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124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국회 안에서 발맞추고 싶어요 / 조현수
[ 노들은 사랑을 싣고 ]
국회 안에서 발맞추고 싶어요
조현수
등산과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거의 못 하고 있어서 아쉽고.
그 덕에 지방과 체중이 역대급으로 높아지고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말만 되면 너무 피곤해서 아무 것도 하기가 싫고 게으름뱅이가 됩니다
이 코너는 노란들판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소식을 담습니다. 야학의 예전 학생, 교사를 비롯해 노란들판을 함께 일군 농부 활동가들을 찾아가 요즘 사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국회로 활동지를 옮긴 조현수 님 이야 기를 담았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서면인터뷰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편집자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전국장애 인차별철폐연대 활동을 거쳐, 지금은 정의당 국회의 원 장혜영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는 조현 수입니다.
2. 국회의원 보좌관은 무슨 일을 하나요? 전장연 활 동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국회의원의 국회 의정활동을 실무적으로 함께 하 는 일을 합니다. 국회의원은 인턴 직원 포함해서 9명 까지 보좌진을 둘 수 있으며, 의원실마다 상이하지 만 ‘정무/정책/홍보/행정 등’의 역할을 보좌진들이 나눠 맡고 있습니다. 의원이 소속된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기본으로 여러 현안에 대한 의원의 의정활동 을 보좌합니다. 국회의원은 하나의 헌법기관으로 법 안을 발의하거나 제정하고,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보니 권한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3개월 남짓 일을 해본터라 열심히 적 응하고 배우면서 하고 있습니다. 전장연 활동과의 차이점은 아무래도 정부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상당한 제도적 권한이 부여되고, 그 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 그리고 제약과 한계 도 있다는 점입니다. 전장연 활동은 장애인이 처한 차별받는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함 께 싸우고, 제도적 공간을 활용하거나 또는 그 경계 를 넘나드는 방식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합니다. 하 지만 국회는 권한이 상당하지만 제도 안에서만 활동 할 수밖에 없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 동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계 도 있습니다. 전장연 활동과 국회 활동이 어떤 위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장연 활동이 실제 성과를 만 들기 위해서는 국회라는 공간을 활용해야 하고, 반 대로 전장연 활동처럼 변화를 향한 움직임들이 없다 면 국회 활동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 니다.
3.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서의 현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법안은 발의가 되어 국회에 제출되었는데, 아직까 지 실제 국회 내에서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 다. 이 글을 포함한 이번 호 소식지가 노란들판을 함 께 일구는 많은 분들에게 읽힐 때는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발의한 지 2달이 다 된 8월말까지도 민 주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도 없고 법 안을 발의하지도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읽고 계시 는 순간에도 아직 발의가 안 되었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민주당의 입장과 법안 발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를 통해 확인된 우리 모두가 차별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차별과 혐오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진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 으면 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 니라 우리 사회 인권을 위한 기본 가이드라인 법이 라는 것을, 반대하는 일부 세력을 포함해 더 많은 사 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 한 때입니다.
4. 4년 뒤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국회의원실 보좌진으로 일하기로 마음 먹게 된 여 러 계기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노들과 전장연이 투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을 국회 안에서 발맞추고자 함이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 선언과 「거주시설폐쇄법」 제정,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 장애인이 지 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변화들을 만들어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 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정말 혹여라도, 4년 뒤에도 별다 른 변화들이 만들어지지 못 한다면... 그리고 저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이 공간에 있어야 할 수도 있겠지요. 아직은 4년 뒤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특별히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4년동안 잘 해봐야지 이 생각밖에는.
5. 노들 식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
유리빌딩에 계신 분들과는 긴 시간 함께 일상을 보내며 인사하고 그랬는데. 몇 개월 되지도 않았지 만 이제는 그런 일상이 옛일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또 유리빌딩이 아닌 공간에서 노란들판을 함께 일구 는 분들과도 지면을 통해 인사나누고 소식을 나눈 지 꽤 오랜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언제 끝날지 모를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우리가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는 서로를 향한 마음들을 보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노란들판을 일 구는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