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138호 -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저는 활지사입니다 / 이건희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저는 활지사입니다
이건희
활동지원사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복지사이고 2022년 자립생활주택 담당자로 장판에 들어와 23년 11월부터는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이건희입니다. 제가 현재 지원하는 이용자분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의 활동가이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개인 대의원이신 배재현 활동가입니다. 활동지원사로 일을 한 지는 24년 5월 기준으로 6개월이 지났네요. 배재현 이용자와는 전 직장에서 활동가로 만나서, 서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퇴사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던 중, 노란들판에서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아 배재현 이용자의 활동지원사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전에, 연탄 나눔, 무료 급식소, 시립노인요양센터, 데이케어센터 등 다수의 봉사활동을 하였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에 관심이 생겨, 아르바이트하면서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 실습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고, 복지사 취득 후엔 요양원에 근무하게 되어, 장애인분들에 대해서 알아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자립생활주택 담당자로 근무를 시작하던 때는, 많은 동지분께서 지하철 행동을 하던 시기라 지하철이 연착되고, 관련 뉴스들이 나왔지만, 지금과 달리 그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일처럼 생각했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적에는 장애인분들에 대한 장애 공감이나, 장애 감수성에 대해서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고, 음성꽃동네에 견학을 갔을 당시만 해도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분께서 장애인분들에게 가까이 가면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해줬기 때문에, 그게 너무 두려웠던 저는 2박3일 동안 장애인분들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단지 바라만 보며 2박 3일을 보냈습니다. 저는 초면에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고 꽃동네나 학교에서 장애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첫 입사 후 얼마간은 장애인분들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동료분들은 저에게 경계심 없이 다가와 주셨고, 많은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활동가로 장판에서 활동하며 장애에 대해서 아무런 편견 없이 배울 수 있었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 많은 투쟁 현장이나 제가 직접 2022년 10월, 127일차 삭발투쟁에 참여하고, 지하철 안에서 많은 시민분께 수많은 말을 들으니,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잘못된 것을 바꾸는데 얼마나 큰 노력과 고통이 필요한지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어느 날 회사에서 장애/비장애인 직원들이 함께 어울려 웃고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고, 그 모습을 통해서 제가 사회복지사가 된 이유, 제가 앞으로 활동가로서 활동하는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생각을 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앞서 적은 것처럼 지금은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당자와 활동지원사 두 직업 모두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매우 중요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지만, 큰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주택의 담당자는 주택의 입주 기간의 일정 기간 계획을 수립하여 장애인분들의 자립을 돕지만, 활동지원사는 중증장애인의 하루, 한 달, 1년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주택입주자분들에게도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자칫 담당자가 입주자분들께 집중을 못 할 수 있지만, 활동지원사는 아침에 이용자분을 만나서, 저녁에 퇴근하시는 시간까지 함께 있어서, 늘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많은 활동지원사 선생님이나 이용자분들을 만나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장애에 대한 문제 외에도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다양한 사회문제나 정책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고,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활동가에 비해서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활동가와 활동지원사를 떠나서 비장애인으로서도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이용자분과 함께 이동할 때, 높낮이 차가 있는 곳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제 생각으로는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높이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시는 이용자분들께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활동지원사로 일하면서 장애인의 삶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많아 혼자서나 이용자분과 대화를 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또 뭐가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내린 방법의 하나는 “연대와 공감”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회적 약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함께 연대하여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빠르게 변하진 않아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하고 아직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도 활동지원사로 지하철 행동, 집회 현장에서는 여러 동지분과 함께하지 못하고, 앞장서지 못하고 뒤에 있는 처지이지만, 앞으로 이런 글을 쓰는 기회나 다양한 기회가 제게 주어진다면, 이렇게나마 함께 연대하고 함께하고 싶습니다.
처음이라 두서없이 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곳에서 뵐 날을 기대하고 기다리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날마다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