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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9호_2014.5~6 - [Wz049_나쁜 행복을 말하다] 여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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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9호_2014.5~6 - [Wz049_노들호프를 잘 마쳤습니다] 씩씩한 후원주점&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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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9호_2014.5~6 - [Wz049_나는 그립니다] 은애의 글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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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9호_2014.5~6 - [5월후원소식] 씨앗을뿌리는사람들_5월 후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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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8호_2014.4 - [Wz048_들어가며+3월노들] 살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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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8호_2014.4 - [Wz048_한겨레 21 기고글] 장애여성으로 살아가기_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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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8호_2014.4 - [Wz048_노역일기] 박경석의 25만 원어치 노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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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8호_2014.4 - Wz048_노들 영진위] 장애3급, 그는 왜 죽어야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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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8호_2014.4 - [3월후원소식] 씨앗을뿌리는사람들_3월 후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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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7호_2014.3 - [Wz047_들어가며+2월노들] 산책-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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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7호_2014.3 - [Wz047_듣는 노들바람] 듣거나 말거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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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7호_2014.3 - [Wz047_나쁜 행복을 말하다] 살아가겟다? 살아야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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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7호_2014.3 - [Wz047_ㄴㅏ느ㄴ 주요한입니다] 다시 공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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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7호_2014.3 - [Wz047_한겨레 21 기고글] 인권아 학교가자_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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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7호_2014.3 - [Wz047_노들 영진위] 노들센터 올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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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6호_2014.2 - [Wz046_들어가며+1월노들] 모두 병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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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6호_2014.2 - [Wz046_기어가는 농사 이야기] 올해도 농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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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6호_2014.2 - [Wz046_나쁜 행복을 말하다] 201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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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6호_2014.2 - [Wz046_9를 위한 변명] 한겨레 21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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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웹진 46호_2014.2 - [후원소식] 1월 후원인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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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아닐 이유가 없었다는 사실
12년이란 세월을 함께 보내는 동안 무너진 상식 위에는 좀더 강력한 진리가 자리잡았다. 서른여섯이란 나이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거대한 자연의 순환 속에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기 충분한 나이다. 그 순리 위에서 우리는 평등하게 나이를 먹고 흰머리를 걱정했다. ‘1’들과 나의 차이는 여전하지만 나는 이제, 내가 ‘1’이 아닐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우리는 텃밭에서 캐낸 고구마처럼 자잘하게 다양했으리라. 그것이 분류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차이는 담백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갈라져 어디론가 팔려다니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은 달라졌다. 어떤 상자는 백화점 진열대에 올랐고, 어떤 것들은 상자도 없이 버려졌다. 갈라진 운명의 양 끝이 너무나 천지 차이여서 우리는 우리의 처음을 연결하지 못할 뿐이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을 오래 했던 활동가 J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지옥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낸 J의 10년은 멋있었다. 다시 태어나면 그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늦은 밤 녹취를 풀기 시작했을 때. 손끝을 따라 지옥도에 갇혔던 사람들이 한명 한명 풀려나왔다. 한여름에도 솜바지를 입은 여자에게서는 끔찍한 악취가 났다. 바지 속에서 다리가 썩고 있었다. ×자로 봉쇄된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한 남자가 자신의 똥오줌을 엉망으로 뭉개며 앉아 있었다. 온몸에는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 있었다. 침대에 팔다리를 묶인 채 한 사람이 각목으로 맞았다. 때린 사람들의 의도와 달리 그는 그날 밤에 죽었다. 나는 심장이 쿵쾅거려서 녹취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어둡고 각진 내 방 안에 그들과 나는 함께 갇혀 있었다. J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구해주길 바랄 만큼 길고 공포스러운 밤이었다. 아침이 되어 그들이 방을 나간 뒤에야 나는 겨우 잠에 들었다.
소년의 부모는 가난했다. 언제 버려졌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기차역에서 자고 있는 소년을 낯선 어른들이 차에 태웠다. 그가 내린 곳은 감옥 같은 철문과 성벽으로 둘러싸인 복지원이었다. 도망치다 붙들려온 사람들이 개처럼 두들겨 맞았고, 매일매일 사냥당한 짐승처럼 새로운 사람들이 잡혀왔다. 소년은 영문도 모른 채 두들겨 맞으며 잘못을 빌었다. 동상에 걸려 퉁퉁 부은 손으로 하루 종일 봉제일을 했고 냄새나고 상한 음식마저도 배불리 먹지 못했다. 소년은 도망을 치기로 했다. 목사의 설교가 이어지고 있을 때 예배당을 빠져나왔다. 무덤을 지나 높은 담벼락을 넘어 산으로 달렸다. 개들이 짖었다. 잡히면 저 무덤의 새 주인이 될 것이었다.
남자는 형수 친구의 소개로 기도원에 들어왔다. 정신장애인과 알코올중독자가 80명 있었다. 얇은 추리닝 한 장으로 견뎌야 하는 겨울은 혹독했다. 하루 종일 곱은 손으로 마늘을 깠다. 양념 안 된 반찬과 시래깃국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10년도 더 된 참치캔이 나왔을 때 그것마저 더 먹으려고 치열하게 싸웠다. 방문은 밖에서 잠겼다. 구석에 소변통과 대변통이 있었다. 그것들의 옆자리는 걸을 수 없었던 남자의 몫이었다. 남자는 목이 마른 고통을 처음 알았다. 오줌을 버려줄 사람이 없어 아무도 물을 주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명씩 죽어나갔다. 하나님,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죽은 이의 옆에서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어떤 삶들이 찾아왔다
여자는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재활원에 들어갔다. 기대와 달리 운동은커녕 움직이지도 씻지도 못했다. 여자는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했고, 그 힘으로 견뎠다.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원장이 말했다. 너희는 하나님하고만 결혼할 수 있다. 인터넷을 할 줄 알던 남자가 방법을 찾아 먼저 시설 밖으로 나갔다. 남자가 여자에게 휴대전화를 보냈다. 조금만 기다려. 감시가 시작되었다. 여자의 아버지가 엄포를 놓고 돌아갔다. 너는 죽을 때까지 이곳을 나갈 수 없다. 원장이 그녀의 몸속 깊숙이 숨겨놓은 휴대전화를 뺏었다. 혼자 남은 여자의 울음조차 방 안에 갇혔다. 죽으려고 모아두었던 약을 꺼냈다. 그러나 저들이 자신을 다시 살려놓을 것임을 여자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 늦은 밤, 여자는 모두가 잠자리에 들기를 기다려 무릎으로 정신없이 기기 시작했다.
저녁 6시. 야학이 소란스럽다. 여자가 설 선물로 양말을 한 켤레씩 돌린다. 어른이 된 소년은 동료의 기침 소리를 듣고는 감기약을 사러 간다. 남자는 엊그제 부인의 속을 뒤집어놓은 것이 미안했던지 ‘그래도 너밖에 없다’며 음흉하게 웃어 보인다. 이렇게 착하고 정직하고 정 많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살았다. 1987년 내가 가족과 물놀이를 갔을 때 소년은 목숨을 걸고 산속으로 탈출했다. 1997년 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기도할 때 남자가 진창 속에서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2009년 내가 활동가가 되어 탈시설 농성에 참여하고 있을 때 여자는 불빛 하나 없는 시멘트 길 위를 네발로 기어 도망쳤다.
어떤 삶들이 버려졌다
받아쓰기는 너무 어려워. 여자가 무심히 웃을 때 가슴에 바람 같은 것이 지나갔다. 너는 누구냐. 내가 놀고 꿈꾸고 성장하는 동안 손발을 묶이고 울음조차 짓이겨진 너는 도대체 누구냐. 누가 너를 가두어 이득을 취했고, 이렇게 너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또 누구인 것이냐.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S에게 가야 한다.
S가 처음 집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그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전동휠체어를 신청하고 수급비를 받을 수 있게 도왔다. 그가 전동을 타고 어디엘 가는지, 수급비를 받아 무엇에 쓰는지는 몰랐다. 경찰이 술에 취해 널브러진 S를 뼈만 남은 가난한 엄마에게로 인도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얼마 뒤 그는 시설에 보내졌다. 화가 날 때마다 동생을 분풀이 상대로 삼았던 형제가 그를 가두었다. 그를 받아주지 않았던 학교와 일을 주지 않았던 기업이 그를 가두었다. 딱 소주를 살 만큼의 수급비를 주었던 국가와 그에게서 소주병을 뺏는 대가로 그 돈을 취하기로 한 시설이 그를 가두었다. 그리고. 인사불성이 된 그의 치다꺼리 몇 번에 질려버린 내가, 이젠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내 마음이 그를 가두었다. 99를 가진 이들이 1을 가진 사람의 마지막 하나를 빼앗고 그를 버렸다. S를 보러 가는 길은 고역이다. 그의 힘없는 눈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것은 괴롭다. 나는 내가 아닐 이유가 전혀 없었던 어떤 삶을 버려두고 흔들린다. ‘1’들과 함께 싸우지만, 어떤 ‘1’은 포기하는, ‘1’이 되지 못한 나는 여전히 안전한 ‘9’이다.
홍은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