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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아 안녕

센터판 식구들 사랑해요

 

 

 조윤경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조윤경1.jpg

 

 

  안녕하세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서 자립생활주택 코디네이터로 일한 지 6개월을 막 넘기고 있는 조윤경 활동가입니다. 저는 청계천에서 만 15년 동안 배관 자재 회사에서 경리 및 판매 일을 하던 중, 노후에도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사회복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2년에 걸쳐 학점은행제를 통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사이 이직 제의가 들어와 잠시 두피상담사로 일하기도 했는데요. 손님들과 일대일로 상담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그들의 문제를 개선해주는 보람은 있었으나, 매출 상승에만 급급한 원장님과 마음이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 처음 한두 달은 20년 만의 쉼이니 여유 있게 누릴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4개월째로 접어들면서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군데 정도 일을 다녀보긴 했지만 내가 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고, 나는 어떤 곳에서 일을 해야 하나 점점 마음이 힘들어졌습니다. 50대인 내가 벌써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인가 싶은 생각에 자존감마저 낮아지고 있었지요. 그러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 분야로 더 늦기 전에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사이트를 보고 여러 곳에 원서를 넣어 보았습니다. 사회복지사를 원하는 곳은 노인, 장애인, 어린이, 청소년, 여성 등 여러 곳이 있었지만 주로 노인과 장애 관련 기관에서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더군요.

 

  지원을 한 기관들에서 어떤 곳은 아예 연락이 없었고, 한 복지관에서는 면접까지 봤지만 나보다 더 젊은 사람이 뽑히더군요. 그래서 조금은 낙담하고 있던 차에 센터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배관 자재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모집 공고에서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운영 및 관리’라고 적혀 있던 부분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러나 1차 면접을 보러 간 날 제가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면접관으로 들어오신 소장님께서 ‘우리는 주택 건물을 관리하는 게 아니고요~’라고 말씀하신 후 여러 질문들을 주셨는데, 저는 제대로 준비된 답변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당일 저녁 2차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솔직히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이사장님의 2차 단독면담은 입사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의 과정이었고, 그렇게 저는 센터판에 입사를 하게 되었지요.

 

  입사한 지 사흘 만에 자립생활주택의 한 이용자께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인수인계는 뒷전인 채 그 이용자분을 지원하느라 바빴고, 노들 단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열흘 만에 다시 노들 전체 워크숍에 참석하는 등 그야말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행정 일도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졌고, 장애인 분야가 처음인 저는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느라 처음 한 달 동안은 두통약까지 먹으며 버텼습니다. 투쟁, 선전전, 행정 업무를 병행하며 자립생활주택 이용자분들을 지원하는 일이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적성에는 맞는 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센터판의 여성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지원해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돌아보니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 안에 소중하게 자리한 것은 센터판의 활동가들입니다. 삭막하고 이기적인 시대에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함께 가고자 하는 마음과 정을 함께 일하는 활동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동료들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센터판 식구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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