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교단일기

그냥 라인 수업

: 코로나 시대 노들야학 온라인 수업 적응기

 

 

진수 

통통하게 살고 있습니다. 통통!-

 

 

 

 

 

     코로나로 인해 노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시끌벅적 했던 복도, 단합대회 때마다 교실 밖으로 터져 나온 학생들의 노래 부르는 소리, 함께 모여 진행했던 총학생회의며 교사회의,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장소를 옮겨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코로나가 2단계로 접어들면서 노들은 전면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교실이 없어져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들의 수업은 계속 됐지만, 이번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의 수업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수업을 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일(천막 야학)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구성하는 일이고 그것은 서로에게 너무도 낯선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진수_교단일기1.jpg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생들의 온라인 환경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집에 인터넷은 연결돼 있는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씨는 갖고 있는지, 온라인 수업이 개설 된다면 접속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다. 생전 처음 집에 인터넷을 연결하거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한국인구의 96%가 사용한다는 카톡을 이제서야 하는 분들이 생겼다. 집에 인터넷을 설치할 수 없거나, 태블릿 피씨 혹은 스마트폰이 없는 분들 같은 경우는 노들에 나와 오프라인 수업을 하기로 했다. 그 다음 할 일은 가상의 천막야학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논의 끝에 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 후, 수업 별 줌아이디를 배정하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단톡방이 만들어진 끝에, 노들야학의 온라인 수업은 시작됐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자 개선해야 할 것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수업 중에 자주 끊기는 노들의 인터넷 환경을 더 좋게 하고, 교사와 학생들의 말과 표정을 더욱 자세하게 전달하기 위한 마이크와 카메라 장비가 필요했다. 교육청의 지원으로 장비를 구입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린 것처럼. 이번에도 노들과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의 요구가 없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이곳이 집인지 학교인지 헛갈리는 에피소드들로 그 중 몇 개를 말해 보자면, 수업을 듣는 중에 라면을 먹는다거나, 속옷만 입고 수업에 참여한다거나,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교사들은 ‘00님 지금 수업중이에요. 식사시간 아니에요~’ ‘00님 지금 화면에 00님 나와요. 혼자 있더라도 혼자 있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상황을 서둘러 수습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수업에도 약속이 필요했다. 온라인 수업 중에 발생했던 이런 상황들을 학생회에 공유하고 수업중에 서로 지켜야할 것들을 약속으로 정했다. 그 약속은 수업 중에 식사를 하지 않는다.’ ‘속옷을 입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수업을 들으며 장을 보러 다니지 않는다.’ 등이었다.

 

 

     어느덧 학생도 교사도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졌다. 인터넷이 끊기는 일도 없고, 학생분들이 수업중에 라면을 먹는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온라인 수업은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수업을 끝내는 방법이 화면을 꺼야한다는 점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나눴던 일상의 대화들이 줄었다는 점이다. 노들은 수업 끝의 수업 같은 것이 있다. 수업이 끝나더라도 수업 중에 하지 못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잇고자 했던 날들이 많은 곳이다. 이번에 온라인 수업을 기회 삼아 학생들 가정 방문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참 많았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아니다. 그것이 온라인 수업이든 오프라인 수업이든 서로의 삶의 거리를 이어서 좁히는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김진수_교단일기2.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876 2022년 봄 130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노들바람>은 노란들판에 속한 단체들이 '노들 편집위원회'를 꾸려 만들고 있습니다. 각 단체 활동가...
875 2022년 봄 130호 -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1주기_다시, 버스를 타자 / 한명희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1주기 다시, 버스를 타자!     한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데에 파견된 2년차 신입활동가. 노들야학 모꼬지 같이 갈 생각을 자주 ... file
874 2022년 봄 130호 -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시다! / 박미주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시다!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들을 만나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노들과 함께라... file
873 2022년 봄 130호 - 시간을 멈추는 자들 / 유진우   시간을 멈추는 자들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새벽 4:00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알람에 적힌 내용은 ‘선전전 가자’이다. 그렇다. 4:00에 ... file
872 2022년 봄 130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죄 없는 시민은 죄가 없는가 / 고병권   고병권의 비마이너 죄 없는 시민은 죄가 없는가     고병권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책을 써왔다.... file
871 2022년 봄 130호 - [형님 한 말씀] 노들야학 정태수 상을 수상했습니다 / 김명학 형님 한 말씀 노들야학 정태수 상을 수상했습니다     김명학  노들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들야학이 제 20회 정태수 상을 수상했습니... file
870 2022년 봄 130호 - [노들아 안녕] 사람 사는 세상 노들세상 / 류재용   노들아 안녕 사람 사는 세상 노들세상     류재용          여기는 좀 다를 것 같긴 했다. 안경 쓴 풍채 좋은 선생님이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나의 입학상담을 ... file
869 2022년 봄 130호 - [노들아 안녕] 불현듯 / 서한영교   노들아 안녕 불현듯     서한영교       그러니까 그게, 요즘 제가 좀 이상합니다.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통로. 걷다가 불현듯, 내 앞에 걷고 있는 무수한 사람... file
868 2022년 봄 130호 - [노들아 안녕] 세상의 작은 목소리들을 잘 담아보자 / 최유진   노들아 안녕 세상의 작은 목소리들을 잘 담아보자     최유진        안녕하세요~ 노들센터 신입 활동가 유진입니다! 새로운 권익옹호 담당자구요. 매일 매일이... file
867 2022년 봄 130호 - [노들아 안녕] 내가 아는 당연함 속에 장애인은 없었구나 / 류재영   노들아 안녕 내가 아는 당연함 속에 장애인은 없었구나     류재영           안녕하세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운영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류재영입니다. ... file
866 2022년 봄 130호 - 2022년 학생회장단 인사와 각오 / 장애경, 조상지 2022년  학생회장단 인사와 각오                         장애경      학생회장.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들야학 권익옹호 ... file
865 2022년 봄 130호 - [교단일기] 장애인노동자가 어떨 때 힘든가를 묻고 해결해나가기 위해 / 정우준   교단일기 장애인노동자가 어떨 때 힘든가를 묻고 해결해나가기 위해     정우준  언젠가 또 복직할 야학 휴직교사이자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왜 ‘노동과... file
864 2022년 봄 130호 - 이것은 노동일까, 수업일까 / 박임당 이것은 노동일까, 수업일까    : 노들야학 교사회에서 토론한 권리중심노동과 평생교육의 연결고리 찾기     박임당  어느 시점부터 계속 권리중심공공일자리만 <... file
863 2022년 봄 130호 - 납작하게 보지 않기 / 민푸름 납작하게 보지 않기      민푸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22년 노들센터는 앞으로 3년간의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종로구 주거권 옹호활동’을 포... file
862 2022년 봄 130호 - 자립지원주택의 코로나19 모의훈련 / 최정희 자립지원주택의 코로나19 모의훈련      최정희 센터판 장애인자립생활주택 코디. 2015년 입사해서 체험홈, 자립생활주택 체험형, 다형을 쭉 코디로  활동하다가 ... file
861 2022년 봄 130호 - [욱하는 女자] (특수 케이스니까 추가요금이 든다고??? 왜???) / 박세영  욱하는 女자 특수 케이스니까 추가요금이 든다고??? 왜???      박세영 최근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보고자 불끈불끈하고 있는 센터판의 고인물 박세영 입... file
860 2022년 봄 130호 -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고충을 소통해보아요 / 서기현, 이수현, 팀장님   뽀글뽀글 활보상담소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고충을 소통해보아요     정리_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기현 소장, 서비스지원팀 팀장, 이수현 활동가         활... file
859 2022년 봄 130호 - 노들센터의 조직문화 워크숍 후기 / 꼬비 노들센터의 조직문화 워크숍 후기      꼬비 어쩌다보니 노들센터 4년 차 활동가가 된 꼬비입니다.        여러분이 일하고 싶은 단체는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 file
858 2022년 봄 130호 - 아 / 이승미 아      이승미                                 file
857 2022년 봄 130호 -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한 배움 <모두의 학교> / 김유미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한 배움 &lt;모두의 학교&gt;      김유미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일도 종종 하는 사람        &lt;모두의 학교&gt;   제작년도 : 2017년   감독 : 도시...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9 Next
/ 59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