 인권이 유린되는 대규모 장애인수용시설에 꼭 방문해야 합니까?
그것은 누구를 위해서인가요?
지금도 탈시설해 지역사회에 살고 싶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싶어 하는 장애인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 역시 탈시설해서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거주할 아파트도 있고, 평생 같이 할 배우자를 만나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마냥 행복한 일만 있는 게 아니지만, 수용시설에서 반복되는 생활 보다야 골백번이 났지요. 갈수록 탈시설한 장애인 후배들이 많이 보여서 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던 꽃동네가 얻어먹는 것을 넘어서 이제 도와주는 사람 위에 군림해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하고 있는 것이 꽃동네의 본질적 문제입니다.
다시 한 번 폐쇄적이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꽃동네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알고, 가톨릭의 지도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꽃동네 방문을 취소 하실 것을 간곡히 부탁합니다.
※ 이 글은 노들야학 배덕민 학생이 5월 22일 주한교황청대사관 인근 청운동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