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131호 - 4월 20일 경복궁역 16차 삭발결의자 / 천성호
2022.4.20.
경복궁역
16차 삭발결의자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공동교장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에…
이 글귀는 노들장애인야학의 모토이자 정신이기도 합니다. 비장애인인 제가 삭발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에…
머리를 삭발하는 것은 중학교 입학할 때, 군대에 갈 때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오십이 넘어 다시 삭발하는 이유는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에…
야학의 발달장애인인 학생들이 제가 삭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머리를 깎지 말아요. 보기 싫어요. 딸들이 싫어해요. 삭발하면 안 돼”라고 말하고, 때론 두 팔로 엑스자를 그리며 강하게 “안 돼요”라고 말을 해도, 삭발하는 것은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에…
야학의 공동교장이자 야학의 맏형인 명학 형이 “성호는 깎지 마, 나랑 탄진이가 대신 깎을게, 알았지?”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삭발에 동참한 것은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에…
야학에 와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 배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권, 그리고 차별금지법 등 야학을 넘어 사람을 다시 배우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기쁨의 여정 속에서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에…
야학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배우고 장애인의 희망과 꿈도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투쟁할 때,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에…
야학을 통해 학생들이 시설이라는 감옥에서 나와 자신을 증명할 때, 자신을 말할 때, 자신을 표현할 때,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그것이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을 알 때, 다른 소리를 들을 때, 다른 몸짓을 할 때, 그것이 시설 밖의 자유를 획득하는 파열의 과정이라는 걸 알았을 때,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기에…
장애인들, 가난한 사람들, 억압받고 착취 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비참하게 놓이지 않게 함께 싸우는 것이 무장된 사랑이며 세계를 변혁시키는 사랑으로, 당신과 나의 해방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