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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고유한

 노들에스쁘와 어라운드 공연 2022~2023

 

 

 서한영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어라운드1_그림의벽.jpg

탈탈탈팀 & 김유미, 「그림의 벽」, 2022, 그래픽 천에 프린트, 가로 4.7미터 × 세로 2.3미터

 

 

  2022년 4월, 노들에스쁘와의 ‘어라운드(around)’ 첫 공연/전시가 펼쳐졌다. 49평 직사각형의 전시장 벽면에 가로 4.7미터, 세로 2.3미터의 「그림의 벽」이라는 작품이 걸렸다. 그래픽 천에 프린트를 한 작품으로 8개의 분할된 직사각형이 담벼락 벽돌처럼 쌓여있고, 49, 38, 32, 12, 10, 08, 00 숫자들이 각각의 칸 안에 거주하고 있다.

 

  이 숫자들은 뭔가요? 

  “노들에스쁘와 댄서들이 거주시설에서 생활했던 햇수요.”

  49년이라고요?

  전속력으로 말의 방향을 잃었다.

 

 

 

  아래에_underground

 

어라운드2.jpg

JTBC 방송 「썰전라이브」 토론에 나선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고장샘이 ‘어라운드’ 전시/공연 팜플랫을 펼쳐들고 있다. 팜플랫은 ‘12, 08, 10, 38, 00, 32, 49’라는 숫자로만 채워져 있다.

 

 

  이 숫자들이 거주하고 있고 거주했던 도봉구의 거주시설에,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출·퇴근 이동지원을 위해 몇 개월간 왕복 5시간씩 오간 적이 있다. 고철, 파지, 창고 임대, 타이어하우스, 서울양봉장과 같은 낯선 간판. 재떨이로 사용되고 있는 야쿠르트 병들이 줄지어있는 담벼락. 재활용 폐품들이 분류되고 처분되고 있는 재활용 쓰레기장. 지나는 사람 하나 없는 좁은 골목에 들어서 내비게이션을 보면 한끝 차이로 경기도가 되고 서울이 되는 경계. 하나의 정문 안에 거주시설, 보호작업장, 주간보호센터, 특수학교 등이 몰려있고, 그 주변으로 풍채 등등한 인왕산이 펼쳐진 그곳을 드나들면서, 나는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늘 난감했다. 삭막과 적막 사이. 쓰레기장과 인왕산 사이. 보호와 감금 사이에 묻혀있던 49년, 38년의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다. 같은 하늘 아래, 인왕산 아래, 비장애중심 문명 아래, 정상성의 위계 아래, 시설사회 아래에 묻혀있는 “언더그라운드, 모든 근거가 몰락하는 곳, 근거들의 근거 없음이 드러나는 곳, 그러나 어떤 근거도 그 위에서 세워질 수밖에 없는 곳”(노들야학 교사 고병권), 그 곳에서부터 노들에스쁘와는 시작되었다.

 

 

 

  이땅에_ground

 

어라운드3_고지선.jpg

「그림의 벽」 작품의 한 부분으로, 직사각형 네모 안에 ‘12’라는 숫자 뒤로 “친구추가메론고구마운명이니스프리미리주문설치문의”와 같은 낱말들이 칸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림의 벽」 작품을 보면 비장애 언어체제로는 가닿기 막막한 기호와 도상들이 숫자 뒷면에 거주하고 있다. “치킨멸치반키올림이자녹스초코크림순대치즈”라는 글씨와, “mylslkbmyslkb” 같은 기호들이 각 숫자 뒤에 거주하고 있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과 거대한 두 눈을 단 보라색 얼굴들이 그 숫자 뒤에 거주하고 있다. 단지 숫자로만 기입할 수 없는 ‘무수히 고유한 존재’로 있다는 선언문으로, 나는 이 작품을 읽는다.

 

어라운드4_under.jpg

「그림의 벽」 작품의 한 부분으로, 직사각형 네모 한 칸 안에는 ‘49’라는 숫자가 있다. 그 아래 네모 칸은 텅 비어있다.

 

 

  「그림의 벽」 왼쪽, 가장 아래 칸, 텅 빈 한 칸, 숫자들의 벽에 벽돌 한 장이 빠져있는 것처럼 비어있다. 바로 이곳. 탈시설운동-자립생활운동-장애인야학운동-장애인노동운동이 시설사회 담벼락에서 빼낸 벽돌 한 칸. 출구가 되고, 탈출구가 되는 이 한 칸을 따라 2017년부터 노들야학 봉고차에 터질 듯 꽉꽉 채워 타고선 거주시설과 노들야학을 오가며 춤을 추었다. 장애해방운동이 마련한 물리적 근거(ground)를 따라 지역사회의 지면(the ground)을 울리며 “이곳에 왔네/ 이곳에 있네/ 이곳에 도착”(노들야학교사 이민휘) 했다.

 

 

 

  곁에_around

 

어라운드5_일렁거림.jpg

「그림의 벽」 작품의 한 부분으로, 직사각형 네모 안에 ‘10’이라는 숫자와 함께 찌그러진 수십 개의 청록색 동그라미가 출렁이고 있다. 그 아래에 빠그라진 수십 개의 카키색 동그라미가 서로 뒤섞이며 출렁이고 있다.

 

 

  노들에스쁘와팀은 우리 곁에서(around) 춤을 추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이음센터, 서울시의회, 성북광장, 북토크 현장, 세종문화회관에서 춤을 추었다. 우리의 춤 공연을 본 많은 비장애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낯선 시간 속으로 거듭(re) 휘말려(volution) 들어가 출렁였던 순간을 이야기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매끄럽지 못한 장애인들한테서 긴장된 거리감을 느꼈다. 그러나 머잖아 공연의 열기 속으로 깊이 빨려들었고, 장애인들이 돌아가며 전문 연기자나 조력자와 짝을 이뤄 춤을 출 때는 거의 무아지경이 되고 말았다. 바퀴 달린 사무용 의자에 앉은 장애인과 두 다리로 선 비장애 연기자가 손잡고 수없이 원을 그리며 도는 춤은 흡사 황홀한 아이스댄싱이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겨레』 안영춘 논설위원)

 

  “서로를 거울삼아 움직임을 주고받고 가지고 놀면서 점점 크게 퍼뜨리는 후반부의 장면. 서로를 마주보는, 기쁘게 기쁘게 서로의 존재를 자신의 안으로 받아들이는, 응답하는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열어젖혀 보이는, 표정과 몸짓, 그 기쁨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고 목구멍이 간질간질한 채 생각했다.” (페이스북 공연 후기 중에서)

 

  “압도 되었다. 아무 생각 안했다. 그냥 봤다. 최근에 본 어떤 공연 보다 시간이 아주 빠르게 흘렀다. 공연 중 판단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무대 위에 존재하는 등장인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함께 웃고, 듣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었던 유일한 공연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 공연 후기 중에서)

 

  “실수가 뭔지, 또 잘한 건 뭔지. 알 수 없는 세상에 이런 방식으로 균열을 내다니요…” (인스타그램 공연 후기 중에서)

 

  “서로가 서로의 곁이 되어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무용수들 간의 놀라울 정도의 신뢰와 유대감을 느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서로를 지지하고 곁이 되어가며 기쁜 시간을 만들어 나가는 한국의 이런 면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어요.” (스코틀랜드 배로우랜드 발레단의 무용수들)

 

  노들에스쁘와의 공연은 마주침과 공명이 조성되고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출렁임의 사건을 만들어낸다.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는 상호적 관계의 사건을 만들어내는 노들에스쁘와의 춤은 장애/비장애, 정상/비정상, 보편/특수라는 고체화된 규범을 출렁출렁 넘어설 것을 요청한다. 우리의 춤을 설명하려 할 때 만나게 되는 언어의 한계에서 등장하는, 출렁이는 낯선 감각에서 시작되는 액체적 세계감을 요구한다. 출렁이고, 철렁이고, 글썽이고. 넘실대고, 흐르고, 잠기고, 젖고, 스미며, 이분법적 질서로 고정된 “천박한 감각의 고정관념을 버리도록 하자!”고(프리드리히 니체) 노들에스쁘와는 요청한다. ‘무수히 고유한’ 존재들과 평평한 관계를 맺기 위해 세계는, 사회는, 우리는, 당신은, 나는 조금 더 급진적으로 출렁거려야 한다.

 

 

 

  어라운드 마로니에

 

  2022년 1년간 공연/전시를 통해 경험을 쌓은 노들에스쁘와 팀은 출렁이는 세계 속으로 조금 더 나아가보기로 했다. 기존의 공연은 누군가 불러주었을 때 이루어졌다면, 2023년에는 우리가 판을 벌여보자는 쪽으로 결의했다. 공연 제목은 어렵지 않게 정해졌다. 작년에 진행했던 ‘어라운드(around)’라는 공연 제목에 장소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올해는 마로니에공원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기에 공연 제목은 ‘어라운드 마로니에’로 결정되었다. 앞으로 대구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어라운드 대구’, 마추피추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어라운드 마추피추’가 될 것이다.

 

  노들에스쁘와의 공연에 ‘초대’ 팀을 꼭, 부르기로 했다. 거주시설에서 살아오며 49년, 38년, 32년 동안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자기자리 없이 지내왔다면, 탈시설을 통해 쟁취한 ‘초대’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며 당신을, 당신들을, 우리의 곁으로 ‘초대’하고자 했다. 노들에스쁘와 공연 앞, 으로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춤-자리를 만들어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의 션샤인아놀드훌라 팀, 중구센터 권리중심공공일자리노동자 팀, 센터판의 시끌벅적음악대, 인천의 댄스 팀 노라조를 차례로 초대했다. 노들에스쁘와 공연 뒤, 로는 뮤지션들의 음악-자리를 만들어 젬베콜라, 티아모뇽, 수잔, 아메네를 차례로 초대했다.

 

  노들에스쁘와의 무대는 늘 그랬듯 평평한 곳에서 펼치기로 했다. 우리가 춤추는 곳, 마땅히 턱과 계단이 없는, 그 누구도 난입할 수 있는, 떨어질 위험 없는, 평평한 바닥에서 시작되어야 했다. 무대 ‘위’에 올려져 구경거리가 되었던 장애를 둘러싼 구경의 역사를 반복할 수 없기도 했다. 우리는 평등한 관계 맺기의 예시적 정치, 의 자리로 평평한 바닥, 평평등한 지상 ‘위’에 무대를 펼쳤다. 우리는 동등하지 않지만 우리는 무자비한 평등을 지향한다. 평평등한 존재자들이 누구든 드나드는 공간, 평평등한 존재론이 실행되는 공간, 평평등한 눈높이에서 노들에스쁘와의 공연을 펼쳤다.

 

 

  # 2023. 7. 22. (토) 첫 번째 공연

 

  • 장면 1: 예정된 공연 시작 1분 전까지 비가 내렸고, 공연 끝나기 1분 전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열린 한 조각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춤을 추었다.

 

  • 장면 2: 공연의 총감독 김유미가 코로나19에 확진되어 격리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공연을 멀리서라도 봐야겠으니 오겠다고 했다. 느닷없이 노들야학 박경석 고장샘이 나타나 라이브를 시작했다. 뭔지 모를 한 조각 퍼즐이 맞춰진 듯 했다.

 

  • 장면 3: 눈맞-춤, 손맞-춤, 발맞-춤을 추며 산산 조각난 부서진 삶의 조각들을 함께 맞춰나가는 맞-춤을 추며, 환호하고 박수치며 온전한 기쁨을 만끽했다는 확신.

 

  * 메모: 단번에 세계를 뒤엎어버리겠다는 혁명주의가 아니라, 힘을 모아 점진적으로 세계를 수정해나가자는 계량주의가 아니라, 작은 혁명들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과정 속에 비장애중심적 “도시건물의 벽돌을 매일 하나씩 하나씩 빼서 부수겠다”는(로자 룩셈부르크) 그 한 조각, 또 한 조각 구멍을 내어 비장애중심주의 누수 지대를 만드는 해방구로서 우리는 춤을 추는 것만 같다. 우리의 춤은 감응적 투쟁이다. 한 조각 한 조각 우리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 2023. 9. 3. (일) 두 번째 공연

 

  • 장면 1: 지난 몇 달간 춤의 자리로 나오지 않던 N이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차례 자기 뺨을 후리며 “때리면 안 돼. 때리면 안 돼” 했다. 오늘도 춤은 안 되겠구나, 했는데 춤-순서에 알맞게 일어나 짝꿍 댄서와 함께 나란히 빙글빙글 돌며 환하게 춤을 추었다.

 

  • 장면 2: 지난 몇 달간 춤의 자리에서 긴밀한 유대감 속에서 춤의 기쁨을 누리던 O가 공연 중에 짝꿍 댄서에게 강렬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 장면 3: 언제 공연하냐고, 언제 또 공연하냐고, 도대체 공연은 언제 또 하냐며, 공연을 아기다리고기다리던 D가 공연 중에 두 눈 꼭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 메모: 우리는 어떻게든 끝끝내 문제로 규정지으려 하지 않고, 낯선 것으로, 미지의 것으로 놓아두려한다. 정의하고 규정짓는 방식이 아니라 온도의 평형을 맞추는 것, 맥락과 배경을 우선시 두는 것. 조화나, 균형, 소통이라는 온화한 기분만이 아니라, 여전히 이물질 같은 불명함. 원인불명-정체불명-출처불명… 그 불명함을 지속하면서 관계를 만들면서 소통하고, 교통한다. 우리의 춤은 대체로 몸짓-몸빛-몸말-몸가눔-몸놀림-몸바꿈을 오가며 춤, 이라는 것을 ‘불명’으로 만든다. 나이불명-국적불명-성별불명-무수한 불명들 속에 우리의 춤이 있다.

 

 

  # 2023. 10. 13. (금) 세 번째 공연

 

  • 장면 1: 4분의 4.20박자, 4분의 3.26박자, 4분의 2.19박자, 4분의 1.22박자로 춤을 추는 몸들이 ‘무수히 고유한’ 박자로 둥글게 춤추며 걷는다. 찌그러지고 빠그라진 걸음으로, 동그랗게 춤추며 걷는다.

 

  • 장면 2: 전동휠체어-유아차-바퀴의자-와상휠체어-이주외국인-홈리스-문화예술노동자-비정규청소노동자-페미니스트-퀴어-불구, 심지어 침묵으로 차별을 공모하던 누군가도 뒤섞여 둥글게 춤추며 걷는다. 찌그렁빠그렁하게, 동그랗게 춤추며 걷는다.

 

  • 장면 3: 둥글게 걷다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당신의 지향성은 어디로 향하는지, 전혀 개의치 않게 되는 찌그렁빠그렁한 동그라미가 완성되는 놀라운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 메모: “분리와 배제가 아닌 권리를 향한 연결과 관계의 공간”(시민호소문)을 만들어나가는 투쟁, 비장애-감각을 출렁이게 하는 감응적 투쟁, 으로 뒤섞여 함께 춤춘다.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맹렬하고 고유하게 움직이는 이 몸들과 뒤섞여 존재를 실행하며 춤을 춘다. “우리 모습 그대로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사파스타 혁명군 부사령관 마르코스) 몸말을 춤추는 것, 이것이 노들에스쁘와의 예시적 정치 투쟁이라고 생각해 본다.

 

 

  # 2023. 10. 24. (화) 네 번째 공연

 

  - 장면 1: 박수들-환호들-걸음들

 

  - 장면 2: 조력자들-만장꾼들-통역사들

 

  - 장면 3: 나무들-바람들-노들

 

  * 메모: 우리는 자라고, 앞으로 나아가고, 발달해나가는 근대적 은유를 비켜선다. 우리는 세계를 감싸고, 둘러싸고, 뒤섞는 방식의 은유로 있다. “반드시 기억하라/ 우리는 당신과 떨어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이드리언 리치, 「분열」 중에서) 박수들-만장꾼들-나무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듯, 우리는 언제나 무리지어 세계를 감싸는 방식으로, 어라운드하는 방식으로 춤춘다.

 

 

 

  다음 공연

 

  네 번의 공연을 마치고 2주일 뒤, 노들에스쁘와의 물리적 근거인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이 서울시에 의해 폐지되었다. 사업이 폐지됨으로 인해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 자리잡아가고 있던 노들에스쁘와 댄서들의 기반이 송두리째 위기를 맞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전담 인력들, 강사들조차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다음 공연을 기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캄캄하다. 우리의 근거(ground)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이 땅(the ground)에 발붙이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악랄하고 끈질긴 곁(around)으로 지구에 함께 거주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교차하는 고민들을 언어장애가 있는 노들에스쁘와 댄서 중 한 명에게 다 털어놓았다. 탈시설한지 1년 조금 넘은 그, 가 천, 천천, 천천히, 천천히 주, 천천히 주먹, 천천히 주먹을, 천천히 주먹을 들, 천천히 주먹을 들어, 천천히 주먹을 들어올, 천천히 주먹을 들어올렸, 천천히 꼭 쥔 주먹을 들어올렸다. 나도, 당신도, 그들도 느낄 수 있는 그 몸짓. 탈시설하고 1년 동안 수도 없이 보았을 그 몸짓. 다음 공연을 열 수 있게 할 그, 몸짓에 희망(espoir, 에스쁘와)을. 

 

어라운드6_사진_정택용_230722.jpg

평평한 바닥에 펼쳐진 댄스 플로우 위로 공연자, 초대 손님, 관객, 스텝 모두가 올라와 손을 하늘로 쭉쭉 펼치며 다함께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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