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1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우리는 서울시 적이 아니다!

 

 

 박찬욱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

 

 

 

 

  3월이면 이곳 유리빌딩은 안 그래도 정신없는 곳이 조금 더 정신없어지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3월 26일은 2002년 최옥란 열사가 터무니없는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다 유서를 남기고 돌아가신 기일이다. 이 날을 시작으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지나 5월 1일 노동절까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장애인운동 진영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을 꾸린다. 이 기간에 각 지역 장차연도 별도로 시청이나 도청, 구청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420투쟁을 진행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3․26 전국장애인대회를 시작으로 420공투단이 출범했다. 전국 각지의 장애인단체와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많은 동지들이 서울 시청으로 모였다. 과거 대한민국 정부가 28만 원의 수급비로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부정하고 모욕했다면, 올해 서울시는 활동지원 수급자 일제 조사, 자립생활센터 자료 제출, 단체활동 지원금 현장 실사의 이름으로 우리를 모욕했다.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들에 대해 ‘착각하지 말라고, 그것은 시혜와 동정의 부산물이었다’고 서울시가 이야기하는 듯했다. 노들야학의 학생들이 삭발하고 한강 다리 위를 기어 쟁취했던 그 활동지원제도라는 권리는 우리가 언제든 앗아갈 수 있으니 너희는 투쟁도, 아무 요구도 말라는 협박이었다.

 

  서울시의 의도대로 활동지원 일제 조사 안내문을 받은 야학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술렁임이 있었다. “이러다 활동지원 시간 줄면 어떡해요.” 지금도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 불안과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협박하기에 꽤나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수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우리의 투쟁이 왜 정당한지, 이 서울시의 안내문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다시 곱씹는다. 불안함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저마다의 분노로 다시 투쟁을 외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이 사회적 강자라고 말한다. 탈시설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밖에서의 생활이 힘들면 다시 시설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장애인 거주시설 선택권을 얘기한다. 오세훈이 시설 생활인을 붙잡고 그 말을 하던 순간이 마침 영상으로 남아 있어, 야학 학생들과 함께 봤다. 온갖 탄성들이 튀어나왔다. 시설이 얼마나 폭력적인 곳인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처럼 쉽게 내뱉어선 안 되는 말이었다. 서울시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은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은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 살아야 한다’, ‘탈시설에는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며 예산과 비용의 논리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확대를 가로막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작년 서울시 탈시설지원조례의 통과를 기뻐했던 순간이 무색하게, 시설 시스템을 유지하고 개편하는 방향으로 서울시의 정책이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이 역주행을 멈춰 세우자고 노들야학의 학생들도 서울시청으로 모였다.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 올해 420공투단의 슬로건이다. 누구는 태우고 누구는 남겨둔 채 떠나는 열차가 아니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시민권 열차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 테다. 올해의 시작부터 우리는 열차에 탈 수 없었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탑승조차 거부됐던 것은 물론이고, 시청역 지하에 농성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다쳤으며, 발달장애인 활동가는 연행됐다. 발달장애인법 제13조에 따라 전담 사법경찰관이 있는지 질의하려고 했으나 ‘장애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입을 닫고 답변을 거부했다.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불법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1박 2일 동안 우리가 맞닥뜨린 수많은 폭력과 서울시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저들의 탄압이 거세질수록, 평등의 열차에 타기 위한 우리의 투쟁은 더욱더 강고해질 것이다. 투쟁!

 

박찬욱1_사진출처비마이너.jpg

사진출처: 비마이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004 2023년 봄여름 134호 - [교단일기] 사랑하는 나의 노들극장을 소개합니다 / 임미경 [교단일기] 사랑하는 나의 노들극장을 소개합니다      임미경 ‘씨앗’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이고, 노들야학 연극반 ‘노들극장’ 교사... file
1003 2023년 봄여름 134호 - 오늘도 우리는 수업합니다 / 탁영희 오늘도 우리는 수업합니다       탁영희 노들장애인야학의 수업은 학생들만 땡땡이 치고 싶은 게 아니라 교사도 땡땡이 치고 싶다. 그런 야학 교사 중 한 명이다.... file
» 2023년 봄여름 134호 - 우리는 서울시 적이 아니다! / 박찬욱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우리는 서울시 적이 아니다!      박찬욱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           3월이면 이곳 유리빌딩은 안 그래도 정신없... file
1001 2023년 봄여름 134호 -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위한 사생결단 Disability Pride! / 조은소리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위한 사생결단 Disability Pride!      조은소리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아래... file
1000 2023년 봄여름 134호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 순회투쟁기 / 박유철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 순회투쟁기      박유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입니다. 부모연대에 처음 들어오면서 했던 말... file
999 2023년 봄여름 134호 - 서로의 자부심이 되도록! / 연윤실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서로의 자부심이 되도록!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창립대회       연윤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간사이자 회원들의 수줍은 팬... file
998 2023년 봄여름 134호 - 성북 420투쟁 & 420 1박 2일 투쟁 / 조재범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성북 420투쟁 & 420 1박 2일 투쟁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 file
997 2023년 봄여름 134호 - 열차는 어둠을 헤치고 장애해방의 종로구로 나아가지요 / 민푸름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열차는 어둠을 헤치고 장애해방의 종로구로 나아가지요      민푸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장애인 당사... file
996 2023년 봄여름 134호 -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다큐 「일로 만난 사이」로부터 / 박임당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다큐 「일로 만난 사이」로부터      박임당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각종 미션 수행 중           태... file
995 2023년 봄여름 134호 -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서울시의 악질적인 장애인단체 표적 조사를 바라보며 / 서기현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서울시의 악질적인 장애인단체 표적 조사를 바라보며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           최근 서울시가 장애인의 권리를 ... file
994 2023년 봄여름 134호 - 그 봄, 우리가 경찰서를 드나들었던 이유 / 남호범 그 봄, 우리가 경찰서를 드나들었던 이유 서울시 경찰서 편의시설 전수조사 후일담      남호범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           지난 2월 20일 오전 9시, ... file
993 2023년 봄여름 134호 -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힘으로 차별 없는 세상을! / 이수미 중증장애인 당사자의 힘으로 차별 없는 세상을!      이수미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이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이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개...
992 2023년 봄여름 134호 - 화살을 같이 맞아줄 정치가 그리워집니다 / 박경석 화살을 같이 맞아줄 정치가 그리워집니다  제4회 노회찬상 수상 소감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 file
991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들 책꽂이] 도대체 전장연이 왜 그러는지 궁금하다면 / 장혜영 노들 책꽂이 도대체 전장연이 왜 그러는지 궁금하다면       장혜영 탈시설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비장애 형제자매.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 file
990 2023년 봄여름 134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지은이 이규식 / 고병권 고병권의 비마이너 지은이 이규식      고병권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책을 써왔다. 인간학을 둘러... file
989 2023년 봄여름 134호 - 그들의 투쟁이 우리의 대의를 일깨우고 있다 그들의 투쟁이 우리의 대의를 일깨우고 있다         *편집자 주: 국내의 진보적 연구자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하는 선... file
988 2023년 봄여름 134호 - 좋아하는 사람, 하늘, 고양이 / 박소민 좋아하는 사람, 하늘, 고양이      박소민 작가는 도구에 따라 그림의 형태를 다르게 합니다. 색연필 혹은 사인펜으로는 주로 형태가 있는 대상을, 물감으로는 도... file
987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들야학 30주년 슬로건이 정해졌어요! / 남호범 노들야학 30주년 슬로건이 정해졌어요!   “노들오래대다노들좋다노들쭉가자”      남호범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 file
986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란들판이 세상을 구한다! / 허신행 노란들판이 세상을 구한다!   2023 노란들판 활동가 전체 워크숍 보고       허신행 사단법인 노란들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란들판은 노들장애인... file
985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란들판에도 성평등 내규가 만들어졌습니다! / 노란들판 성평등위원회 노란들판에도 성평등 내규가 만들어졌습니다!     노란들판 성평등위원회         성폭력은 성별 권력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 행위를 말하며, 개인의 동의 ...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6 Next
/ 56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