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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일기 ]

결과보다 깎는 과정, 우드카빙 수업

특활수업 목공반 3학기째인 최진학 선생님

 

 

 

 

 

 

이야기 질문과 정리: 정종헌

 

 

 

 

 

 

 

I 우선 자기 소개 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세 학기 째 목공반 우드카빙 수업을 하는 최진학입니다. 상상가구라는 1인 가구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 목공은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되었나요?

   원래 번역을 했었는데 열 시간 넘게 앉아 있는 일 이 힘들더라고요. 소화가 안 되어서 하루 한끼 이상 먹는 것도 어려웠어요. 일이 많아도 몸이 안 따라서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몸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서 어떤 기술이 나한테 맞을까 고민하다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공을 선택했어요.

 

 

I 우드카빙은 어떤 계기로 하신 거예요?

   숟가락과 접시 깎는 원데이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손으로 나무 깎는 맛을 알았어요. 서너 시간이 순삭이었어요. 몰입도가 굉장했어요. 나무가 깎이는 소리, 깎이면서 돌돌 말리는 나무밥, 눈밭 위에 떨어진 야구공 자국 같은 칼이 지나간 자 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I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우드카빙을 하게 된 계기는요?

   합정역 근처에 대안연구공동체라고 철학, 언어, 예 술 강좌를 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우드카빙 수업을 했었어요. 그때 야학의 정종헌 선생님이 수강 생으로 왔다가 저한테 야학에서 우드카빙을 수업을 할 수 있냐고 제안을 했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드카빙의 즐거움을 알 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하겠다고 했지요.

 

 

I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우드카빙 수업이 처음일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우드카빙은 재즈를 닮았어요. 완성이라는 게 없어 요. 칼을 놓는 거기까지가 마무리이고 다시 칼을 잡 으면 또 시작이 돼요. 카빙에서 걸림돌은 장애의 유 무가 아니라 나무를 이기려는 마음인 것 같아요. 나 무에는 저마다 결이 있는데 나뭇결을 무시하고 마구  깎을 때 사람도 나무도 다 힘들게 돼요.

 

 

I 수업 하면서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요?

   노들에서 학생들이 깎은 젓가락은 한 가지 공통점 이 있어요. 젓가락 표면이 매끈하지 않다는 거죠. 마 치 선사시대 유물처럼요. 한번은 수업에 참관한 선생 님이 옆자리 학생이 깎은 젓가락을 직접 만든 액자 로 장식을 한 거예요. 그렇게 액자로 만들어 놓으니 까 작품이 되었어요. 액자를 보고 학생들이 지금까 지 깎은 걸 모아서 액자로 만들어 전시하면 멋지겠다 는 생각을 했었어요. 수업 전 야학에 도착했는데 무 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한 학생이 울고 있었어요. 어찌해야 하나 하다가 그대로 수업을 시작했어요. 카 빙을 입으로 할 만큼 수업마다 수다 한 바가지씩 쏟 아내던 학생인데 풀이 죽어 나무를 깎는 모습이 짠 했어요. 깎은 지 한 시간쯤 흘렀는데 마음이 풀린 건 지 환하게 웃으며 카빙 토크에 참여하더라고요. 카빙 하는 사람 입장에서 나무를 깎는 행위가 마음의 응 어리를 풀게 하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칼을 쓰는 작업이라 늘 위험이 있기 마련이에요. 숟가락을 깎다가 한 학생이 손을 베었어 요. 숟가락의 오목한 부분을 파려면 갈고리처럼 생 긴 후크나이프를 써야 하는데 깎다가 칼이 미끄러져 반대편 손을 치면 크게 다칠 수 있어요. 다친 학생은 야학 근처 병원에서 여러 바늘을 꿰매었어요. 야학 식당에서 설거지 일을 했었는데 손이 아물 때까지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보통 다치면 다시 하기가 무 서울 수 있는데 그 학생은 다시 또 깎으러 오더라고 요. 위험하다고 안 할 수만은 없잖아요. 안전하게 즐 거움을 계속 누려야죠.

 

   학생 중에 휠체어에 앉아 왼손 하나로 숟가락을 깎은 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생을 보니까 노들장애인 야학에 있다는 실감이 되더라고요. 나무를 고정하 는 게 일이었어요. 휠체어에 앉아 한 손만 쓸 수 있다 보니까 칼질이 한 방향으로밖에는 안 되었어요. 그 방향에 맞게 나무를 돌려줘야 골고루 깎을 수 있어 요. 결 방향에 따라 요리조리 자세를 바꿔주면서 깎 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한 자세로만 깎는 거잖 아요. 한 시간을 한 자세로만 깎으면 그 다음날 그 부 분의 근육이 엄청 아프겠지요. 수업 때에도 어휴 어 휴 하면서 힘들어 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숟가락 하나를 완성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어요. 학생 본인도 직접 깎은 숟가락을 보면서 스스로를 대견하 게 생각했을 거예요.

 

 

 

I 노들야학에 바라는 점과 앞으로 수업 방향은 무엇 일까요?

   개인 작업대가 하나씩 있으면 좋겠어요. 작업대마 다 목재를 고정할 수 있는 기구도 달고요. 장애가 있 어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는 카빙보조기구들을 만 들고 싶어요. 최소한 장애 때문에 카빙을 못하는 불상 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니까요. 결과보다는 깎는 과 정 자체를 즐기는 수업이 되었으면 해요. 숟가락, 버터 나이프처럼 실생활에 쓸모 있는 게 아니더라도 깎는 맛을 더 즐길 수 있는 우드카빙이 되길 바랍니다

 

 

 

최진학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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