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132호 - 8월 31일 삼각지역 101차 삭발 결의자 / 박누리
2022.8.31.
삼각지역
101차 삭발결의자
박누리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활동하는 대추(박누리)입니다. 이 자리에 서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결의를 다짐하는 자리를 얻어 영광입니다.
처음 장애인권을 생각한 것은 집회가 끝나고 학생들과 집에 가는 길에서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장애인 이동권을 이야기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경찰은 학생들이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다시 집회를 할 수 있으니 당신들은 지나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비장애인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이동하고 싶다는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 달라고 이야기하고 돌아가는 길. 우리는 같이 모여서 소리 높여 권리를 외치고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경찰 방패에 가로막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장애인권 인식과 그동안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와 가족이 비장애인으로서는 전혀 염두에 둘 이유가 없었던 이동을 고민하고 걱정해야 하는 일은 큰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일이 있고 6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눈에 띄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지금도 야학 학생은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낍니다. 일정이 조금이라도 늦어지거나 비가 오면 장애인콜택시가 잡히지 않는다고 걱정합니다. 장콜이 잡히지 않으면 아주 늦은 시각까지 장콜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와중에 버스는 사람이 많아서 눈치가 보여 타지 못하고, 지하철 엘레베이터가 고장 나는 날이면 30분이 걸릴 거리가 2시간이 걸리는 실정입니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다는 소망, 65세가 넘어 몸이 전보다 안 좋아지더라도 활동지원시간을 받던 만큼 계속 받고 싶다는 소망, 이동 수단을 걱정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가보고 싶다는 소망. 이런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에게, 지금은 힘들지만 같이 목소리 내겠다고 머리를 밀며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봅니다.
학생들 옆에서 교육, 이동, 삶에 대한 지원을 늘 함께 이야기하겠습니다. 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