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127호 - 4440만원, 480시간의 노역의 무게를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필순
4440만원,
480시간의 노역의 무게를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필순
노들에서 전장연으로 파견나왔습니다.
지난 3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4명이 벌금노역을 결의했다.
과거 노들장애인야학 박고장님의 노역투쟁이 있어 노들을 알고 계신 분들은 아이쿠 다시 힘든 결의를 했구나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노역은 4명이 함께 그리고 코로나 시기 노역을 결의했다. 쌓인 벌금도 내야할 벌금도 많았기 때문이다.
벌금노역을 준비하면서 과거 노역투쟁을 살펴봤다.
2014년 박경석 고장선생님
2015년 이형숙·김도건·김지태 활동가
2017년 박옥순·이형숙·이경호 활동가
고지서가 날라 온 벌금과 변상금을 대충 살펴보니 4440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이중 일부는 납부기한을 넘겨 차압을 당한 건도 있고, 일부는 재판을 거듭하면서 조금이라도 벌금을 낮추기 위한 건들도 있었다. 그리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재판결과와 줄줄이 나오는 출석요구서를 생각해보면 사실 모금목표의 두 배가 넘어도 넉넉하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노역을 결의한 활동가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각자가 구치소에서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보고, 구치소 입소 시 요청할 사항을 정리했다. 일주일은 있어야 하지 않나, 사실 하루도 힘들꺼 같다, 1억이 모여야 나올꺼다, 아니다 목표액이 모이지 않아도 약속한 날짜에서는 다 같이 나와야 한다, 밖에 사람들이 걱정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들 나왔고 최종적으로 5일간의 노역을 결의하였다. 하루 10만원, 4명, 5일. 200만원은 노역으로 내고 나머지는 벌금모금으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4명의 24시간, 5일간의 노역을 계산해보니 480시간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그렇게 4440만원, 480시간의 노역의 무게가 정해졌다. 기자회견 이틀전 열린 벌금계좌는 홍보웹자보와 함께 조금씩 입금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벌금모금을 준비하면서 안모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컸다. 벌금모금이 아니더라도 전장연 수시로 후원을 요청하는 단체이다. 대항로 벽돌기금, 함께소리쳐, 대항로파티 등과 같은 특별후원과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각종 투쟁분담금... 사실 늘 손을 벌리는 단체인지라 이렇게 작정하고 후원해주십시오 라는 말이 전장연 신입활동가인 기획실장에게는 무겁고 어려웠다.
박경석 고장쌤이 구치소 들어가기 직전에 얼마나 모금되었는지 물었다. 목표금액 절반 좀 미치지않게 모금됨을 확인하고 속도가 나쁘지 않으니 노역결의한 동안 잘 모금하겠다고 대답하는데 그 또한 참 무거웠다. 이동 중에 몇 번이고 묻던 ‘구치소 들어가면 핸드폰 못 쓰겠지? 노트북도 못 쓰겠지? 잠이나 실컷 자고 나와야겠다.’ 수시로 찾던 담배를 보면서 노역 유경험자인 고장쌤에게도 이 무게가 크다는 것이 느껴졌다.
노역 2일차. 본격적인 면회 신청, 영치금 신청, 구치소에 읽은 책 넣고 어렵게 첫 면회를 했다. 변호사 접객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어쩌하다 나도 면회하게 되었는데 고장쌤은 장추련 나변호사님을, 나는 첫노역이라 많이 긴장하셨을 권달주 대표님을 면회했다. 구치소 안에서 제일 궁금해 할 모금현황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계좌를 확인하니 기자회견을 한지 딱 24시간 만에 목표한 4440만원이 모인 것이 확인되었다. 외부 목표액은 달성했지만 노역을 결의한 분들의 내부 목표액은 사실 달랐다. 이 속도면 내부 목표액도 결의를 약속 5일 안에 모을 수 있을 것 같아 들뜬 마음으로 면회를 했다.
하얀색 코로나 방역복을 입고 나타난 노역자들. 노역이 처음인 권대표님은 생각보다 힘들지만 그래도 견딜 만하다고 했다. 구치소는 역시나 편의시설이 갖춰있지 않았고, 방이 너무 지저분하고, 코로나로 식판도 직접 닦아야했고, 무엇보다 외롭다고 했다. 평소에도 우울증이 있는데 구치소에 있으니 그 우울감이 스물스물 올라온다고 했다. 빨리 모시고 나와야겠다 생각했다. 그 반면 박고장님은 잘 지낸다고 했다. 휠체어에 숨겨간 『그냥, 사람』 책도 잘 사수해서 읽고, 사수를 잘 꼬셔 볼펜도 획득해 메모도 하고, 척수장애인이라 서울구치소에 있는 단 2개의 침대방을 배치 받았고, 게다 틈틈이 스트레칭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화장실문제는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면회를 마치고 나변호사와 각자 나눈 이야기를 합쳐 걱정하는 사람에게 소식을 전달하고 사무실에 들어가니, 노역자들이 목표한 내부목표액이 기자회견 한지 27시간 만에 모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실시간으로 엄청난 모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 그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빨랐다. 긴급회의를 열고 노역자들을 데리고 나올 계획을 세웠다. 기자회견을 한지 54시간 만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 이틀밤을 구치소에서 보낸 노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포센터·야학에서 따뜻한 순두부를 준비해줘 호호 불면서 구치소의 그 차가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삼일째를 구치소에서 보내지 않아도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꽃샘추위 몰려온 그 밤을 차가운 마루바닥에서 재우지 않아도 되어 그들도 우리도 너무 다행이었다.
목표액이었던 4440만원의 무게를 함께 나눈다의 뜻으로 22,000원 44,000원 444,000원 그리고 거액의 후원, 응원을 의미하는 7,777원 77,000원 등의 숫자를 보면서 가슴이 많이 벅찼다. 돈이 없어 모금을 했고, 많은 돈이 모였는데 모인 돈보다 더 많은 사랑과 힘을 받았다. 이 글을 읽을 분들, 노들 후원자분들에게도 감사인사를 드린다. 밀려있는 각종 재판 결과와 농성장 변상금, 차별버스STOP 캠페인으로 줄줄이 출석요구서가 날아오지만 투쟁없는 삶을 돌아가지 않게, 더 힘차게 투쟁하는 전장연을 만들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전장연 활동가 벌금모금 후원감사 인사#2 (전장연 유뷰트) https://youtu.be/B2iHDdpe4uE
코로나 백신으로 어수선한 시간들입니다. 다들 안녕하신지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3월 활동가들의 벌금노역을 진행한지 벌써 두달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쏜살같이 흐릅니다. 그 사이 영상으로 감사인사를 드렸지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지난 벌금모금은 전장연에게 매우 힘이 되었습니다. 투쟁하는 삶을 계속 살고 싶다는 전장연의 외침에 많은 분들이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4512명, 197개 단체에서 십시일반 모금해주셨습니다. 익명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까지 하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목표액이었던 4440만원의 무게를 함께 나눈다의 뜻으로 22,000원 44,000원 444,000원 그리고 거액의 후원까지 응원을 의미하는 7,777원 77,000원 등의 숫자를 보면서 가슴이 많이 벅찼습니다. 그리고 전장연의 활동을 많은 사람들과 단체가 응원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돈이 없어 모금을 했고, 많은 돈이 모였는데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모아주신 모금을 더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아직 기부금단체가 아닙니다. 올해 열심히 노력해 당당히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해드릴 수 있는 단체가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한 벌금 납부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 20일 서울구치소 납부 1000만원 (노역으로 100만원 납부) 3월 10일 2018년 성심동원 투쟁 2건 400만원 5월 11일 2018년 420투쟁(광화문 오체투지) 1건 200만원 5월 17일 2018년 326투쟁(세종시 기획재정부) 1건 200만원 5월 21일 2020년 선거법위반(황교안후보 장애인 비하발언 사과요구) 2건 150만원
밀려있는 각종 재판 결과에 따른 벌금과 세종시 낙서 및 서울시청 농성 변상금, 올해 326투쟁부터 차별버스STOP캠페인까지 줄줄이 출석요구서가 날아오지만 잘 대응하고 모아주신 목적에 맞게 잘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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