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138호 - [노들아 안녕] 어제 교사회의에서 가져온 빵을 먹으면서 썼습니다 / 서린
노들아 안녕
어제 교사회의에서 가져온 빵을 먹으면서 썼습니다
서린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작년 4월 노들에 왔습니다. 빵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었습니다.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어려워서 딴짓을 많이 했습니다.
시간이 비는 참에 누군가가 책모임을 소개했고, 매주 장애학 책을 읽었고, 그렇게 반년이 좀 넘어가던 즈음에 노들을 알게 되었고, 노들을 기웃거리다가, 이번 학기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같이 노래를 부르게 된 린입니다.
노들에 오면 제가 잘 웃게 된다는 걸 최근 발견했습니다. 저보다 더 많이 웃는 분들 덕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편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타인에 의존하며, 관계적으로 살아간다는 말을 다시 떠올립니다. 서로에게 기대는 일을 미안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얽히는 곳.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공간이라고 느낍니다.
노들에 오고 몇 가지 생긴 변화가 있다면,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종종 오는 사진이나 문자가 좋아졌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계속 공을 주고받듯이 이어가는 대화가 재밌어졌습니다. 문턱이나 수동 출입문을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제 불편함, 고민, 생각을 나누는 일이 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운이 안 좋았다며 넘겼을 만남을 더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일이 제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답답했는데, 주관적이고 편협한 계획을 웃도는 집단적이고 인간적인 장면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집단적, 같이한다는 것의 의미를 노들만큼 잘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노들에 오는 것에서부터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을 하고, 산책하러 가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대부분은 함께 하는 일입니다. 같이 있으면 당연히 좋은 점도, 힘든 점도 있습니다. 저는 노들이 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 서로에 대한 이해에 기반을 둔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타인을 존중하면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많은 곳에서 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힘들거나 불편한 상황이 있어도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약간 딴소리지만, 매번 엄청 지각하는 분께 영희쌤이 우리 10분씩만 당겨보자고 했던 기억은 제가 가끔 꺼내어보고 키득거리는 것 중 하나입니다.
제가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들이 상황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하는 것을, 그리고 지변을 유연하게 확장해 나가는 것을 노들에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은 당연했고, 당당했습니다. 어떻게 반박할 수 있나요. 이런저런 고민을 끌어안고 기이이일게 노들 곁에 있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