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138호 - [탈시설장애인당] 정당政黨 아닌 정당正當, 장애인권리를 향한 직접 민주주의 / 박주석
탈시설장애인당
정당政黨 아닌 정당正當, 장애인권리를 향한 직접 민주주의
박주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탈시설장애인당 깃발과 차량
‘정당(政黨)이 아닌 정당(正當), 탈시설장애인당當’
탈시설장애인당은 항상 이름 뒤에 ‘當’이라는 한자를 붙여 소개해왔다. 정당에서 당(黨)은 “무리”를 의미한다. 하지만 탈시설장애인당의 당(當)은 “마땅하다, 정당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차이를 명확하게 밝혀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탈시설장애인당이 굳이 ‘當’이라는 한자를 붙인 이유가 있다. 장애계는 선거에서 다른 시민단체들이 하듯이 정당의 후보를 만나 자신들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줄 것을 약속하는 매니페스토 방식에 그치지 않았다. 마치 기존 정당들이 후보들을 내세워 표를 구하듯이, 장애인 후보들을 내세우고 논평을 내며 유세활동을 통해 장애인권리를 구했다.
탈시설장애인당이 처음 창당한 것은 2021년 재보궐선거부터였다. 이후 2022년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2024년 총선에서 탈시설장애인당은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재창당하였다. 탈시설장애인당의 당대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권달주, 윤종술, 양영희, 최용기, 박경석) 대표단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표(박경인, 김진수) 대표단과 T4철폐 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표로 함께 하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문애준 대표 총 8명의 대표단이 함께 하였으며, 대변인으로는 각 시민사회단체·학계 중심의 대변인 5명(박채달, 고병권, 김도현, 황상현, 구교현)이 함께 해주었다. 12개의 시도당을 설치하였으며, 서울, 인천, 대구, 경기, 전북, 전남, 경남, 충북 등 전국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후보로 나왔다. 후보자들은 유세를 총 37회를 진행하며 전국에 탈시설장애인당의 목소리를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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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이름 |
특이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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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이름 |
특이사항 |
1 |
서울 |
이수미 |
전략공천 |
14 |
경기 |
양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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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서울 |
배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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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경기 |
임영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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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서울 |
이형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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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경기 |
신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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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서울 |
오성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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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경기 |
이재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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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서울 |
최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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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경기 |
박정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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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서울 |
임종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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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경기 |
이찬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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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서울 |
김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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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경기 |
권달주 |
전략공천 |
8 |
서울 |
김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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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경기 |
강북례 |
전략공천 |
9 |
서울 |
김홍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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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전북 |
정해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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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서울 |
서명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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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전남 |
문애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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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인천 |
신영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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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경남 |
김정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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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대구 |
임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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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경남 |
손세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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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경기 |
이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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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
충북 |
권은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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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장애인당 후보자
탈시설장애인당 전략공천 이수미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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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출범대회/기자회견 |
1 |
강원도당 |
2.20(화) |
2 |
경기도당 |
2.23(금) |
3 |
서울시당 |
2.23(금) |
4 |
대구시당 |
2.28(수) |
5 |
전북도당 |
2.23(금) |
6 |
세종시당 |
2.24(토) |
7 |
대전시당 |
2.29(목) |
8 |
경남도당 |
3.7(목) |
9 |
울산시당 |
3.8(금) |
10 |
인천시당 |
3.12(화) |
11 |
전남도당 |
3.14(목) |
12 |
충북도당 |
3.20(수) |
탈시설장애인당 시도당 설립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당 창당대회
탈시설장애인당 경기도당 창당대회
- 왜 하필 ‘탈시설’장애인당이었을까?
탈시설만을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후보들이 모두 탈시설장애인인 것도 아니었다. 탈시설보다 더 많이 알려진 이동권을 내세운 장애인이동권당이 더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장애인권리당은 어떨까? 지난 설, 탈시설장애인당의 정책페스티벌을 제안하러 온 박경석 대표에게 이준석 개혁신당 당대표는 ‘이동권은 동의한다니깐요. 문제는 탈시설이죠.’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대해 탈시설 용어가 장애계 내에 ‘이견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이준석도 아는 것이다. 장애인을 취약성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규정지으며 사회에서 분리하고 배제하며 시설 속에서 살아가야 만하는 존재로 규정짓는, 시설이 곧 윤리의 기준이 되는 사회적 잣대가 여전히 다수라는 사실을. 탈시설장애인당가에서 말하듯이 ‘그 어떤 정당도 이룩하지 못한 꿈’이라는 사실을.
정당(政黨)은 일정한 정치 이상의 실현을 위하여 정치적 의견이 같은 사람끼리 정치권력을 쥐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한 명만을 뽑는 지역구 선거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거대 정당의 후보가 유리할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1등만 당선되기 때문에 당선되지 않은 후보에게 주어진 표는 모두 사표가 된다. 즉, 정당(政黨)은 그 특성과 놓인 사회 구조상 다수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면 정치 권력을 쥐기 위해 정당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갈라치기·혐오 정치는 이러한 토대 위에서 발생된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장애인 권리를 마치 ‘일부’ 장애인 단체의 주장인 마냥,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인 마냥 왜곡하며 장애인권리를 가리고 자신을 내세웠다. 결국 정치 또한 장애인권리를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내 권리를 정치인들에게 위탁해 버린다면 장애인권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린 깨달았다. 그래서 장애계는 2024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통해 매니페스토를 진행하는 동시에, 탈시설장애인당을 재창당하여 직접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 1,409명이 당원으로 가입한 탈시설장애인당
탈시설장애인당은 무려 1,409명에 다다르는 당원들이 가입하였다. 매년 420 장애인차별철폐주간을 놓고 봤을 때, 역대급 규모의 인원이 참여하였다. 지역후보들은 지역시도당, 지역 후보들을 만나며 장애인권리를 위해 힘쓸 것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 전략 공천을 통해 갈라치기·혐오 정치인들과 맞서 싸우기도 했다. 전략 공천 지역은 종로구, 화성시였다. 탈시설 권리부정의원인 최재형 후보를 심판하기 위해 이수미 후보가 출마하였으며, 화성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를 심판하기 위해 화성 갑·을·병에 각각 권달주, 이형숙, 강북례 후보가 출마하였다.
공천 반대 정치인도 발표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일반논평5, 탈시설가이드라인)을 위반하여 '탈시설'을 왜곡한 정치인들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전장연이라는 특정 장애인단체의 일방적 주장으로 갈라치며 '혐오정치'를 일삼은 정치인 8명을 뽑았다. 읽기 쉬운 장애인권리정책 10대 핵심요구안도 제작하였다. 다만, 바쁜 일정 상 제작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못했고, 점자 등 다양한 장애 유형에게 접근성이 좋은 자료들은 제작하지 못했다.
우리의 목소리에 근거를 만들기 위해 인식조사도 진행했다. 장애인권리에 대한 투표를 호소하고, 향후 장애인 권리운동의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녹색정의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노동당, 새로운미래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전국민을 대상으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국민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무려 1,032명이 참여하였으며, 그 중 유효한 응답 944개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장 수준 인식이 거의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 중 자유로운 이동과 시설 이용 편의 및 의사 표현 서비스 제공의 권리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권리(탈시설 권리)를 가장 보장되지 않는 권리로 뽑았다. 이는 정부와 정치의 무책임이 가장 주된 원인이며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책과 제도 마련, 장애인 권리 증진에 필요한 예산 확충이 가장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탈시설장애인당 울산시당 유세
- 6개 당, 지역선거구 후보 125명, 비례대표 4명과 정책협약 진행
기존에 해오던 매니페스토도 놓치지 않았다. 2024년 1월 3일 국회의사당역 농성장에서 312개 단체가 모여 출범한 2024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통해 국회의원 후보들만큼이나 바쁜 3개월을 보냈다. 우선, 갈라치기·혐오정치 정당인 국민의힘, 국민의미래, 개혁신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노동당, 녹색정의당,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진보당)과 정책협약을 진행하였다. 새로운미래는 질의서만 답변하였다. 정책협약의 내용은 OECD 평균 수준의 장애인권리예산을 확보하고, UN장애인권리협약을 준수하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었다. 총 지역 선거구 후보 125명과 비례대표 4명과도 정책협약이 진행되었다.
탈시설장애인당 전북도당 정책협약식
-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4년이 아닌 1년 내 입법하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도 진행하였다. 비록 제작 과정에서 장애 당사자들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읽기 쉬운 정책 요구안도 작성하였다. 모두 처음해보는 새로운 시도들이었다. 모든 선택과 순간은 처음 우리에게 놓여졌다. 우리의 행동들은 강렬한 열망으로부터 나왔다. 22대 국회에는 1년 내 장애인권리입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2026년에 열리는 지방선거, 2027년에 열리는 대선은 국회를 마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4년이 아닌 1년 내 입법하라’는 구호는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한 과제다.
탈시설장애인당이 만난 시민들은 진짜 제도 속 정당을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들을 꺼냈다. 갈수록 우울한 총선 앞에서, 어떤 당을 뽑아야 할지 모르겠는 총선 앞에서 진짜 대안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차기 국회에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며, 국민의힘은 심판되었지만 과연 장애인 권리가 지켜질지는 암울하다. 대통령도, 국회도 민주당이 차지했던 지난 총선에서도 결국 장애인권리예산과 장애인권리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탈시설장애인당이 공천을 반대했던 탈시설 권리 부정 정치인, 혐오 정치인은 8명 중 7명이 당선되었다. 전장연 죽이기에 가장 앞장서온 이준석 당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은 3석이나 차지했다. 민주당과 손 잡지 않은 진보정당들은 국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희망은 22대 국회 안에 있지 않다.
얼마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맞아 광주에 다녀왔다. 신묘역에 안치된 묘비 1번은 청각장애인인 故김경철씨다. 44년 전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쟁취하려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죽은 사람은 장애인이었다. 민주주의를 시민이 되려는 자들과 그들을 시민의 영역에서 쫓아내려는 자 사이의 투쟁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밀려나는 자가 바로 장애인인 것이다. 군부독재정권이 만들어온 격리·배제·감금 중심의 비장애중심주의는 여전히 이어져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사는 시민이 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국회 소통관에서 5일간 진행한 ‘2024총선 장애인권리정책 발표 기자회견’ 셋째날
- 2027년 대통령선거까지 간다
탈시설장애인당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끝날 수 없다. 탈시설장애인당은 해산하지 않고, 대선까지 이어간다. 이번 총선을 통해 만들어온 장애인의 직접 민주주의, 장애인이 직접 시민들을 만나 정치를 이야기하고, 장애인권리에 투표를 호소하는 과정들은 고스란히 정치적 역량으로 남았다. 그리고 이 역량이 제22대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벗어나지 않도록 바로잡는 민주주의의 힘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직접 민주주의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비장애중심주의를 무너뜨리도록, 그 길에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도록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희망은 정당政黨 아닌 정당正當, 장애인권리를 향한 직접 행동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