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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 672일차,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2014년 420을 보냅니다



송국현 아저씨 장례위원 이야기                                  노들야학 명희



고 송국현 초상그림

오늘같이 바람이 불어올 때면 아빠 생각이 난다. 정확히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아버지는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 후로 단 한 번도 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빠가 잡은 기타 줄 위의 손톱과 가끔 잡았던 지팡이 아래에 닳은 고무, 아령을 하며 흥얼거리던 노래자락이 내 입속에도 흐른다.


충무로에서 달력을 만들던 달력쟁이 아빠. 조금 더 많은 기억을 남겨둘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떠났다. 이렇게 미풍이 불어 내 등을 밀어 줄 때면 일찍 떠난 당신들이 미안한 마음에 나를 격려해 주고 있노라고 생각한다. 이건 내가 좀 더 사랑하지 못한 당신에 대한 미안함과 덜 외롭게 살아가기 위한 내가 만든 동화 속 이야기의 시작이다.


노들야학에 온 것을 꼽으며 이제 다섯 손가락을 접을 수 있는 해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사람을 보낸다. 2014년에 온 국현아저씨는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이다. 글을 모르고 길을 모르고 걸을 줄 모르고 자립하여 사회에 나왔던 그의 주위는 보내야할 것보다 채워야할 게 많았다. 불이 나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넘어서지 못한 형은 침대 위에 그을린 채 발견 되었고 그 이후 중환자실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호흡기로 부여잡고 있었다.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형은 떠났다.


우리는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과 반포 보건복지부 장관 집을 각자의 삶의 공간보다 더 많이 오갔다. “왜 죽었데요? 이 사람. 당신들 여기 무슨 일인가요?” “활동보조 서비스라는, 정부에서 당연히 지원 받아야 할 제도를 장애등급 3급이라고 해서 받지 못 했거든요.


그래서 죽었거든요.” 이 말이 처음 마이크를 잡았던 장례 1일차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앞 추모제 때보고 송국현 분향소 다 덜 떨릴 수 있게끔 몇십 번을 반복했을 즈음에 복지부장관과 면담을 했다. 한 달이 넘는 많은 밤들이 지났고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은 어느덧 손님이 끊겼다. 그렇지만 이 공간은 여전히 국현아저씨를 함께 지키려는 자들이 남아있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 함께 떠나보내야 했던 몇백 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분향소가 시청광장에 세워졌고, 우리는 잊지 말아할 또 하나의 죽음인 국현형의 분향소를 국가인권위 앞에 차렸다. 그 공간은 슬픔에서 멀어지려 하지 말아야 함을 직면하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함께 살아야했고 그것을 지키지 못한 정농성장 9개 영정, 고 송국현 유골함부 당국은 사과해야 한다.


광화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에 생긴 9개의 영정. 국현아저씨는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사람이 아니다. 아직 함께할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살아있는 생에, 마지막으로 쓰는 편지는 어떤 마음이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사람이 죽었습니다” 올 한 해 가장 많이 한 말, 그리고 앞으로도 수없이 하게 될 이 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님, 박근혜 대통령님, 사람이 죽었습니다. 우리 함께 살 수는 없는 건가요? 당신들은 이 물음에 대체 뭐라고 대답하고 있는 건가요.






-----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관련 경과 보고  -----


1. 송국현 씨 상황 : 23년간의 시설생활에서 자립을 시작
- 53세. 남성. 뇌병변장애 5급, 언어장애 3급. 독거. 기초생활수급자.
- 1986년 사고로 장애. 1990년~2013년 장애인생활시설에서 거주.
- 2013년 10월 시설에서 퇴소하여 서울 성동구 자립생활 체험홈(탈시설인을 위한 임시 거주 공간)에서 거주하며 자립생활을 시작.
- 송국현 씨는 일상생활 대부분에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특히 생활시설에서 퇴소하여 생활환경에 큰 변화가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었음.
- 그러나 장애등급이 3급이라는 이유로 활동지원조차 받지 못하였음. 월 24시간의 가사간병서비스 이외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던 상황.


 2. 화재 사흘 전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긴급지원 거부 당함


3. 화재 사건 경위 : 불러도 대답 못 하고 열린 문으로 탈출 못 해도 3급
- 119가 와서 침실에 쓰러져있는 송국현 씨를 발견하고 구출하였으나 이미 전신 30%에 3도 화상을 입고, 얼굴과 가슴과 사지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음.


4. 국민연금공단의 공식적 사과를 촉구
-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센터장이 사과함. 대표단은 센터장의 사과를 공문으로 요구하며 아울러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면담과 공식 사과를 요구함. 국민연금공단은 이사장면담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상태.


5. 보건복지부 국장 면담을 통해 장관 공식 사과를 촉구
-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 및 공식 사과 요청에 대해 복지부가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음.
-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접 만나는 투쟁을 할 것임을 선포함.


6.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집 항의방문 투쟁
- 면담요청서 전달을 시도하였으나, 이 역시 경찰의 제지로 무산됨.


7. 송국현 동지 사망, 추모와 사죄촉구 투쟁 경과
- 2014. 4.17(목) 오전 6시 40분경 송국현 동지 끝내 사망.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빈소 마련. 밤 8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촛불추모제 진행.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동지 장례위원회> 구성, 조직.
- 2014. 4.18(금)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집 앞 ‘1인 시위’ 돌입. 밤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촛불추모제 진행.
- 2014. 4.19(토) 오후 2시 보신각에서 ‘추모결의대회’ 진행. 저녁 7시 마로니에공원에서 ‘추모문화제’ 진행.
- 2014. 4.20(일) 오전 10시 강남고속터미널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대회 진행. 대회 진행 후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집으로 행진하여 규탄 집회 진행.
- 2014. 4.22(화) 매일 밤 7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집 앞 사죄 촉구 촛불집회 돌입.
- 2014. 4.29(화) 국가인권위원회 앞 故 송국현 동지 분향소 설치.
- 2014. 4.30(수) 오후 2시 강남고속터미널 고속버스 타기 투쟁 진행 후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집으로 행진하여 규탄집회 및 노숙농성 진행.
- 2014. 5.1(목) 오전 10시 문형표 장관 집 앞에서 사죄 촉구 대회 진행 이후 노동절대회 참여.
- 2014. 5.8(목) 오전 10시 국회 경제사회정책포럼 주최 ‘송국현 씨 화재사망사건을 통해 본 장애등급제와 활동지원제도 토론회’ 진행. 오후 4시 “가만있지 않을 거야” 행동. 인권위 분향소->시청광장->광화문농성장->정부청사->청와대 행진 및 투쟁.


8. 보건복지부 장관면담 결과
- 5월 9일(금) 오후 3시 박경석 공동장례위원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과 보건복지부 문형표장관이 약 50분간 면담을 진행.
- 장애등급제로 인해 활동지원을 못 받고 사망한 송국현 씨의 억울한 희생에 대하여 공식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장관은 유감을 표명. 송국현 씨의 장애등급 심사와 판정과정에 대하여는 조사하기로 함.
- 활동지원 장애등급 제한에 대한 즉각 폐지를 요구하였으나, 장관은 당초 내년에 추진하려던 계획을 앞당겨 올해 내로 활동지원 신청 대상을 장애등급 3급까지 확대하고, 이후 장애등급을 적용하지 않도록 함.
-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던 활동지원 하루 24시간 보장에 대하여 장관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함.
- 탈시설 장애인 지원정책에 대하여 장관은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함.
- 장애등급제 폐지와 탈시설 정책, 장애인권리보장법 등의 논의에 장애인계를 배제하지 말라는 요구에 대하여 장관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답변함.


※답변을 공문으로 줄 것을 약속했으나 2014. 6.23 현재까지 공문 오고 있지 않음.



9. 장애등급제 ·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농성은 올해 8월 21일 2주년 맞이합니다. 그 이전으로도 이후로도 함께 살기 위한, 싸움을 계속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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