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을 112호 - [동네 한 바퀴] 3분 거리 동네 친구, 어린이어깨동무
[동네 한 바퀴]
3분 거리 동네 친구,
어린이어깨동무
남과 북의 어린이가
어깨동무하는 세상을 꿈꾸며
김유미 | 노들야학 명함을 들고 다니며 세상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다 좋은데 이 친구들이 하자는 걸 해보느라 알 수 없게 바쁘다.
노들야학이 ‘대학로’ 생활을 시작한 지도 십년이 다 되어가네요. 2008년 새해 첫 평일에, 마로니에공원에서 천막을 치고 교육권 투쟁을 시작하고, 한겨울 팔십일을 공원에서 보낸 끝에 야학은 지금의 동숭동 유리빌딩 2층으로 이사했습니다. 대학로 금싸라기 땅 100평과 장애인야학이라는 이름 사이의 부조화를 헤쳐 나가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동네 맛집들을 섭렵해가던 즈음. 어쩌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날이면, 반가운 단체들의 간판을 만나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동네에서 좋은 일하는 사람들과 잘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마침, 노들의 이런 바람과 비슷한 마음을 품은 분이 동네에 있었습니다. 그 공간의 이름처럼 이것저것 잇는 것에 큰 뜻을 가진 '책방이음'의 조진석 지기님이었는데요. 이 분은 노들과 친구가 된 뒤로, 이음의 친구들을 노들에 데려와 모임을 작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네마달을 만나고, 동숭교회를 만나고, 어린이어깨동무를 만나고, 동숭교회를 만나고, 녹색교육센터를 만나고, 송석복지재단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사실 좀 어색했는데 만나고 또 만나다보니 낯선 얼굴도 익어지고... 어느 시점이 되었을 때 우리는 <씨네마로>라는 동네 다큐 상영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시네마달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였다는 사실과 함께 경영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이 마구 퍼지던 때였습니다. 시네마달을 응원하고 뭐라도 하면서 같이 있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3월에 <씨네마로> 첫 봄 상영회를 잘 치렀고 세 번째 가을과 겨울 사이 상영회도 진행 중입니다.
아... 이번 [동네 한 바퀴]에서 소개하는 곳은 어린이어깨동무입니다. 어린이어깨동무와 노들의 관계를 설명해보려 한 것인데, 옛 이야기로 서설이 길었습니다. [동네 한 바퀴]가 오랜만에 나오는 것이기도 해서 그랬습니다. 어깨동무는 노들야학에서 나와 솟대박물관을 향해 걷다가 오른쪽 길로 꺾어 다시 조금만 가다보면 오른편에 있는 서울대병원 의대 건물 안에 있습니다. 3분 안에 도착합니다. 동네 모임 덕분에 요새 한 달에 한두 번은 만나는 어린이어깨동무의 배문주 활동가에게 어린이어깨동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노들바람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어린이어깨동무 회원사업팀에서 4년째 활동하고 있는 배문주라고 합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사무국에서 닉네임을 사용해요. 저는 ‘유자’랍니다. 제가 유자차를 엄청 좋아하기도 하고, 또 ‘유유자적’의 줄임말이기도 해요.
어린이어깨동무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남과 북의 어린이가 어깨동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어린이평화단체입니다. 남과 북의 어린이가 몸과 마음으로 어깨동무할 수 있도록 대북지원, 평화교육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북쪽 어린이는 영양이 부족해 남녘 어린이보다 키가 더 작아요. 그래서 북쪽 어린이를 위해서는 병원을 짓거나, 콩우유(두유) 공장을 짓는 등 의료지원과 영양지원을 주로 하고 있어요.
북쪽과는 달리 남쪽 어린이를 위해서는 평화교육을 주로 진행하고 있어요. 마음의 키를 맞추는 활동들이죠. 북쪽에도 우리와 같기도 다르기도 한 ‘친구’가 있다고 알려주려고 해요. 초등학교를 방문해 평화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매년 여름에는 어린이 평화캠프도 열죠.
이 밖에도 매년 회원과 함께 하는 평화기행, 다양한 평화 이야기를 나누는 한반도 평화읽기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단체 활동 내용이,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요. 요즘 활동하기 어떠신지?
2006-60
2007-62
2008-55
...
2013-2
2014-1
2015-1
2016-2
이 숫자들은 그 해에 어깨동무가 북녘 어린이에게 마음을 전한 횟수입니다. 한 눈에, 마음에 쿵하고 와 닿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희망적이었어요. 정부가 바뀌고, 지난 정부 때는 계속 허가받지 못했던 대북접촉 승인도 받았고(대북지원을 위해서는 북쪽 사람을 만나야하는데, 그럴 때마다 접촉승인을 받아야한답니다.) ‘혹시 평양 방문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즐거운 상상도 했었어요. 그런데 당분간은 어렵겠죠.
남북관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대북지원에 대해 많이 공감해주시지 못하는 것이 힘들어요. 특히 대북지원 기사 등에 달린 댓글을 볼 때 마음이 많이 아프죠. 그 분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대북지원은 분리해서 생각해야하는데...’ 하는 생각도 들구요.
너무 오랫동안 남과 북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요즘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남과 북이 만났다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어린이들이 종편이나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나 뉴스를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좋지 않죠. 선입견이 생겨버리니까요.
그래도 꾸준히 마음을, 힘을 비축해두고 필요한 순간에 발휘하려고 회원들과 어깨동무가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을 하면서 재미있는 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NGO나 사회적 기업에 일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찾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평소 제 관심분야였던 어린이나 동물, 환경 NGO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결국 그 생각을 따라 어린이를 위한 NGO인 어린이어깨동무에서 활동하게 되었죠.
무엇보다 대학생 때 새터민 초등학생 교육봉사를 하며 한 아이가 친구에게 “우리 북한에서 배고파서 진짜 힘들었잖아.”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느꼈던 아픔이 다른 곳이 아닌 어린이어깨동무로 저를 이끌어준 것 같아요.
노들과 첫 만남은 언제였습니까?
노들을 만나게 된 건 대학로 이음책방 조진석 지기님을 통해서예요. 작년 어느 날 지기님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노들로 점심을 먹으러 간 것이 노들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지기님은 거의 대학로 단체 간 중매인이시죠^^)
그 때 뉴미쌤과 교장 선생님도 처음 뵀죠. 노들은 분위기가 따뜻했어요. 공간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노들 이름처럼 노랗더라구요.
참, 노들에서 먹었던 카레와 김치가 참 맛있었습니다! 흐흐흐
노들을 만나고 달라진 게 있는지요?
기억에 남는 일이나...
노들을 만나고 나서는 제가 보는 세상이 넓어졌어요. 부끄럽지만 장애인의 고속버스 탑승 문제나 선거 투표 장소 등은 그 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였거든요. 멀리서 단순하게만 바라보다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된 거죠.
기억에 남는 건 노들 후원주점이에요. 뉴미쌤이 후원주점에 초대하면서 살면서 가장 많은 장애인들과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나중에는 같이 갔던 일행이 떠나고 혼자 공연을 기다리며 앉아있었는데, 혼자 있는 기분이 아니었어요. ‘우린 다~같이 친구’ 이런 느낌이랄까? 재밌었어요.
노들과 어깨동무,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요?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
어떤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노들과 어깨동무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어떤 활동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찾다보면 무지 많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어깨동무와 노들, 우리 안의 소리를 따로 또 같이 더 궁리해봐야겠어요.
노들에 하고 싶은 말
노들 홈페이지를 보니 이런 말이 있던데요? ‘우리는 앞으로도 쉽지 않은 길을 갈 것입니다. 하지만, 가치로 남는 다는 것은 인생을 걸어볼만한 일입니다.’
어깨동무나 노들이나 꽃길만 걷진 못할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어깨에 힘을 빼고 한 발짝씩 걸어간다면 먼 길도 끝까지 갈 수 있겠지요.
노들, 지금까지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길을 나아가주세요! 어깨동무도 뒤에서, 옆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