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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노동권 외면한 장애인 일자리

 구청 장애인복지일자리 면접 지원기

 

 

 제갈진숙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서 공공일자리 사업담당자로 일하다 공공일자리가 폐지되어 일자리 담당자로 업무를 보고 있는 진숙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지만, 드릴 때마다 부서가 항상 바뀌게 되어 참 혼란을 드리는 거 같네요~!

 

 

제갈진숙1.jpg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울시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2023년 하반기 평가 워크숍. (이로부터 한달 후 공공일자리는 폐지되고, 서울지역 400여 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해고되었다)

 

 

  2024년에는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걱정 없이 노동자분들과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일자리가 아예 폐지되어 구청 일자리로 합쳐, 구청 일자리를 늘린다는 소리를 듣고 눈앞을 손으로 가린 것처럼 앞이 깜깜했습니다. 물론 저의 일자리도 문제지만 우리 노동자분들은 최중증장애인으로서 구청에서 배치한 곳으로 간다면 오래 버틸 순 있을지, 배치된 기관에서는 장애특성에 대해 알고 그것의 배려를 해줄지, 참. 지금 생각해도 먹먹해지네요.. 

우리 노동자분들과 한 끗의 희망을 걸고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구청, 센터 관할 구청, 여러 곳의 구청에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우리한테는 그게 마지막 희망이었으니 다들 긴장한 모습이었죠.

 

  면접이 진행되고 면접 한 타임당 6명에서 많게는 7명이 한 번에 들어가지만, 그중에 아는 얼굴은 한 두 명 정도이며 나머지 분들은 지역장애인 분들이셨어요. 저희 노동자분 중 언어장애와 도보장애가 같이 있는 분이 계셔서 면접을 지원하게 되었는데, 지역장애인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저분이 장애인이신가? 저렇게 경력도 좋고 능력도 좋으신데 왜 구청 장애인 일자리를 하실까 할 정도로 짱짱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면접 보는 당사자들도 많은 준비를 했지만 다 보여주지 못하고 쓸쓸한 표정으로 나오신 분들도 있었고, 심지어 종로구청에서는 활동지원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면접을 진행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희 발달장애인 노동자분 중 한 분은 어머님이 면접 지원을 하셨습니다. 어머님이 면접진행 중 너무 답답하셨는지 ‘어차피 뽑지도 않을 거면서 이 면접은 왜 진행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잘 되고있는 일자리는 왜 폐지를 시키냐’며 ‘우리같은 중증발달장애인들한테도 기회를 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며칠 후 장애인 일자리 면접 결과가 나왔지만, 결과는... 너무나도 참담했습니다. 문자 오는 소리는 들리지만 무서워서 못 보겠다 하신 분들도 있고, 합격 문자가 왔지만 대부분 사람은 불합격이다 보니 좋아할 수도 없고, 오히려 합격한 게 미안할 정도라고 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 결과를 알고, 보고하여 대책을 세워야 하니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아니지만 괜히 죄책감이 들어 눈을 못 쳐다봤습니다. 오히려 우리 노동자분들이 저에게 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니 미안해하지 말라고... 참, 창피하게요...

 

  한 노동자분은 여기저기 면접을 보고 다녔지만, 불합격 소식에 자존심도 상하고, 생활걱정에 방긋방긋 잘 웃으시던 분이 몇 주 동안 웃음도 잃어버리시고, 이야기 좀 하자 하여 살짝 말문을 트게 했더니 몇 시간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장애인 일자리라고 했지만, 우리 중증장애인분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라는 걸까요? 정부가 만들어내지 못한 일자리를 우리가 열심히 공공일자리에서 잘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다 같이 할 수 없게 되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모이길 희망하며 저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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