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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기우제가 시작됐다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싶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노들야학 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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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이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시내버스도 그랬고, 지하철도 그랬다. 택시도 마찬가지고, 마을버스도, 스쿨버스도, ‘대중’이라는 말을 갖다 붙일 만한 것이 없다. 대중, 시민, 국민 어느 하나도 ‘장애인’ 옆에 붙어서 속 편한 말이 없다. ‘장애인’은 배제된 자의 대명사 같다. 대중교통이라고 불리는 고속스에 휠체어를 탄 사람은 탈 수 없다. 대부분의 고속버스는 차체에 문이 하나, 앞쪽에만 달려있는데 이곳엔 계단이 두세 개 정도 된다. 그리고 좁다. 버스 통로도 좁다. 장애인이 휠체어 째로 들어올려져 버스에 오른다고 해도 휠체어와 함께 앉을 자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고속버스는, 고속버스 회사는 말이 없다. 현재 우리 버스가 이런 상태라 휠체어를 탄 고객님은 탑승이 어렵습니다 같은 말도 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으레 못 타겠거니, 불가능한 게 어디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장애인이 어디 먼 데 가겠나, 못 타도 어쩔 수 없는 거지… 하는 것인가.



이런 상황임에도 고속버스가 아니면 이동할 방법이 달리 없는 몇몇은 ‘고역’을 겪어가며 고속버스를 타왔다. 방식은 대체로 이랬다. 본인 몸을 버스에 태우고,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는 버스 옆구리 짐칸에 싣는다. 말만 들으면 무엇이 고역이냐 할 수도 있겠다. 휠체어에서 몸이 분리되는 과정 그리고 계단을 올라 버스에 오르는 과정이 문제다. 활동보조인이나 동행자가 있다면 사정은 그나마 낫겠지만 그렇지 않을 땐 주위 사람에게 안기거나 업혀서 버스에 올라야 한다. 버스 계단을 기어서 올라갔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버스에 한 번 타는 게 이렇게 힘들다 보니 휴게소에 내려 화장실에 간다거나 구운 감자를 사먹는다거나 하는 일은 할 수가 없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누군가가 내려줄 때까지 불안하게 앉아 있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서럽다.



고속버스, 대중교통이라면서 왜 누군가는 탈 수 없게 생겨먹었나. 서러움과 분노도 크지만 불편함도 심각하다. 갈 수 없는 곳이 많은 것은 물론, 단체 여행은 꿈꾸기도 어렵다. 야학에서 모꼬지를 갈 때도 전세버스를 빌리고 트럭을 빌려서, 사람 따로 몸 따로 타고 간다. 옮겨지는 몸도 들어 올리는 몸도, 출발도 전에 기운이 빠진다. 잉~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어라.



그리하여 고속버스 티켓 200장을 예매하였다! 2014년 4월 20일 낮 12시에서 2시 사이, ‘서울경부’에서 출발, 도착은 내 맘대로. 한 버스 당 10장씩 팡팡 예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고속버스를 탈 수 없다는 소식에 깜놀하고 분개한 사람들이 버스표 사는 데 보태라며 후원금을 보내줬다. 물론 가까운 이들에겐 후원을 강권했다. 함께해주신 분들 모두 ♥합니다.



기왕 가는 김에 부산까지 가볼까? 아니 ㅂㄱㅎ 님 텃밭 TK 지역에 가볼까? 대구 끊고 구미 끊고, 벚꽃 보러 갈까 하며 경주도 끊고. 그렇게 20곳의 행선지를 골라 티켓을 예약했다. 그리고 맘 급한 이가 터미널에 달려가 탑승권 발권.



4월 20일 송국현 아저씨 추모제를 마치고 동숭동 노들에서 하룻밤 묵은 지방 사람들 그리고 버스 타겠다고,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터미널에 몰려든 사람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앞 광장이 우리 사람들로 가득했다. 므흣. 420 집회를 마치고 출발 시간이 가까워져 고속버스 승강장으로 갔다. 영정 속 국현 아저씨도 웃으며 함께 갔다. 음. 그런데…



버스 승강장엔 이미 경찰이 ‘막을 태세’로 여기저기 서있었다. 승강장 가운데쯤엔 방패를 든 경찰이 길을 막고 있었다. 방패 든 형광 인간들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다. 우리가 온다는 것을 안 터미널 측은 미리 승차홈을 바꿔 일반 승객(?)들이 버스를 탈 수 있게 했다. 그리하여 내가 약간 걱정했던 우리 때문에 버스를 못 타게 되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딱히 생기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냥 우리만 탑승홈이 어딘지 제대로 확인도못한 채 또 다시, 너무나 익숙한 경찰 방패와 마주하게 되었다. 마 갱찰 니들 고마 딱 지겨버!



버스를 타려고 왔는데, 그것도 돈 주고 산 티켓을 손에 딱 쥐고 왔는데, 왜 경찰이 우리를 막는 것일까. 당황스럽다. 저번에도 그랬다. 설을 앞두고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싶다’고 버스표를 사서 왔을 때도 그랬다. 탈 수 없는 버스 구조. 수동휠체어를 타는 교장샘이 사람들 손에 들려 버스에 올라타고 나니 버스 기사석 옆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상태가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탈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기사석 옆에도 안전히 있을 수 없는 불안전한 상태가 자꾸 벌어져, 안전벨트 대용으로(?) 쇠사슬을 온 몸에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고 한 달쯤 지나 고속버스 회사는 홈페이지에 요런 안내문을 남겼다.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주시는 고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휠체어와 동반탑승을 원하시는 장애인 고객님들께대단히 죄송한 사항을 안내하고자 합니다. 현재 고속버스 차량의 내부 구조상 휠체어 동반 탑승 공간이 없으므로 휠체어 동반 탑승이 불가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도록 고속업계에서는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사오니 이 점 너그러이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2014 .2 .27 



고객님 행복을 기원한다카던 이들이, 4월 20일에 경찰을 앞세웠다. 잉. 이러기야. 고객님이 저번에 당하고도 요번에 또 용기 내 버스표를 샀는데 여전히 버스를 못 탈 상태라면, 직원들이 나와서 고객님 죄송합니다 우리 사정이 이러저러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뭐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적반하장도 유분수. 고객님을 범죄자 취급하며 경찰을 불렀다!



버스터미널

그러더니 맙소사. 인간 폴리스 라인 쪽에서 매캐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경찰이 농약통 같은 걸 매고 물총질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 저게 뭔가요? 서있는 비장애인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했고, 비장애인들에 가려진 휠체어 이용자들은 앉아서 경찰이 쏘는 최루액을 피하지 못하고 맞고 있었다. 이 형광색 물총잡이들은 총을 쏘듯, 격하게 저항하는 인간들을 향해 최루액을 쏘아댔다. 얼굴에 정조준, 쭉쭉, 쏴쏴. 앞줄에 있던 사람들이 뒤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얼굴이 다 젖어 괴로워 했다. 급하게 생수가 배달됐다. 좀 있으니 우유도 배달됐다.
물과 우유로 눈을 씻고 얼굴을 씻어냈지만 화끈한 감이 빨리 가시지 않았다. 분노 지수도 확 올랐다.



웃겼다. 버스 타겠다고 표 끊고 온 사람들에게 경찰이 최루액을 쏘는 게, 대체 말이나 되는가.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지금 이거 뭐지? 하는 생각만 자꾸 되풀이 되는, 너무나 저질이어서 할 말을 잃은, 날이었다. 식상한 문구이지만 ‘달나라에도 가는’ 이 마당에, 이 2014년에 고속버스를 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버스 타고 싶다고 목소리를 모으는 사람-중증장애인-을 향해 최루액을 뿌려대는 권력이 있다는 것. 모두 어이가 없다. 우리가 최루액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엔 장애인 시위대에 최루액을 쏜 경찰 사진이 퍼졌다. ‘장애인 최루액’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로 매일의 뉴스가 괴로웠던 ‘대중’들에게 기가 막힌 뉴스 하나를 추가했던 것이다.




4월 2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장애인의 날 최루액 이야기’가 나왔다. 요약하면 그날 경찰이 한 짓은 ‘고문에 준하는 인권침해’.


◆ 정관용(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버스터미널 안에서 단체가 이동하는 과정이었으니 불법집회다, 이러면서 심지어 최루액까지 발사했고. 특히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이라서 최루액은 전부 눈 쪽으로 갔답니다. 이거 어떻게 봐야 할까요?


◆ 황필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변호사)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최루액을 뿌리는 것은 사람을 붙잡아놓고 때리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보여지고요. 사실 유사한 사례, 유럽 인권재판소에서는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 최루액이나 최루가스를 뿌리는 것은 고문에 준하는 인권침해다라고 해서 1000만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명한 바가 있습니다.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 얼굴을 향해 최루액을 정조준하여 발사하는 장면

두고 보자, 이 저질들. 다시 생각해봐도 우리가 잘못한 게 없다. 법을 어기지도 않았고, 버스회사의 업무를 방해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고속버스 타고 싶었다. 지금 못 타는 거라면, 언제쯤 탈 수 있는 버스를 갖다 놓을 것인지, 뭐 그런 설명과 약속을 해줬으면 했다. 저들은 늘 우리를 불법시위대 취급하지만, 어쩌지 난 결백한 걸. 내가 버스를, 버스회사를 고소하고 싶단 말이다. 탈 수 있을 때까지 시도해야겠다.
억울해. 또 하나의 기우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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