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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은 사랑을 싣고

성장통,

가장 큰 배움이 된 노들

20년 전 노들을 지키던 해방, 현 김포야학 활동가 인터뷰

 

 

 인터뷰 * 명학

〈노들바람〉 편집위원 

 

  인터뷰이 * 해방

관계가 서툴고, 소통이 어렵고, 흔들거리지만, 세련되고 멋진 미리 투쟁하는 사람들을 흠모해서 그들 곁에 계속 있으려는 해방입니다. 긴장도가 높고, 예민하고, 걱정은 사서 하지만, 멋진 사람, 투쟁하는 사람들과 곁에 있는 것이 좋아서 장판을 떠날 수 없는 사람이랍니다.  

 

 

 

해방_김명학인터뷰2.jpg

 

 

 

  - 노들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2003년 구인광고를 보고 노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들야학 공공근로 사회복지시설 채용 공고였습니다. 면접을 보러 혜화에 위치한 대보빌라를 찾아갔어요. 햇살이 잘 드는 1층집이었는데, 그 당시 박경석 교장샘, 도경이, 기룡이, 은전이, 박현 님이 계셨고, 면접이 따뜻하고 생경한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격의 없이 교장샘을 형이라고 부르는 도경이가 너무 멋져 보였고, 생활한복을 입고 있던 교장샘, 수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박현 오라버니 모두가 위인처럼 보였어요.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비현실적이게 느껴지고 이곳이야말로 진짜 세계 같았어요. 대학 동아리방 같은 대보빌라 노들야학 사무국, 노들센터, 그곳이 그렇게 좋아보이더라구요.

 

  - 노들 어느 단위에서 활동을 하셨는지요?

  노들센터 소속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닥 구분이 없었어요.

  박현 오라버니가 이동권연대, 노들센터 사무국장이었지만, 노들센터보다는 이동권연대가 주 활동이었던 때였어요.

 

  - 거기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요?

  처음에는 노들야학의 영애언니, 은영언니의 등하교 활동지원을 했어요. 일주일의 며칠은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살고 계신 영애언니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아차산 정립회관 노들야학으로 갔고, 또 며칠은 답십리 은영언니의 집에서 노들야학 등원을 지원했어요.

  한두 달 지나서 교장샘이 따로 보자고 하셔서 찾아가 보니, 상근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고, 노들센터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협의회) 간사단체를 맡으면서 저는 협의회 간사 역할을 하게 된 거죠. 그 당시에는 협의회만 있었고, 보건복지부와 TF를 하면서 복지부 과천 청사로 매번 집회하러, 면담하러 다녔어요. 일상적으로는 협의회 회원단체 조직하러 교장샘과 전국으로 돌아다녔구요. 한 달에 한 번 수요일에 장애인도 버스를 타자에 참여했고, 주말에는 돌아가면서 이동약자편의증진법을 위해 백만인 서명을 받으러 동대문 운동장 역사에 있었구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문화제 ‘장판시네마’를 했구요. 10월부터는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던 기억이 나요. 천막이 뜯기고 농성장을 지키려고 애쓰던 기억이 나요. 국민은행 앞에 농성장이 만들어지면, 어느 순간 그 옆으로 계속해서 농성장이 만들어졌어요. 몇 년 전인지 가물가물한데, 1월 1일 천막농성 투쟁 하우스촌에서 떡국을 먹으면서 수많은 시민단체 동지들과 끝까지 투쟁하자며 눈물을 흘렸던 때가 생각나요. 매해 420 정책요구안을 만들기 위해 사직동 어린이도서관 내 전교조 서울시지부를 빌려 전장연 회의를 하고,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위해 시청 앞에서 천막농성, 인권위에서도 점거농성. 정립회관 농성, 종로구청 시설 비리 농성, 농성이란 농성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때였어요. 지역에 전장연 조직이 건설되던 때라서 활동가들이 대구로, 인천으로 지원 나갔어요. 소위 집회 용역체가 대보빌라였던 거죠. 하하하.

 

  - 활동하신 기간 동안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는지요?

  모든 활동이 인상 깊었는데요. 아차산역에서 등산을 했던 정립회관이 먼저 떠오르네요. 도심의 한복판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던 정립회관, 처음엔 잘못 들어섰나 할 정도로 물어 물어갔어요. 당도하니 정말 제가 모르던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 건물 특유의 냄새, 이질적인 그곳의 풍경들, 대형 재활병동에서나 볼 수 있는 경사로로 이어진 층들.

  정립회관 3층 한쪽에 있던 노들야학, 한눈에도 정리되지 않는 어수선한 집기류들과 그런 것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던 그 많은 휠체어 탄 장애인들. 복도도 교실이 되고 웅성거림과 웃음소리, 끽끽 휠체어와 고무바닥의 마찰음까지 공기처럼 스며들던 또 다른 세계, 내가 전혀 모르던 세계로 발을 디뎠던 기억이 납니다. 노들야학 이곳에서 처음으로 박현 오라버니에게 자립생활 이념에 대해서 배우고 활동지원사, 그 당시에는 활동보조인이라고 했는데요,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았어요. 함께 교육해 준 이흥호 오라버니까지, 두 사람이 미래에서 온 사람처럼 너무 멋진 거예요. 이렇게 세련된 사람들이 있구나. 자립생활 운동이라는 것이 있고 그런 멋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자립생활 이념을 들으면서 벅차오르더라구요. 저는 그 당시 저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시기였는데, 노들야학의 활동가들은 결핍을 결핍해 버리는 신인류였어요. 저에게는 새로운 바이블이 생긴 거죠. 하하하.

 

  - 퇴사는 언제 하셨나요?

  2007년 2월에 했습니다. 협의회가 연합회랑 갈라서면서 저는 협의회의 중점사업이었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3개년 활동보조인제도화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노들센터가 간사단체를 그만 두었어요. 그때부터는 노들센터 사무국장으로 역할을 하게 되었죠. 그 당시는 활동보조가 제도화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체험홈에 계셨던, 김주영, 김선심 님 아침 활동지원을 했어요.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씩 활동지원을 하고 김선심 님을 모시고 사무실로 오는 일. 그때 많이 힘들었어요. 선심언니에게도 미안하고,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막막하고 난감했어요. 그러면서 장애인 운동이 나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나 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어요, 당시 함께 활동했던 청년회에서 상근 사무처장 제안도 받으면서 고민이 깊어졌어요. 결과적으로 그때 고민을 더 치열하게 하지 못하고 도망쳤어요. 결혼이라는 좋은 명분으로 노들을 빨리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지금은 어느 단체에서 무슨 활동을 하시고 계시나요?

  김포장애인야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포장애인야학은 학교형태평생교육기관이구요. 노들처럼 야간에 이루어지는 학교는 아니에요. 김포야학은 탈시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석암재단의 마로니에 8인들이 만든 곳이에요. 센터의 활동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슬기로운 일상을 만들기 위해, 2017년 개교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저도 공부하고 있어요. 너무나 당연해서 응당 있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미리 투쟁한 선배들의 산물임을 배우고 있고요. 무감각했던 학습자님들의 욕구가 다시 살아나면서 부딪치고, 깨지고, 깨우치고, 받아들이는 공부, 나를 확장하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노들에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노들에서 활동이 저의 자긍심입니다. 실수도 많았지만, 성장하려는 성장통을 견디지 못한 사실을 이제는 깨닫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저의 20대를 복기하고 있어요. 두려울 때 도망치면 두려움이 외려 눈덩이처럼 더 크게 불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나이가 되었어요. 두려울수록 직면하라고, 응시하라고 저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어요. 노들은 제가 저의 문제가 아니라고 도망쳤던 그 순간조차 사실은 나의 문제와 닿아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곳이죠. 너무 조급했고, 그래서 서둘렀고 따라서 서툴렀어요. 지금도 저는 많이 서투르죠. 그렇지만 도망가지 않고 저의 것으로 만들려고 기꺼이 품어보려고 해요. 제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어디까지 품을 수 있는지 가늠해 보고 싶어져요. 해서 계속해서 저에게 다가가려구요. 20대의 나와 40대의 나를 관통하면서 나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저의 깨우침을 준 가장 큰 배움이 된 노들 고마워요. 노들 우리 같이 나이 들고 쭉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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