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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HIV감염파티, 노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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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몸은 하나의 몸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몸이 있고 하나의 신체에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둘 다 갖춘 몸도 있다. 인종에 따라서 혹은 장애의 형태에 따라 구분되는 몸도 있다.

    식물의 종은 사람의 몸보다 더 복잡하다. 꽃이 피는 식물이 있고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이 있다. 열매를 맺는 식물이 있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식물이 있으며 땅이 아닌 수중에서만 자라는 식물도 있다. 그렇게 각자 다른 종의 식물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만들어진 생태계를 토대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그래서 사람에게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식물이란 없다.

    그런데 우리들의 몸, 각자 다른 모습의 몸들은 왜 국가에 따라, 성별에 따라, 가난과 취향에 따라서 다른 가치를 갖게 될까?


   어린 소년들이 납치를 당해 소년병으로 끌려간다. 어린 소녀들이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시집을 간다. 어린 소년·소녀들이 성 관광의 상품이 된다. 출산과 노동의 반복으로 사망하는 여성들이 있다. 성적취향에 의해 사형당하는 남성들이 있다. 장애를 이유로 평생의 시간을 시설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왜,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하며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람의 몸에 다르게 매겨지는 가치와 폭력에 노출되며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는 건 무슨 까닭일까? 다른 종들이 하나의 생태작용을 하는 자연으로 인해 생존할 수 있는 인간들이 다른 몸의 모습들을 단 한 가지의 모습으로만, 하나의 형태로만 존재하기를 요구하며 돌아가는 인간 사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가지의 답은 쉽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들의 존재 방식이 자연과의 방식과는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HIV 감염토크 콘서트 포스터

   2013년 노들야학 모꼬지는 화합이 아닌 분열의 상징이었다. 모두에게 자유이용권이 지급 되었지만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자와 놀이기구를 탈 수 없는 자들에게 1박 2일의 에버랜드는 너무 다른 시공간이었을 것이다. 롤러코스터의 운동에 따라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를 들으며 휠체어에 앉아 눈으로 보는 것밖에할 수 없었던 자들에게 에버랜드는 놀이공원이 아닌놀지 못하는 공원이었을 테니까.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자였던 나는 간만에 타는 놀이기구가 재밌었지만 내 몸은 나에게 이상신호를보내고 있었다. 오래 지속되는 감기증세, 발열과 전신의 피로감. 그러니까 이미나는 HIV 양성 확진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 자신이 성관계에 있어 콘돔과 같은안전한 방법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었고 내 몸이 예전과는 다른상태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 분열의 상징이었던, 누군가에게는 쓸쓸한경험이었던 에버랜드에서 나는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HIV 1차 양성이라는 피검사 결과가 나왔고 다시 채혈을 하러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는 전화였다. 내 세포에 침입해 어딘가에 숨어있던 바이러스는 분열과 증식의 과정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2013년 11월, 에버랜드에서의 노들 모꼬지처럼.



   2013년 12월 9일 나는 광화문 농성장에 인접한 한 병원에서 HIV 양성 확진 판정을 받고 나왔다. 가장 먼저 광화문 농성장에 있던 친구에게 확진 사실을 알렸다. ‘아니겠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이던 친구. 퇴근길에 갑자기 인도에 주저앉아 울었다는 나의 누나. 네가 1차 양성이 나왔다는 말을 했을 때 어느 정도 이런 결과를 예측했다던 친구들. 지금 생각해보면 감염 사실을 마치 타인의 문제처럼 얘기했던 나의 태도에 친구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키진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들에게 고마움보다 미안함을 더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파티는 다양한 친구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졌다. 회화, 미디어아트, 음악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무엇보다 중요했던 사람에 대한 애정과 따뜻함이 있었다. 지금 다시 말해도 부족한 고맙다는 말을 여기에 꼭 적어야겠다. 확진 그리고 파티 이후로 6개월이 지난 내 감염인의 삶은 이따금 일상에서 육체적으로 힘에 부칠 때가 많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 약의 부작용 탓인지 느닷없이 두통과 어지러움이 동반해서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산 사람은 살아야지. 더 열심히 살아야지. 그래서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뿐이 아닌 내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 날 두 눈에 담아 둘 사람들도 함께 살기 위해서 오늘도 웃다가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살아야지. 그러니까 이 글을 읽을 누군가도 웃다가 잠들었으면 좋겠고 내년에 다시 하게 될 두 번째 HIV 파티도 더 재미있게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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