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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아 안녕

떨리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황시연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황시연1.jpeg

 

 

  안녕하세요, 신입교사 황시연입니다. 처음 노들야학을 알게 되었던 것은 22년 평등한 밥상이었습니다. 야학이 어떤 곳인지도 몰랐던 저에게 친구가 티켓을 팔아서 만 원짜리 티켓 한 장을 들고 설렁설렁 혜화에 와서 떡꼬치를 먹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행사를 하는구나, 이런 혜화의 모습은 새롭다, 내년에도 하면 와서 뭔가 사 먹어야겠다, 같은 소감 이상으로 야학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었습니다. 당시 머릿속에서 장애나 장판의 모습은 책에서 접할 수 있는 학술적인 문제, 또는 뭔가 결연한 투쟁의 형상으로만 그려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해가 바뀌어 23년이 되고, 노들야학의 소식을 건너 건너 듣다 보니 이곳에서 하는 일들에 조금씩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작은 호기심을 가지고 420 투쟁을 슬쩍 보러 갔습니다. 투쟁 현장의 큰 소리나 줄지어 선 경찰들이 조금 힘겹던 와중에, 예진과 나현이 학생분들과 인사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거의 1년이 지나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소란스러운 삼각지역에서 학생분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웃고 떠들고, 서로 챙기는 모습이 뭔가 즐거워 보였습니다. 누굴 제대로 가르쳐본 경험이 없는데 과연 교사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서 교사로 지원하게 됐습니다.

 

  야학을 다니기 시작한 시기가 애매해, 한 학기 반 정도를 띄엄띄엄 느슨하게 다니는 동안 재밌는 일이 많았어요. 짧게 검정고시 지원을 하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어라운드 마로니에에서 장대를 들기도 했고, 22년에는 후원인으로 왔던 평등한 밥상에서는 두부를 썰고, 지원교사를 하면서 학생분들과 더 가까이에서 교류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종종 있었고, 체력이 바닥나서 가끔은 야학 복도에 가만히 쭈그려 앉아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신입교사 세미나까지 마쳤네요!

 

  얼마 전에 첫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수업을 시작하고 마칠지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한 마음으로 교실5에 들어갔는데, 걱정을 한 것에 비해 훨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허둥지둥하는 이야기에도 학생분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답을 해주셨어요. 다쳐서 야학에 못 나오고 계신 학생분과 영상통화를 연결해 주시기도 했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하는 수업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실이 좋고 신기하고 한편으론 떨리기도 합니다. 한 학기 동안 새로 알게 될 것이 많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교사로 지원한 특별한 동기가 없다는 것이 종종 마음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다 보니 뭔가에 휩쓸려서, 어쩌다 보니, 하다 보니 계속하는 게 제 방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즐겁게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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