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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야학도
버스 타고 모꼬지 갑시다! 
         노들야학 도현 - 장기 휴직 교사




그러니까, 비밀이 하나 있다.



노들 사람들은 나를 퇴임 교사라 알고 있지만, 사실 본인은 퇴임 교사가 아니다. 나는 퇴직을 하지 않았다. 휴직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말해 장기 휴직 교사다, 라고 주장을 하고 다닌다. ^^;  그런 본인에게 매우 임~프레시브하게 남아있는 노들에서의 기억 중 하나는 2001년도 여름에 (당시 노들 사무국이 위치해 있던) 혜화동 로터리에서 진행된 첫 번째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행사다.



시내버스아에서 장애인도 버스타고 싶다 퍼포먼스

‘8-1’이라는 버스 넘버의 글씨체, 촌스럽고 엉성하게 매직으로 써서 만든 피켓, 비장애인들의 손에 짐짝처럼 들려 차례로 버스에 오르던 야학 학생 분들의 당황스러워하던 표정, 그 학생 분들보다 두 배는 넘게 더 당황스러워하던 버스 기사 아저씨, 버스 요금이 얼마냐고 물어보던 명학이 형님의 음성, 그 모든 것이 매우 생생하게 나의 기억 속에 각인이 되어있다.
그 첫 번째 버스 타기 이후 우리는 2005년 1월까지 모두 41차례에 걸쳐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행사를 했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이동편의증진법) 제정을 통해 저상버스를 쟁취해냈다.



그 마지막 버스 타기로부터 어느덧 9년이 지난 2014년 1월 27일, 우리는 돌연 다시 한 번 버스 타기 행사를 하기 위해 서울 시내의 모처에 집결했다. 옛날과 결정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시내버스’가 아니라 바로 ‘고속버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많은 분들이 수동휠체어를 이용했기 때문에 어찌어찌해서 버스를 탔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장애인분들이 전동휠체어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고속버스의 통로 자체가 좁아서 아예 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금호고속버스 유리창에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싶다 표어

버스를 탈 수 없는 버스 타기 행사. 하나의 패러독스. 그 이후 우리는 4월 20일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에 사전에 예매한 200장의 고속버스 표를 들고 ‘희망고속버스’ 타기 행사를 진행했으며, 열흘뒤인 4월 30일에는 그 두 배인 400장의 표를 예매하여 다시 한 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모였다. 그리고 이러한 고속버스 타기 행사는 시기별로 일정한 테마를 가지고(예컨대 7월에는 ‘장애인도 휴가철에 고속버스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그리고 9월에는 ‘장애인도 추석에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버스옆 유리창에 장애인도 버스 타고 싶다 표어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장애인계에서는 시내버스가 아닌 고속 · 시외버스 등의 경우에는 이동편의증진법 상에서 교통약자의 탑승권이 법적으로는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었다. 예컨대 2012 대선장애인연대가 제출한 정책요구안의 경우에도 “시외버스 · 고속버스 · 마을버스 · 공항버스 등의 저상버스의 도입과 ‘법적 근거’ 마련”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뭐지? 올해 초 고속버스 타기 행사를 준비하면서 본인이 이동편의증진법을 꼼꼼하게 다시 한 번 뜯어보니, 현재의 법률상으로도 이미 마을버스와 전세버스를 제외한 모든 버스에는 교통약자가 탑승을 할 수 있도록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지금까지 정부는 법률을 마구마구 어기고 있었던 것이고, 우리는 법률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해지 못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 정부와 국토교통부를 힘 있게 혼내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에 휠체어 탑승할려고 들어 올리는 모습

사실 법률의 세부적인 내용이 콩이건 팥이건 간에, 장애인 등의 교통약자는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교통약자가 아닌 자와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손으로 만든 이동편의증진법에서 이동권을 ‘권리’로서 규정해 놓은 이유이다. 현재처럼 고속 · 시외버스에 대한 탑승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차(KTX, 무궁화호)가 다니지 않는 지역의 경우에는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할 수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기차가 다니는 지역의 경우라 하더라도 장애인 역시 당연히 상황과 조건과 편의에 따라 기차와 고속·시외버스 중 어떤 것을 이용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101_28_5.jpg



그러면 기차와 더불어 고속 · 시외버스의 탑승권이 보장되면 만사 OK인가? 그렇지 않다. 설령 양쪽 교통수단을 다 이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장애인들이 조금 많이 모여서 한꺼번에 이동을 하려고 하면 마땅한 방법이 없다.



101_28_6.jpg

왜냐하면 KTX도 고속·시외버스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좌석의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이동편의증진법이 (법적으로는 구역(區域) 여객자동차라고 불리는) 전세버스를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바꾸어 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도 다른지역에 단체로 연대투쟁을 갈 때, 트럭이나 윙카에다가 전동휠체어를 싣고 다니는 불편함과 생고생을 감수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현재의 이동편의증진법상으로도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탑승권을 보장하고 있는 광역버스, 고속 · 시외버스, 농어촌버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과 예산이 즉각적으로 마련되어야 하고, 그 내용이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2012~2016)」에 추가안의 형태로 반영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마을버스와 전세버스에 대해서는 이동편의증진법의 개정을 통해 장애인의 탑승권을 쟁취 해내야만 한다. 바야흐로 ‘제2기 이동권 투쟁’의 찬란한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내는 날, 그래서 모든 버스를 장애인도 차별 없이 탈 수 있게 되는 날,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고향에도 가고 모꼬지도 가면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한마디 툭 던지게 될 것이다. ‘이거 다 우리가 만든 거 아이가.’


아, 생각만 해도 자랑스럽고 신나지 않은가? 그 날을 위해 우리, 7월에도 9월에도 고속버스터미널에 떼거지로 한 번 모여 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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