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나는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내가 점프하는 이유」 공동체 상영회 GV 후기

 

 

 

 최민경

다른 곳에서 삐걱대며 춤을 추다가 노들야학에 와서 추고 싶은 춤을 추고 있어요. 쉽게 지루해하고 게으름 피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최민경.jpg

 

  「내가 점프하는 이유」(The Reason I Jump)는 히가시다 나오키의 책 『나는 왜 팔짝팔짝 뛸까』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의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험과 주변인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 모두 현실을 조종하며 삽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도 현실을 조종하기 위해 (혹은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이는 그네를 타고, 어떤 이는 트램펄린 위를 뛰고, 어떤 이는 하염없이 걷기도 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도 현실을 잘 조종하기 위한 저만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기력함이나 허탈함과 같이 좀 더 힘든 감정을 경험하면 더더욱 낯선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한밤중에 낯선 동네 배회하기, 과음하기, 3일 내내 자기 등등. 이 또한 내 요동치는 감정을 여러 방식으로 조절하려는 시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합교육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나누기 위하여 마련된 상영회에서 보았습니다. 한 유명 만화가가 특수교사를 고소한 사건이 한창 화제가 되었던 때였어요. 사람들은 교사의 편에 서서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낸 그를 비판하기도 하고, 학부모인 그의 편에 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그를 두둔하기도 하기도 했어요. 화끈화끈한 그 현장에서 통합교육과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조명을 받았습니다. “장애아이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므로 특수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성기 노출과 같은 돌발행동을 한 아이와 내 아이를 같은 학급에 보내고 싶지 않다” 등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이 의견들의 저변에는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의미가 숨어있었어요. ‘너는 우리와 다르다’, ‘너의 다름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의 피해도 입혀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따로 살자’.

 

  어떤 사람들은 감각신경의 예민성 혹은 둔감성으로 인해 구성원 다수가 보기에 비정상으로 느껴지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도전행동’이라고 불리는 환영받지 못할 행동까지 아주 다양해요. 물론 감각의 수용 방식 차이 외에도 한 개인의 일생 동안의 경험, 학습 방식, 신체 및 정신적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 그날의 기분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은 내적 불안감을 낮추거나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조종하기 위한 표현이며 시도들입니다. 이는 상대를 괴롭히려는 의도의 학교폭력과 구분됩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자폐아, 또래 여학생, 성기 노출과 같이 몇 개의 단어만을 이어 붙여 이목을 끌고 맥락은 삭제한 기사들이 보도되었어요. 그 누구도 이렇게 행동만이 부각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 그 잔인한 해석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는 실제로 갑질이나 학대 정황이 있었는지보다 이 사건을 다루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또 다른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더 궁금합니다. 이질적인 듯 보이는 상대에게서 나와의 공통점을 볼 수 있을지,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분리된 세계의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는지, 닫힌 마음을 열고 분리보다 통합을 선택할 의지가 있는지 말입니다. 이렇게 통합을 선택한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설레는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교사의 과중한 업무 조정, 지원인력 추가 배치 등 환경을 이리저리 바꿔볼 수 있는데요, 이는 생각보다 엄청난 일입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인데 오죽하겠어요.

 

  ‘나는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이 문장은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독백입니다. 저도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내면을 직접 드러내어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누구나 지닌 이 연약함을 드러내는 사람을 저는 사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흔들리며, 흔들리는 당신과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파도, 다쳐도, 늙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며 모두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불안함도, 지긋지긋함도, 때로는 감동과 환희도 이 우주의 모든 감정을 맘껏 느끼고 표현하며 당신과 살고 싶어요. 함께 고민해주세요. 함께 살아갑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073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합니다 / 조상지 노들은 사랑을 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제작합니다  영화반의 노들야학 30주년 축하 영상 제작 일기      조상지 노들장애인야학 부총학생회장           ... file
1072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원장의 말_ 사랑사랑 내 사랑 노들야학, 오래오래 오래도록 백일장! / 이예진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원장의 말] 사랑사랑 내 사랑 노들야학, 오래오래 오래도록 백일장!      이예진 어쩌다보니 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준비위...
1071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심사위원장의 말_ '심사'를 '숙고'하기 / 이지훈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심사위원장의 말] '심사'를 '숙고'하기      이지훈 노들야학에서 글을 함께 쓰고 삶을 다시 짓는 사람           2023년 7월 25일... file
1070 2023년 겨울 136호 -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수상작을 소개드립니다! 특집_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 수상작을 소개드립니다!           이번 ‘노들야학 30주년 백일장’에는 35명의 학생이 총 46개의 글과 그림을 출품했습니다. 백일장... file
1069 2023년 겨울 136호 - 얼렁벌렁한 첫 연구수업을 끝내고 / 송나현 얼렁벌렁한 첫 연구수업을 끝내고        송나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 청솔1-B반 국어 수업으로 노들과 함께하고 있는 송나현입... file
1068 2023년 겨울 136호 - 똑똑똑, 취재 왔어요 / 비마이너읽기반 똑똑똑, 취재 왔어요 노들야학 〈비마이너〉 읽기반의 미술반 취재기        〈비마이너〉 읽기반 (명학, 희자, 인혜, 오성, 세현, 기대, 혜민) 목요일 3, 4교시 ... file
1067 2023년 겨울 136호 - 움직이는 진 무리 / 하마무 움직이는 진 무리        하마무 진 수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목요일 진 수업이 인생의 낙입니다. 사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Zine) 수업에... file
1066 2023년 겨울 136호 - 또 다른 감각, 노들야학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야기들 / 이민제 또 다른 감각 노들야학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야기들        이민제 들숨 날숨 잘 호흡하며 살고픈 우주 시민. 현재, 실상사 작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 file
1065 2023년 겨울 136호 - 고마운 노들의 식구들에게 / 구김본희 고마운 노들의 식구들에게        구김본희 푸른꿈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2023년 여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3주간 인턴십으로 함께 했습니다.         ... file
1064 2023년 겨울 136호 - 들다방 급식이 달라졌어요 / 오하나 들다방 급식이 달라졌어요 노들장애인야학 급식소는 비건식도 해낸다!        오하나 들다방 마감 & 청소 담당. 동물들이 편히 머물다 갈 수 있게, 작당하고 ... file
1063 2023년 겨울 136호 - 들다방이 상을 받았습니다 / 박준호 들다방이 상을 받았습니다        박준호 들다방 4년차           들다방이 상을 받았습니다. 들다방은 대항로 건물 4층에서 밥을 하고 커피와 음료를 파는 곳입... file
1062 2023년 겨울 136호 -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 시간 동안 / 조정민 오만 일천 칠백 사십 사 시간 동안        조정은 들다방 6년 지기             안녕하세요, 들다방 근로지원인 조정민입니다. 제가 들다방에서 바리스타분들과 ... file
1061 2023년 겨울 136호 - [장애인권교육 이야기] 장애인권 교육을 위한 인권 공부 / 임미경 동네 한 바퀴장애인권교육 이야기 장애인권 교육을 위한 인권 공부        임미경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인권을 이야기합니다.... file
1060 2023년 겨울 136호 -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탈시설 멘토와 함께 떠나는 자립여행 / 이윤재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탈시설 멘토와 함께 떠나는 자립여행 인강원 & 노들 자립여행기        이윤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지난 11월 2... file
1059 2023년 겨울 136호 - 모든 시설이 폐쇄되는 그날까지 / 이수미 모든 시설이 폐쇄되는 그날까지        이수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현수막에 ‘수미가 어둠을 헤치고’라고 쓰여 있네요. 제가 자립을... file
» 2023년 겨울 136호 - 나는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 최민경 나는 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내가 점프하는 이유」 공동체 상영회 GV 후기        최민경 다른 곳에서 삐걱대며 춤을 추다가 노들야학에 와서 추고 싶은 춤을... file
1057 2023년 겨울 136호 - 제8회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를 마치며 / 배재현  제8회 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를 마치며        배재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으로 활동 공간을 옮기고 모든 것을 새롭게 ...
1056 2023년 겨울 136호 - 보치아를 접하면서 / 황인준 보치아를 접하면서        황인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내 주변에 중증장애인이면서 보치아 선수로 활동하는 동료가 있는데, 그 동...
1055 2023년 겨울 136호 - 노들PAN의 파워싸커 도전기 / 서기현 노들PAN의 파워싸커 도전기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 대한장애인파워싸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야기는 노들PAN(Powersoccer’... file
1054 2023년 겨울 136호 - 문턱이 없는 밴드 ‘어깨꿈 밴드’ / 해방 문턱이 없는 밴드 '어깨꿈 밴드'        해방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어깨꿈 밴드에서는 코러스를 맡고 있습니다.           어차피 깨진 꿈 투쟁하며 ...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8 Next
/ 58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