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112호 - '성(性), 마이웨이' 탈시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성(性), 마이웨이' 탈시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박온슬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우연히 맺은 인연으로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자립주택 코디로서 활동한 지 어느덧 11개월이 되어갑니다. 곧 일 년이 되지요. ^^ 자립주택 입주자들과 아웅다웅하며 지낸 시간들은 나에게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었지만 예기치 못한 도전과 고민들도 안겨주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성(性)에 관한 것이었지요.^^ 자립주택 언니(?)들과 연애와 결혼에 대한 관심과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전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절실함 속에서 주변의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탈시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성(性),마이웨이’를 열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자연스럽다는 말은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입니다.) 성(性)에 관한 호기심과 욕구를 해결해 가지만 장애인들이 그런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아니 썸을 타게 되면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방법이나 데이트를 하게 되더라도 파트너에게 지켜야 할 예절에도 서툽니다. 또한 소위 본능이라는 부분에 충실하다 보니 성에 대한 잘못된 표출이 오해를 살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에 탈시설 발달장애인 을 위한 성교육 ‘성(性),마이웨이’에서는 10회에 걸쳐 성(性)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교육 내용을 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성(性)에 대한 팩트를 조금도 주저함 없이, 강의를 듣는 나도 당황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전해주었습니다. 성 교육에 참석한 발달장애인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 건 물론이구요. ^^
‘남녀 신체의 차이점’, ‘아기가 생기는 과정과 출산’, ‘피임을 해야 하는 이유와 피임 방법’, ‘콘돔 사용 방법’, ‘데이트 방법과 데이트를 할 때 지켜야 하는 예절’, ‘성폭행 예방법과 대처법’ 등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알고 있어야 하는 이론을 알려주고 실습(?)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 회, 한 회 수업을 진행하면서 점차 알게 된 사실은 교육에 참여한 성인 발달장애인들 이 생각보다 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중에는 교육 강사의 의도대로 대답한 경우도 있었지만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활발한 의견 교환과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통해서(교육에 참석한 발달장애인들이 강사의 질문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답해주었습니다.) 발달장애인 역시 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계속적인 대화를 통해 잘못 인지된 성에 대한 지식을 바로 알려주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탈시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성(性),마이웨이’에서는 성에 대한 이론과 실습뿐만 아니라 교육에 참가한 발달장애인들에게 ‘감정의 표현 방법과 상대방의 감정 이해하기’, ‘사적인 장소와 시간의 중요성’ 그리고 ‘데이트를 할 때 파트너에게 본인의 생각을 분명히 말하기’, ‘성폭력이란 무엇이며 어떤 경우가 성폭행인지 그리고 원치 않는 일을 겪었을 때도 와줄 사람이 있는지 만약 없다면 주위의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을 정해놓을 것’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교육도 했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실천할 사항에 대해 약속을 받고 인지했는지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앞서 성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또 하나의 목적이 있다면 막 연애를 시작한 혈기왕성(?)한 자립주택 발달장애인 입주자를 타깃(?)으로 한 –본의 아니게 판이 커버렸지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그래서 프로그램을 시작한 나의 마음 밑바탕에는 걱정과 불안함이 내재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을 거듭하면서 교육에 참가한 발달장애인들과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그리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교육에 참여한 발달장애인들은 본인들의 성적 주체권을 갖기 위한 길을 이미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단 본인들의 성에 대한 주체권을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나눌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이 필요할 뿐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교육에 참여하면서 나 또한 성에 대해서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잘못된 인식과 생각들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에 참여한 발달장애인들과 같이 성(性)에 대한 길, 즉 마이웨이를 찾아갈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발달장애인에게는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므로 발달장애인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가족, 활동보조인, 친구 등)의 역할도 무척 중요합니다.
끝으로 탈시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성(性),마이웨이’를 시작한 목적대로 10회에 걸쳐 진행된 성교육이 발달장애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성(性)을 누리며 사는데 그리고 더 나아가 자립에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