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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장애인 운동이 세상을, 민주주의를 바꾸는 

 최태현 교수님 인터뷰

 

 

 박임당

노들야학 교사

 

 

 

 

  2021년 활동가들에게 질적 연구방법론을 함께 공부하자고 청해주셨던 최태현 교수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노들야학의 크고 작은 행사들, 많고 많은 후원 행사들마다 연락드리게 되었다. 교수님은 그때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흔쾌히 행사장을 방문해 주셨고, 후원금도 보내주셨다. <노들바람> 편집위원들이 제발 좀 인터뷰를 해오라고 계속 요청이 있었는데, 아끼고 아끼는 마음이었을까.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게을러서.) 이제사 교수님에게 노들야학, 그리고 장애인 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청해보았다.

 

 

  1. 후원인들께 최태현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에서 정부의 역할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전공은 행정학, 그 중에서도 행정윤리, 참여민주주의, 정책결정입니다. 행정학이라고 하면 재미없고 무서운 권력자들의 학문으로 많이들 이해하시는데, 그런 부분도 있지만 좀더 인간적인 조직과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2. 노들야학을 아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물론 저는 알고 있지만) 노들야학, 넓게는 장애인 운동과 만나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늘 어려운 질문입니다^^ 뭔가 ‘첫눈에 반한 순간’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뭐랄까 좀 천천히 스며들었달까요. 어릴 때부터 주변에 장애를 지닌 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긴 했던 것 같아요. 학급 친구들 중에서도 기억나는 이들이 있고, 시설에 활동도 가고 그랬죠. 그게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면 일종의 ‘시혜와 동정’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노들야학을 알기 전에 제가 다니는 학교의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캠퍼스 개선 관련 연구를 하면서, 지체장애 및 시각장애를 지닌 몇몇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어릴 때의 막연함이 훨씬 구체적으로 변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장애와 제 삶의 영역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계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더 나아가기에는 어떤 ‘끈’이 없었어요.

 

  그 끈을 이어준 것이 “장애시민 불복종”의 저자 변재원이었어요. 재원이 제가 있는 학교에 학생으로 오면서 선생과 제자의 관계를 맺게 되었죠. 당시 비마이너 기자로 있었던 이가연 비서관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어느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평등한밥상’ 행사 티켓을 건네주는 거였어요. 그때 노들야학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웹사이트 들어가보고 등등 했지만 참 천천히 다가간 것 같아요. 홍은전 선생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노란들판의 꿈)”를 읽고 노들야학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여러 행사에서 박경석 선생님, 박임당 선생님, 최한별 선생님 등 노들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하면서 점점 노들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죠.

 

  무엇보다 “유언을 만난 세계”를 읽은 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어요. 그 책이 드러내준 세계는 그야말로 “감춰진 세계”였죠. 제가 어릴 적 길에서 보았던 장애를 지닌 분들이 그 당시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그때 이들의 복지, 이동권, 사회관계들이 어떠했는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어요. 장애해방의 역사는 분명 민주화와 맥이 닿아 있는데, 어째서 민주화의 역사에 이들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지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너무도 극적인 삶을 살다 간 여덟 분의 열사들의 이야기는 제가 살아온 삶과 세계를 충격적으로 다시 보게 만들었어요.

 

 

  3. 노들야학의 큰 행사마다 직접 참여도 해주시고 후원도 해주시고 계신데요,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으시면 간단히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뭐니뭐니 해도 2022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등장인물” 공연이었죠. 노들의 발달장애인 학생들분들이 관객과 아주 가까운 무대에서 선생님들의 도움은 최소한만 받은 채 공연을 해나가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그리고 춤을 추는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질 때 큰 감동을 받았었지요.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뒤에서 헌신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게다가 공연을 연이어 5일 동안 진행했잖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람이 컸던 행사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행사는 아니지만 노들노래공장을 매우 매우 좋아합니다^^ 

 

 

  4. 본업 외에도, (본업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사회 운동에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선 장애인 운동에서 어떠한 활동들을 함께 하고 계신지, 혹은 어떤 이슈들에 골몰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무슨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할만한 자격은 없는 것 같구요^^; 우선 노들의 김유미 선생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김정하 및 조아라 선생님 등과 함께 탈시설운동을 소개하는 대중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에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비마이너에 한 달에 한 번 칼럼을 쓰고 있어요. 이런저런 주제를 다루다가 최근에는 중증장애인 맞춤형 권리중심 공공일자리가 얼마나 새롭고 중요한 정책 아이디어인지에 대해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참여민주주의에서 장애인들의 당사자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여민주주의가 시민들의 참여를 말하고 있지만 과연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참여의 자격을 인정하는지, 기대하는지를 물어보면 대답하기 쉽지 않죠. 크게 보면 장애인 운동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주는 함의들에 관심이 많아요. 여러분들이 하고 계신 일들을 민주주의 관점에서 새롭게 소개할 내용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5. 장애인운동 외의 다른 사회 운동에 관한 활동들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2021년에는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 30여 명과 “활동가를 위한 연구방법” 온라인 스터디를 함께 했어요. 그때 박임당 선생님도 처음 알게 되었죠^^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이후로는 제가 쓴 책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를 통해 공부하시는 여러 활동가들을 또 만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분들과 함께 평화, 환경, 건강, 성, 주거권, 청소년 운동을 하는 단체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작업을 해서 브런치북(“공공의 재구성”)으로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사회적 참사와 관련된 활동들도 함께 해보고픈 마음이 있어요.

 

 

  6. 마지막으로 노들바람 혹은 노들야학에 바라는 점이나 기대하는 바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모두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행복하셔서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훨씬 사람다운 삶이고, 실제로 가능한 삶이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도 지치지 말고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조금 더 사랑하실 수 있기 바랍니다. 노들 30주년이 지났는데 40주년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기를 또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태현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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