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131호 - [노들아 안녕] 함께 비를 맞는 사람 / 김지현
노들아 안녕
함께
비를 맞는 사람
김지현
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신입 활동가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글을 쓰려고 보니 제가 처음 노들에 면접을 보러 왔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물론 긴장을 좀 하기도 했는데 희한하게 뭔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시 제 면접관님들도 참 감사하게도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유리빌딩 내 곳곳에 계셨던 장애인분들도 낯설지가 않고 포근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 이유를 지금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장애인 부모를 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 항상 장애인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아무래도 그분들과 함께 울고 웃고 지낸 날들이 수없이 많았기에 어릴 적 엄마 품처럼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저 ‘장애인’이라는 저와는 뗄 수 없는 이 애틋하고 아프고 소중한 단어 하나만으로 노들에 입사하면서 저는 그다지 탁월한 언변가도 아니고 출중한 능력자도 아닌 제가 과연 활동가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예전에 한 친구가 남들이 다 싫어하는데 본인 옆에 있어 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제게 꼭 하고 싶었다며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해줬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더불어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했던 말까지 기억났습니다. 그 말에 저도 누군가에게 나도 힘이 되는 사람임을 느끼며 저 역시도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비를 맞고 가면 참 처량하지만, 친구와 함께 비 맞으며 걸어가면 덜 처량하다고 하며 ‘관계와 연대’를 강조했던 고 신영복 교수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또한, 고인이 중시한 것은 머리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가슴으로 함께 나누는 공부였는데 공부의 시작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것이라 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이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는데 부지런히 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은 나 혼자만 사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함께 공감하고 연대할 때 그 힘은 배가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노들이 걸어온 길처럼 앞으로도 말입니다. 그 길 위에 부족한 저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함께 비를 맞는 활동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