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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일자리 2]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어디까지 왔나?

 

 

 

 

 

김필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일자리 담당자 아님,

하지만 선배담당자의 마음으로 일자리를 들여다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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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2월 칼바람이 부는 충무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앞 아침선전전이 기억난다. 다행히 따뜻한 공간에서 잠은 청했지만 남의 집 더부살이처럼 각종 눈치를 받으며 85일간 점거농성을 하고 고용공단으로,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중증장애인도 일하고 싶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만들어달라’ 참 열심히 외쳤다.

 

   그렇다고 장애인일자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일자리는 2007년부터 전국 4,990명을 시작으로 취업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회참여 확대 및 소득보장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되어왔고,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서 일자리사업 확대에 따라 매년 2500명씩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일자리는 언어장애가 있고, 글을 모르고, 스스로 알아서 일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열려있는 일자리가 아니다. 2016년 노들센터에서 종로구 장애인일자리사업 면접을 보러갔다 우리도 놀라고, 면접관도 놀랐다. 휠체어를 타고 면접 보러온 사람은 물론 활동지원사와 함께 면접 보러온 사람은 우리 말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노들센터·노들야학 영은, 상우, 정이 면접을 봤다. 그리고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며칠 전부터 예상 질문지까지 만들어가며 리허설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렇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복지업무지원-권익옹호활동 일자리가 시작되었다. 권익옹호활동가의 탄생이었다. 좌충우돌 많은 일들이었지만 점점 업무에 익숙해져갔고, 이 업무가 중증장애인에게 얼마나 적합한 업무인지 우리 스스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중증장애인 노동권 투쟁이 시작되었다.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전담하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하라!’는 구호를 가지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85일간의 점거농성을 통해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동료지원가)과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 협업강사사업이 만들어졌다. 

 

   동료지원가 사업은 우리에게 故설요한이라는 가슴 아픈 이름을 새겼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일자리가 아닌 중증장애인이 할 수 있는 동료지원활동에 

기반한 이 업무는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 실적 중심의 고용노동부 생각을 바꾸지 못했고, 결국 죽음의 컨베이어벨트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렇다고 이 실패의 경험에서 노동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찾아가 정말중증장애인이 할 수 있는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를 했다. 

 

   2020년 서울시는 그 요구에 제일 먼저 응답했다.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명에 ‘권리중심’이라는 단어를 꼭 넣어야한다는 서울형 공공일자리 협업단장 박경석 고장님의 의견을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받아 260명의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코로나로 사업시기가 늦어지고, 또 코로나 확산에 따른 휴업으로 일자리의 안정화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장애인 권익옹호활동, 문화예술활동, 장애인인식개선활동 3가지 직무”로 구성된 우리나라 최초 공공일자리, 어쩌면 세계 최초일지 모를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일(노동)이 맞냐? 라는 질문과 어떻게 이 업무를 평가할 것인가? 냉정한 판단이 기다리고 있지만, 또 하루하루 업무를 만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여기저기 활동가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 해야한다. 故설요한이라는 이름을 통과해서 만들어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자리맺음은 노동을 개념을 바꾸는 혁명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혁명의 길은 누가 해도 어렵다.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고, 서로가 힘이 되어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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