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 130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노들바람>은 노란들판에 속한 단체들이 '노들 편집위원회'를 꾸려 만들고 있습니다. 각 단체 활동가들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합니다. 편집위원회에서 기획회의를 할 때는 시기마다 노란들판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과 장애인운동계의 주요 이슈들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주워담는' 느낌으로 움직입니다. 실제 회의 때도 종이나 칠판에 글감을 생각나는대로 꾹 먼저 써놓고 실현 가능한 것들만 골라서 기획안에 담습니다. 들판 곳곳에 글감이 널려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지금 다룰 수 있는 것들만 잘 주워담아 그 계절의 책을 만듭니다.
야학 교사인 저는 지난해에 야학 학생들과 <노들바람>을 좀 더 가까이 이어보고 싶어 특활수업으로 '노들바람' 반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노들바람>에 실린 글을 함께 골라 함께 읽거나 노들바람에 싣고 싶은 글을 함께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혜화역에서 시작한 지하철 투쟁에 관한 원고를 보다가 삭발투쟁, 활동보조(활동지원) 제도화 투쟁 경험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2005, 6년 활동보조 제도화 투쟁 당시 삭발투쟁에 참여한 학생이 우리 교실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석에서 예전 뉴스와 사진을 찾아보면서 학생분들께 폭풍 존경을 보내고··· (그때 언니들이 머리 깎아서 세상이 바뀌었어요!) 지금 매일같이 지하철 안팎에서 벌어지는 전쟁 같은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지금의 투쟁 이야기는 장마철 강물 같아서, 범람하는 그것들을 어떻게 주워담아 우리의 기록으로 남길지 고민이 많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좀 더 함께 고민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구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