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111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노들바람을 여는 창
어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에게 큰 힘을 행사합니다. 장애인운동을 만나고 ‘갇힌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로 내 안에는 무언가가 묵직하게 똬리를 틀고 앉아 있습니다. 얼마 전, 처음으로 정신장애인 요양시설에 가보았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이 모여서 지내는 곳은 어떤 모양새일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습니다. 경기도 어느 산 아래 한적한 마을,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가 보니 커다란 건물 두 동이 있었습니다. 건물 앞에는 펜스가 둘러쳐진 운동장이 있었고,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 지어 운동장을 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건물 한 동은 정신병원, 한 동은 정신요양원이었는데요.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한평생 손쉽게 가두어 둘 수도 있겠다 하는 불길한 의심이 들었습니다. 정신요양원 한 건물 안에서 지내는 사람은 300명에 가까웠습니다. 세 개 층에 나뉘어져 하루 세 번 밥을 먹고, 약을 먹고, 운동장을 돌면서 내일을 맞는 삶들. 운동장에 나가는 것이 자유이고, 외출인 삶들. “밖에 나가면 순경이 잡아가”, “집에 가고 싶어” 갇힌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소화되지 않은 채, 또 다시 똬리를 틀고 살기 시작합니다.
요즘 노들야학은 낮 시간이 무척 핫합니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 생활인들이 야학에 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설 비리와 인권 침해가 있었던 이 시설은 운영진이 바뀐 뒤로, 운영의 방향도 완전히 달라져 이제 생활인들의 탈시설을 고민하며 새로운 실천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실천의 한 지점에 노들이 있는 것인데요. 하루 세 시간의 수업을 이뤄내기 위해, 야학은 요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오래 갇혀 지낸 이 사람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해독하려 애쓰며, 걱정과 실수를 거듭하는 큰 배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덧) 인강원 분들이 노들 왔다 갔다 하는 거, 누가 영상으로 좀 찍어주면 좋겠다. 누군가의 말에 지난 7월 28일 세상을 떠난 박종필 감독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노들에 더없이 소중했던 박종필 감독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