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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야 같이 놀자]

2019년 아르코미술관 장애인 경사로를 구축하면서.....

 

윤천학 | 아르코미술관 시설운영 담당자

 

 

201957일에 나주에서 서울 아르코미술관 발령으로 정신없는 5월을 시작하며, 514일 예술위원회 본관에서 실시하는 성희롱, 반부패, 정보보안, 경역혁신, 사회적가치경영 등 집체교육을 받고 있는 도중에, “윤천학 차장님 한번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전달을 받고 교육을 받다 말고 나갔다. 그리고 우리 여직원의 말이 장애인 단체 박경석 대표님이라는 분이 왔다 가셨다고 하는데 아르코미술관 경사로에 대해서 평평하게 만들어달라. 예산이 없거나 못하겠다면, 우리가 쌔면을 바르겠다고 말씀하시고 가셨다고 한다. 한숨이 나왔지만, 박대표님께 전화드려 상황을 파악하고, 본부장님, 부장님께 보고를 드렸다. 며칠 후 노들의 아르코미술관 시멘트 바르기 퍼포먼스 계획 포스터가 SNS에서 발견되었다. 그래서 협력업체 몇 군데를 불러 경사로 개선 공사를 준비하였으나,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

 

첫째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준수와, 둘째는 김수근 건축작가의 대표작품이며, 서울시미래유산으로 등재된 아르코미술관 건물의 보존과 관련된 문제였다. 처음에는 정말 작은 문제라 생각했다. 법률이야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그에 맞게 공사하면 되고, 서울시미래유산이야 조금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수근 재단관계자, 장애인건축가, 건축진단 건축사 등을 모시고 자문회의를 하고 나서야 이거 정말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직감했다. 공사 견적을 요청한 업체들은 아르코미술관이 어떤 건물이고, 장애인편의증진법이 어떤 건지 대충 알고 있어서 하나같이 정문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설치를 권유 했다. “차장님 이 건물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리프트 설치가 비용 면에서나, 방법 면에서나 최선에 선택입니다라며 다들 한발씩 뒤로 뺏다. 그러나 이 방법은 내게 내키지 않았다.

 

아르코예술극장에서는 아르코미술관보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서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화강암으로 된 소포석 바닥을 불로 지져서 일부를 평평하게 만들어 보고, 노들 단체 관계자분들께 점검을 받아 봤는데, 못 올라간다고 하였다. 아르코예술극장 관계자들과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휠체어로 실험을 해보았다. 얼마나 힘들어서 못 올라간다고 하나! 그런데, 우리직원 성인남자가 아무리 힘들 주어도 50cm가는 것도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우리 아르코예술극장, 아르코미술관 담당자들은 이 실험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반성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힘든 벽 같은 것이었구나 하고 정말 많이 반성했다.

 

이에 아르코미술관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 보려 노력했다. 실질적인 장애인 편의 증진과 김수근 작가 대표작품 보존이라는 상충되는 현시점에서 아키엑스 김의수 전문건축사님께 도움을 요청 드렸고, 이분 또한 장애를 가지고 계셔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셨다. 많은 논의 끝에, 현재의 기존경사로와 마로니에 공원 일부를 점유하여 구축하는 방안으로 설계를 해주셨고, 3가지 조감도를 가지고 종로구청을 찾았다.

 

같은 공공기관이라 할지라도, 종로구청은 행정관청이고, 우리가 추진하는 경사로 구축 방안은 종로구청의 허가 사항이었다. 사회복지과와 공원녹지과를 수차례 드나들며, 설득하였으나, 담당자들은 구청공원을 이러한 식으로 공원 점유허가를 내어준 적이 없어 난색을 표했고,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르코미술관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협조 요청하였다. 바로 종로구청장 면담요청이라는 좀 더 쎈 강수를 두었고, 거의 한 달만에 최종 시안을 들고 구청장님을 만났다.

 

구청장님께서는 시안을 한번 보시더니, “난 이렇게 하는 것은 반댈세라고 하실 때에는 머리가 허해졌다. 지난 몇 달 동안의 고생이 물거품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니 장애인 경사로 구축에 대해서 반대가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간 안에 대해서 일부 수정을 요구하시는 것이었다. 조금 힘이 들더라도 그렇게 수정하여, 최종안을 구청 공원녹지과로부터 허가 받았다. 공원녹지과에서는 점용료도 당초 연간 몇백만원씩 부과되어야만 했던 것을 공익 목적의 요금감면 조항을 찾아내어 면제해주어 설치 방안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어 갔다.

 

당초 예술가의집 방수공사에 사용하려던 예산과 미술관 노후 보수공사 비용을 합하여 공사비를 마련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비도 오고, 날씨도 추워지고 해서 빠른 공사를 시작해야만 했다. 장애인 경사로 구축을 위한 공사펜스 설치하고 공사를 시작하고 나니, 아르코미술관 전시팀과 교육팀에서 난리가 났다. 공사펜스로 인하여 미술관이 휴관인 줄 알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관객들이 줄었으며, 아이들의 교육공간 앞문까지 공사펜스 설치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담당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계속해서 공사를 강행했다.

 

당초 계획에 없던 공사를 어렵게 구축하는 것이고, 노들 대표님과도 2019년 안에 구축하겠다고 약속도 하여 추워져서 공사를 못하기 이전에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날씨는 일찍 추워졌으나 그래도 공사 강행을 요청 드렸다. 일정을 계속 체크하며, 비가 와도 할 수 있는 부분은 진행했다. 추워지면 공사용 난로를 피워놓고 공사했다. 정말 일하시는 분들의 고생이 많았다. 정말 내가 드린 금액으로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한 달간의 공사는 마무리 되어 공사는 완료 되었고, 이후에 종로구청의 요청으로 법적요건을 맞추기 위한 추가 공사가 있었다. 5월 무더위가 시작하는 시점에서부터 추워진 12월까지 우리 집 앞에 경사로 하나 설치하는 것이었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여정이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공사명 : 2019년 아르코미술관 장애인 경사로 구축 공사이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반성하게 했고, 많은 것을 배우고, 협의하고 설득하고 나에게는 정말 기억에 남을 일이 되었다. 이 일을 큰 탈 없이 마무리 짓게 도와주신 아키엑스 김의수 건축사님, 종로구청장님, 공원녹지과 사회복지과 팀장님과 주무관님, 제타소시어트 건축업체 대표 김일동 사장님 및 공사관계자분들, 합리적인 방안에 많은 도움을 주신, 자문회의 위원님들, 김수근재단 관계자 분들, 노들 박경석 대표님 및 한명희 상근활동가님, 지금은 퇴직하신 아르코미술관운영부 정해영 부장님께 감사드리며, 2020년에도 실질적인 아르코미술관 전시장 접근이 가능하도록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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