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1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시간을 멈추는 자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진우.jpg

 

 

 

새벽 4:00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알람에 적힌 내용은 선전전 가자이다. 그렇다. 4:00에 일어나는 이유는 지하철 선전전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4:00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홈트를 하고 5:00에 씻고 6:30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한다.

 

7:30,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하기 위해 온 활동가들로 지하철 승차장은 북적북적하다. 박경석 고장쌤의 발언으로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시작한다. 장애인의 속도에 맞게 한 줄로 천천히 지하철을 탄다. 5분 정도 소요가 된다. 그러자 서울교통공사에서는 방송한다. “현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지하철 시위로 인해 열차가 상당 시간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에 양해 바랍니다라는 멘트로 방송을 한다. 지하철을 타는 것뿐인데, 시위라니 말도 안 되게 방송으로 선동하고 있다.

 

지연이 뭘까? 한참 생각한 것 같다. 지연은 곧 시간이다. 지연은 빠르게 움직이는 시간을 멈추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시간은 곧 돈과 연결된다. 일분일초 자본을 증식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시스템이기에 돈과 연결될 것이다. 지연은 시간이고, 시간은 돈이고, 즉 지하철 선전전은 자본주의 시간을 멈추는 것이다. 그러자 지하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욕설과 혐오의 말을 내뱉기 시작한다. “20분 늦는다. 당신들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되면 책임질 것이냐고, 이렇기 때문에 장애인은 안 된다.” 등등 다양하게 직설적으로 욕설을 내뱉는다.

 

20분 정도 가지고 욕설과 혐오의 말들을 내뱉는다니. 어이가 없다. 장애인들은 20년간, 아니 일평생 이동할 수 없어서 노동할 수 없었고, 이동할 수 없어서 집에만 있어야 했고, 이동할 수 없어서 시설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는데 고작 20분 가지고 뭐라고 한다니 화가 너무 난다.

 

지하철을 타는 행위는 시간을 멈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비장애인 시간을 잠시 멈추고,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는 시간이다. 지하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욕설은 그동안 장애인의 권리에 무관심해 왔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알았어도 무시했던 존재들이 눈에 보이자 자신들의 시간을 빼앗으니 욕을 한다. 이것은 존재를 무시해 왔던 결과이자 모순의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지하철 타기를 참여한 이유는 한 가지다. 부채감이 있어서다. 장판 활동가들의 투쟁으로 만든 장애복지 정책을 27년간 아무런 비용 없이 이용해 왔다. 그들이 몸을 던지고, 다치고, 연행되어서 만들어진 인프라를 감사한 마음 없이 당연히 누릴 권리로써 생각했었고, 이용했었다. 하지만 장판의 활동을 알게 되고, 투쟁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죄책감이 생겼다.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 없이 인프라를 이용해 왔던 나날들이 오마주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내 주변을 감싸 안았다. 그렇게 나는 그동안 감사하다라는 인사 없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이동권에 대해서 같이 투쟁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하철 타기 선전전을 참여했다.

 

나는 또 지하철을 타러, 선전전을 하러 아침 일찍 일어날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시간,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멈추기 위해서, 그동안 존재했지만, 외쳤지만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지하철을 탈 것이고, 시간을 멈출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880 2022년 여름 131호 - 왜 '제1회 장애인 노동절'인가? / 정창조   왜 '제1회 장애인 노동절'인가?  2022년을 노동 패러다임 대전환의 원년으로!   정창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권위원회, 노들장애학 궁리소 등에서 활동... file
879 2022년 여름 131호 - 16주년에 전하는 15주년 감사인사 (feat. 뜻밖의 콜라보) / 안주   16주년에 전하는 15주년 감사인사  (feat. 뜻밖의 콜라보)   안주 망고밖에 모르는 망고누나            2021년은 노란들판이 15주년을 맞이한 해입니다. 작년... file
878 2022년 여름 131호 - 2022 평등한밥상 2022 평등한 밥상           [대체 텍스트]    2022 노들장애인야학 평등한 밥상  일시 : 2022년 10월 14일 (금) 오후 1시~9시 30분  장소 : 마로니에 공원    밥... file
877 2022년 여름 131호 - 고마운 후원인들 고마운 후원인들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2년 6월 30일 기준)           CMS 후원인 (주)머스트자산운용 (주)피알판촉강경...
876 2022년 봄 130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노들바람>은 노란들판에 속한 단체들이 '노들 편집위원회'를 꾸려 만들고 있습니다. 각 단체 활동가...
875 2022년 봄 130호 -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1주기_다시, 버스를 타자 / 한명희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1주기 다시, 버스를 타자!     한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데에 파견된 2년차 신입활동가. 노들야학 모꼬지 같이 갈 생각을 자주 ... file
874 2022년 봄 130호 -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시다! / 박미주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시다!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들을 만나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노들과 함께라... file
» 2022년 봄 130호 - 시간을 멈추는 자들 / 유진우   시간을 멈추는 자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새벽 4:00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알람에 적힌 내용은 ‘선전전 가자’이다. 그렇다. 4:00에 ... file
872 2022년 봄 130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죄 없는 시민은 죄가 없는가 / 고병권   고병권의 비마이너 죄 없는 시민은 죄가 없는가     고병권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책을 써왔다.... file
871 2022년 봄 130호 - [형님 한 말씀] 노들야학 정태수 상을 수상했습니다 / 김명학 형님 한 말씀 노들야학 정태수 상을 수상했습니다     김명학  노들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들야학이 제 20회 정태수 상을 수상했습니... file
870 2022년 봄 130호 - [노들아 안녕] 사람 사는 세상 노들세상 / 류재용   노들아 안녕 사람 사는 세상 노들세상     류재용          여기는 좀 다를 것 같긴 했다. 안경 쓴 풍채 좋은 선생님이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나의 입학상담을 ... file
869 2022년 봄 130호 - [노들아 안녕] 불현듯 / 서한영교   노들아 안녕 불현듯     서한영교       그러니까 그게, 요즘 제가 좀 이상합니다.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통로. 걷다가 불현듯, 내 앞에 걷고 있는 무수한 사람... file
868 2022년 봄 130호 - [노들아 안녕] 세상의 작은 목소리들을 잘 담아보자 / 최유진   노들아 안녕 세상의 작은 목소리들을 잘 담아보자     최유진        안녕하세요~ 노들센터 신입 활동가 유진입니다! 새로운 권익옹호 담당자구요. 매일 매일이... file
867 2022년 봄 130호 - [노들아 안녕] 내가 아는 당연함 속에 장애인은 없었구나 / 류재영   노들아 안녕 내가 아는 당연함 속에 장애인은 없었구나     류재영           안녕하세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운영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류재영입니다. ... file
866 2022년 봄 130호 - 2022년 학생회장단 인사와 각오 / 장애경, 조상지 2022년  학생회장단 인사와 각오                         장애경      학생회장.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들야학 권익옹호 ... file
865 2022년 봄 130호 - [교단일기] 장애인노동자가 어떨 때 힘든가를 묻고 해결해나가기 위해 / 정우준   교단일기 장애인노동자가 어떨 때 힘든가를 묻고 해결해나가기 위해     정우준  언젠가 또 복직할 야학 휴직교사이자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왜 ‘노동과... file
864 2022년 봄 130호 - 이것은 노동일까, 수업일까 / 박임당 이것은 노동일까, 수업일까    : 노들야학 교사회에서 토론한 권리중심노동과 평생교육의 연결고리 찾기     박임당  어느 시점부터 계속 권리중심공공일자리만 <... file
863 2022년 봄 130호 - 납작하게 보지 않기 / 민푸름 납작하게 보지 않기      민푸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22년 노들센터는 앞으로 3년간의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종로구 주거권 옹호활동’을 포... file
862 2022년 봄 130호 - 자립지원주택의 코로나19 모의훈련 / 최정희 자립지원주택의 코로나19 모의훈련      최정희 센터판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코디. 2015년 입사해서 체험홈, 자립생활주택 체험형, 다형을 쭉 코디로  활동하다가 ... file
861 2022년 봄 130호 - [욱하는 女자] (특수 케이스니까 추가요금이 든다고??? 왜???) / 박세영  욱하는 女자 특수 케이스니까 추가요금이 든다고??? 왜???      박세영 최근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보고자 불끈불끈하고 있는 센터판의 고인물 박세영 입...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