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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특집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 투쟁 참여하면서 느낀 점

  

 

 남대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동료지원팀 활동가

 

 

 

 

  올해도 돌아왔다.

  매년 4월 20일은 대한민국에서 지정한 장애인의 날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날을 기념한답시고 여러 장애인 단체를 초청하여 으리으리한 강당에서 세미나 혹은 축하 행사를 진행한다.

  입사 초기에는 이런 큰 행사에 우리도 초청되는구나, 나도 참여해보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행사장 건물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곤 했었다.

  2024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 건강이 좋지 않아 오전에 병원에 들렀다가 결의대회가 진행 중인 서울시청 동편에 도착하였다.

  결의대회는 한창 진행 중이었고, 늦게 도착한 나는 많은 인파 속에서 센터판 활동가들이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었다.

  저 멀리 익숙한 모습의 휠체어 활동가들이 눈에 들어왔고 가까이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런 결의대회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휠체어 활동가들의 열정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결의대회에 모인 동지들이 함께 외치는 마무리 투쟁 구호를 끝으로 오전 결의대회가 끝나게 되었고 크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내 마음도 뭔가가 꿈틀거리고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오전 결의대회가 끝나고 센터판은 삼삼오오 모여 나눠 받은 김밥을 먹으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역시 결의대회의 꽃은 식사 시간인 것 같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같이 고생하며 식사를 하니 서로가 더 끈끈해지는 기분이다.

  오후에는 본 대회가 시작됐는데 각종 퍼포먼스와 함께하는 결의대회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었다.

  이때부터 지방에 있는 연대 단체 동지들이 서울에 도착하여 자리를 지켜주었고 참여 인원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다.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동지들이 많이 모였고, 비장한 느낌도 들었다.

  이름과 소속은 모르지만 큰 대회 때마다 얼굴을 마주쳐서 그런지 반가운 분들도 있었다.

  결의대회를 진행하면서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를 막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도 있었고 나도 같이 동참하였다.

  어느덧 본 대회도 끝나게 되었고 우리는 시청에서부터 마로니에 공원까지 장애인권리투쟁을 위한 행진을 진행하였다.

  행진 중간중간에 사물놀이패와 함께 흥겨운 퍼포먼스도 즐기고, 일상의 재난과 죽음을 이야기하며 다 함께 바닥에 누워 눈을 감는 다이인 퍼포먼스도 진행하였다.

  나도 동지들과 함께 누워서 눈을 감았고, 다이인 종료 신호와 함께 눈을 뜨니 하늘이 참 맑아 보여 지금 우리 상황과는 참 다른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하니 2부 결의대회 진행을 위한 무대 준비가 한창이었고, 잠시 후 각종 정계인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나는 이런 큰 대회 때는 그래도 발언도 함께 해주는구나라고, 그거라도 어디냐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의대회는 계속 이어졌다.

  어느덧 각 연대 단체의 발언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결의대회가 끝이 나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저녁이 되니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밥차의 줄을 서는 내내 맛있는 냄새가 나서 배가 너무 고팠지만 이런 기다림도 1박 2일 투쟁만의 묘미라고 생각되었다.

  맛있는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난 후 문화제가 이어졌다.

  어깨꿈밴드의 멋진 공연과 다양한 동지들의 공연이 진행되었고, ‘열차 타는 사람들‘을 부르는 어떤 여성 동지의 노랫소리가 너무 멋있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2시간가량의 문화제가 막을 내렸고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420투쟁 참여를 위해 서울까지 와준 분들과 서울 동지들이 유리빌딩에서 잠을 자기 위해 이동하였다.

  인원이 너무 많아 유리빌딩에서는 모두를 수용하기 어려워 센터판은 근처에 있는 센터판 사무실로 이동하여 1박을 하기로 하였다,

  혜화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라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지하철역에서 실랑이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정이 있어 현장에서 1박을 할 수 없는 동지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여 귀가하려는데 경찰이 지하철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의대회, 문화제 모두 다 끝난 상황에서 복귀를 해야 하는데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막으니 큰 소란이 일어난 것이다.

  경찰은 폭력적인 제재 방법을 통하여 시민을 귀가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고, 센터판도 동참하여 길을 열어달라는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나가는 행인분들도 왜 길을 막냐고 하며 우리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었다.

  아쉽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센터판은 사무실로 복귀하였고 그렇게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 첫 번째 밤이 지나갔다.

  둘째 날 아침. 쌀쌀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일찍 일어난 센터판 식구들은 컵라면과 커피 등을 먹으며 각자의 컨디션을 챙겼고 아침 지하철 행동을 위해 한성대입구역으로 이동하였다.

  역시나 경찰은 한성대입구역으로 내려가는 길을 모두 막아버렸고,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계단까지 막아 많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길을 열어달라는 구호를 외치던 도중 센터판 서기현 소장님이 반대편으로 이동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경찰들이 길을 막기 시작하였다.

  보통은 빨간불일 때만 길을 막았었는데, 이번에는 파란불에도 길을 막기 시작하였다.

  서기현 소장님은 경찰들에게 파란불에 건너가겠다고 항의하였으나 경찰은 들어주지 않았다.

  서기현 소장님은 위험하니 비켜달라 요청을 하며 길을 건너려고 하였고 경찰은 방패로 막으며 비켜주지 않았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전동 휠체어 때문에 경찰이 다쳤다며 서기현 소장님을 연행하려고 하였고, 주변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길을 막으면서 연행하는 게 어딨냐며 항의를 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모두의 항의를 무시한 채 서기현 소장님을 연행해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떠나는 서기현 소장님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꼭 정식으로 항의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막혀있는 한성대입구를 뒤로한 채 혜화역으로 걸어갔다.

  혜화역에 도착하니 많은 동지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들 머리에 까치집 하나씩 매달고 모여있었다.

  역시나 지하철을 탈 수 없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막고 있었고 우리는 열차가 열릴 때마다 큰 소리로 우리 장애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외쳤다.

  참 힘들다. 요즘 더 몸이 좋지 않아 이런 일정은 정말 힘들다. 계속 주저앉아 있고 싶다. 그러나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게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왜 매번 우리는 이런 힘든 투쟁을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아직 내 마음속엔 내 모든 걸 다 바쳐서 이 운동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지금 같이 있는 동지들의 여러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좋아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모든 것에 다 진심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나에겐 이것이 나의 진심이다.

 

남대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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