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울 133호 - [노들아 안녕] 소란과 함께 / 이지훈
노들아 안녕
소란과 함께
이지훈
안녕하세요, 노들야학 신입교사 이지훈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옷차림을 단단히 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가벼운 옷매무새가 더 나을 것 같은 나날이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추위에 움츠러드는 계절임엔 틀림없어 보여요. 2022년 3월 31일, 제가 노들야학에 처음 왔을 때엔 봄꽃들이 한껏 돋아나고 있었거든요. 처음 노들야학을 방문했을 적에 건물 곳곳을 메우고 있던 웅성거림이 기억나요. 복도와 교실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풍경이 잊히질 않아요. 어쩌면 노들이 피우는 이야기꽃은 탈바꿈하는 계절들에 아랑곳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마다의 모습을 꿋꿋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끊이질 않는 소란만큼이나 힘 있고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 있을까, 혼자 괜히 떠올려보기도 해요.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아요. 노들을 향한 제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일 거예요.
저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소설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장애를 다루는 소설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어요. 지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쓰였는지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해요. 물론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분하고 답답한 마음이 앞설 때가 더 많아요. 누군가에게 고통과 상처를 떠안기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매일같이 깨닫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럴 적마다 노들이 써온 이야기들, 지나온 자취들을 꺼내 읽어봤어요. 그곳엔 늘 단단한 웃음들과 힘찬 슬픔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어느 소설보다도 저를 강하게 끌어당겼던 것 같아요. 제가 복도를 서성이거나 교실을 오다니고 있을 때, 학생들이 종종 물어와요. 언제, 어떻게 노들을 알게 되었느냐고. 학생들이 선물해준 관심에 반가움이 한가득 들어차는 바람에, 그동안 대답을 잘하질 못했어요. 이제야 달뜬 감정을 조금 추스르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다한 좌절로부터의 해방을 꿈꿀 때마다, 필연적으로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에요.
나의 해방과 당신의 해방은 연결되어 있다고 했던가요. 그리고 이로부터 싹트는 희망을 부단히 일궈온 곳이 노들이라고 알고 있어요. 이곳에서 저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배움을 밑동 삼아 소란을 멈추지 않는 일, 대화의 춤을 함께 추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 다음 모욕과 차별에 당당히 맞서는 언어를 무한히 만들어서 같이 나누고 싶어요. 꿈은 이렇게나 꾸고 있지만, 여전히 쭈뼛거리곤 해요. 어떤 말을 하면 부끄러움이 절로 달아오를 때가 있어요. 그래도 용기를 다지고 건네볼게요.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