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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고받으며 배움 쌓는 인권교육

 

 

 

 

 

 

 

 

허신행

사단법인 노란들판에서 장애인근로지원사업, 복지일자리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활동지원사, 야학 과학 선생님, 인권강사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들야학에서는 일찍부터 인권교육에 관심을 기 울여 왔습니다. 노들의 인권교육은 야학 초창기부 터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업시간과 술자리에 서의 토론은 인권교육 그 자체였으며 투쟁현장은 우 리에게 인권 실습 현장이었지요. 이런 우리의 문화 가 조금 더 공식화 되고, 외부로 뻗어나가게 된 시기 는 2008년 이후였습니다. 인권교육 강사 양성과정 을 마련하고 노들 구성원들이 지역사회에 장애인권 을 이야기하는 강사로 파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저도 인권교육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2010년 정도에 상근자 업무분장 과정에서 민구형과 함께 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인권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었고, 깊은 고민도 없었습니다. 인권강사 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내가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 는 자격이 있는가?’, ‘비장애인의 입으로 장애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가?’ 등의 고민을 했던 것 같습 니다.

   

   2012년 정도부터는 방상연, 김재연, 김이준수, 김 동림 등 학생분들과 짝꿍을 맺어 한두 군데씩 교육 을 나가게 되고 나중에는 꽤 많은 강의를 맡아가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노들바람 글을 쓰며 강의를 나갈 때마다 만들어놓았던 폴더를 확인해보니 다양 한 분들을 참여자로 만났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수많은 말로써 업보를 지었겠다는 걱정 도 들었습니다.

   

   인권교육은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다 보니 실제 상처도 주고 받고, 서로 배움도 쌓아가는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숫자만 큼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그간 했었던 교육들 중 의미있었던, 혹은 속상했던 몇 가지 일화를 함께 나 누어보면 재미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교육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인권 침해 사실이 있었던 비인가 거주시설 직원교육이었습니 다. 목사인 시설장은 그곳에서 아버지로 불리고 있 었으며 시설장의 거주인 폭행으로 긴급히 인권교육 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기도 모처의 공 장지대 구석에 있던 시설은 대략 15명 정도의 거주인이 계셨고, 직원은 시설장 포함 5명 정도가 되었 습니다.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 아 식당 한켠에서 제 노트북과 보조 모니터로 진행 했습니다. 물리적 여건이야 그럴 수 있는데 시설장의 태도가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인권교육은 이론 일 뿐 현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 이 폭력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등의 망발을 서 슴지 않았습니다. 저도 거기서는 편안한 대응이 쉽지 않더라고요. 같이 흥분을 해서 1:5로 싸우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주제를 탈시설과 노동권으 로 돌려 잡았습니다. 탈시설은 대세이며 거스를 수 없고, 시설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등의 이유로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입지가 상당 히 줄어들 수 있다, 시설장이나 지자체가 지켜주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확실히 자각하고 대안을 고민해 야 한다는 주제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말은 부드럽게 했지만 실제 메시지는 이곳엔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 였지요. 시설장도 저도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고 언성만 높이지 않았지 2시간동안 혈투를 벌인 느낌 이었습니다. 끝나고 나오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싸우 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런 일이 안생기는 것인데 거 주인 중심으로 말씀드리지 못한 점이 마음에 남았습 니다. 그럼에도 더 독하게 톡 쏴주지 못한 것이 아쉬 웠던 것을 보면 저도 아직 멀은 것 같습니다.

   

   가장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는 교육은 보호작업장 에서 당사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습니 다. 인쇄물을 만들고 포장작업을 하는 곳이었고, 최 저임금 적용제외 대상 사업장이라 한 달 월급은 20 여만원 가량 받는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2시간 동 안 다루었던 주제는 단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는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가 아닌 노동자다’, 두 번째는 ‘노동자라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였 습니다. 최저임금의 개념부터, 우리가 왜 돈이 필요한 지, 우리가 왜 노동자인지 등등을 두 시간동안 이야 기를 나누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이야기가 잘 전달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맨 마지막 질 의 응답 시간에 당사자 노동자 한 분이 손을 번쩍 들 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제게 “선생님, 저는 최저임 금 안받을 건데요?”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슴이 무너졌지요. 두 시간동안 이야기 한 것이 최저임금과 노동자성 딱 두 가지였는데 이제 와서 최저임금을 안 받는다고 하셨으니까요. 왜 안받으시려고 하는지 이 유를 물었습니다. 그분의 대답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습니다.

   

   “전 최고임금 받을 거예요”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구나. 나도 장애인 노동의 가치를 최저임금 이상으로는 생 각하지 못했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저임금 은 말 그대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누구에게나 기본 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기준일 뿐이지 장애인 분들도 그 수준에 맞춰서 받을 필요는 없었던 것입니다. 한 달에 300만원, 500만원씩 벌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인권교육 한 번으로 모든 사람의 장애인권 감수성 이 훌쩍 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인권이야기를 할 만큼 좋은 사람도 아니라 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져 지속적으로 파장을 만들어 내듯 인권교육을 통해 서 참여자분들도 한 번쯤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기 회를 가지고 저 역시도 그 분들과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시작 된 권리중심 일자리 직무에 인권교육이 포함되었습 니다. 발달장애, 뇌병변 장애인 당사자 강사들이 강 의를 나가기 위해서 교육도 듣고 토론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역사회에 장애인권 감수성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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