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30 06:03
2014여름 101호 - 씩씩한 후원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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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장소를 노들야학과 센터가 있는 동숭동 1층 주차장으로 바꾼 것이 소위 대박을 쳤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의자와 테이블이 없어 손님을 받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년의 성공은 올해의 부담이 되었다. 작년 기준으로 수입예산을 이미 잡아버렸고(작년 수준의 돈을 벌지 못하면 적자가 나는 상황), 급식을 시작하며 매달 적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보다 두 배의 수익을 내야만 했다.
수년간 후원주점팀을 맡으면서 올해만큼 하고 싶지 않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 돈문제가 가장 큰데, 아무래도 다른 행사와는 다르게 후원주점은 사업의 성과가 엑셀 파일의 숫자로 쫙 정리되기 때문에 그 액수에 따라서 나에게 점수표가 매겨지는 것 같은 불편함이 있다. 아무도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에게 티켓 판매에 대한 독려 아닌 독촉을 해야할 때도 많고, 돈돈돈 돈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다보니 어떨 때에는 마치 보험회사 영업부장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우리
에겐 투쟁만큼 예산 또한 중요한 것을……
호프 준비는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그간 해온활동가들의 “감”이 있어서일까? 홍보, 티켓 판매, 안주 및 술의 양, 공간의 구성, 공연 등 뭐 하나 막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무언가 안일하게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도 가끔 들었지만 몰려드는 피로감에 금세 무시해 버렸다.
3월 2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5월 29일 마지막 회의까지 총 여섯 번의 회의를 거치고, 900명의 노들사람들에게 전화연락을 드렸으며, 452개 단체에 공문과 함께 티켓을 보내드렸다. 노들 150여명의 학생, 교사, 노들 다른 단위 활동가들이 쭈뼛거리며 수줍은 듯 지인들에게 티켓을 건넸다. 거짓말처럼 1억여원에 달하는 티켓이 거의 다 소진되었다. 이제 멋지게 행사를 치르는 일만 남은 것이다.
대망의 5월 31일 오전 9시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배달되면서 행사준비는 시작되었다. 자원활동가 분들이 60여 분이나 와주셔서 100개가 넘는 테이블 세팅이 5분 만에 완료되는 기적을 보여주셨다. 주방팀은 밑작업을 하고, 서빙팀은 빌지를 자르고, 테이블 번호를 붙였다. 주차장 밖에는 대형 현수막들로 분위기를 내었다. 오후 1시 정각 하자센터 분들의 남미풍의 신나는 길놀이로 시작된 후원주점은 홍은전 교사가 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의 북콘서트로 이어졌다. 여러 가지 공연이 어우러지고 여기저기 주문하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오늘 손님이 없어 망하지는 않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물론 행사진행이 원활하게만 될 리는 없었다. 주차장 아래에는 소극장이 있는데, 그곳 공연시간과 우리의 공연시간이 겹쳐버린 것이었다. 하자센터의 우렁찬 북소리에 깜짝 놀란 그들은 초면인 나에게 바로 ‘우리공연시간에 시끄럽게 하면 고소하겠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무척이나 급박했나 보다. 서로의 공연시간을 지켜주기로 약속한 이후에야 사태는 일단락되었다.물론 나중에 한 번의 멱살잡이와 욕지거리는 있었지만…… ^^;;;
일찍 찾아주신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주점의 하이라이트는 11시가 다 되어 시작된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이었다. 그의 수제자들과 함께한 파티는 가히 광란의 파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로 술에 취해 마구 춤을 추는 모습은 어찌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어찌 보면 부럽기도 하였다. 나는 정리하는 일을 핑계로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남의 차 뒷 창문이 깨지고 서로 멱살을 잡고, 노들에 실망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십수 명 나오긴 했지만 여차저차 행사는 끝이 났다.
사건 사고가 없는 행사는 노들야학의 행사로는 어울리지 않지 않는가?(난 처음에 내가 맡는 행사마다 왜 이런 사고들이 벌어지는지 억울하기도 하였으나생각해보면 평화롭고 좋은 평가만 나오는 행사는 21년 동안 없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복 많은 노들이, 좋은 사람들 덕분에, 올해도 무! 사! 히! 후원주점을 치러냈다는 것 아닐까?
마지막으로 꼬꼬마들도 엄마 아빠와 함께 후원주점에 올 수 있게 놀이방을 멋지게 꾸며준 지예, 10시간 넘게 한 자리에서 목청 터져라 ‘서빙이요~’를 외친 명희, 공연팀과 지하 소극장의 충돌을 중재하며 전전긍긍했을 준호, 일당백의 역할을 해주신 힐링자원봉사팀 박준길 샘, 당뇨라는 지병을 안고 술 상무 역할을 톡톡히 해주신 교장샘, 처음이라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열렬히 티켓을 팔고 조직해준 신임교사 가나와 호연 샘과 송우영 샘, 땀을 뻘뻘 흘리며 사진기를 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닌 승천, 학생들의 티켓 판매를 전담한 노들야학의 자랑스런 총무 혜진, 제일 어렵고 힘든 주방에서 하루를 꼬박 든든하게 버텨준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한 돈 관리와 후원물품을 판매 해 주신 진석형과 민희누나, 팀장 아닌 팀장 역할을 맡아서 제가 뒤에서 숨을 수 있도록 고생해주신 민구형, 복중태아와 함께 사무실에서 갖은 일들을 봐준 현정, 가장 눈에 띄는 분홍티셔츠를 입고 첫 후원주점을 열심히 꾸려준 선아 쌤, 세상의 어떤 후원주점에도 없는 멋진 메뉴판을 그려준 미술반 정민, 쉽지 않은 환경에서 고급한! 북콘서트를 만들어준 에피쿠로스 선생님들, 첫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책 내용을 전달해준 영란샘, 북콘서트의 주인공이면서도 하인처럼 일했던 은전, 콘센트 하나 있는 주차장에 전기를 대준 현역 출신 기술자 정구형,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신나는 음악의 세계를 알려준 하자센터, 수백 잔의 칵테일을 선사한 광호, 친척까지 모셔온 조직의 달인 명학형, 노들야학 행사 사회로 데뷔한 노랑사와 혜민, 서툰 솜씨지만 나름의 정성(?)을 다하셨던 지호, 승하, 경윤, 오랜만에 나타난 다음 학기 수업 우선예약교사 정우준, 예쁜 왕관을 쓰고 빌지 관리를 해 준 경영, 티켓과 현수막을 쿨하게 술 몇 잔으로 대신해주신 노란들판 공장 여러분들, 아픈 몸을 이끌고 열정적인 댄
스까지 선보인 은별, 모든 뒷정리를 묵묵히 해 주신정종훈 님, 그 밖에 제 기억력의 한계로 위에 언급되지는 않으신 분들과 늘 노들과 함께해 주시는 후원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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