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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우리들의 축제

 

 

 박정숙

노들장애인야학 한소리반 학생. 노들 활동지원사교육기관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박정숙_영화제.jpg

 

 

 

4월에 열려야했던 장애인인권영화제가 코로나19로 인해 계절의 여왕 5월 끄트머리에 마로니에 공원 무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3일간의 축제가 막이 올랐다. “제18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사건이 되었다. 포스터 모델 이 되고, 트레일러 영상에 출연하고 부대행사 패널도 되고 프로그램 북에도 내 얼굴이 가득이다. 좋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내 얼굴이 낯설기도 하다.

 

그중에 가장 긴장되고 설레는 일이 남아있었다. 바로 내가 개막식 사회를 보게 되었다. 잘못하면 어쩌나 전날에 잠을 설치고 낮에 일하면서 짬짬이 대본을 보았다. 노들야학에서 사회는 두세번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대항로 빌딩 동지들 앞에서라면 많이 서툴러도 덜 부끄러울 건데 규모가 큰 영화제는 낯선 분들도 많을 테고 내가 민폐 사회자가 되면 어쩌나 노심초사 였다. 사회를 같이 하신 임재영 선생님이 계셔서 천만다행이 었다.

시작부터 약간의 버퍼링이 있었지만 임재영 선생님 의 커버로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여러 순서가 지나고 개막작 <김다예 선언>을 보며 나와 내 가족을 생각했고 감명을 받아서 사회자임을 깜박 잊고 사적인 수다를 잠깐, 이렇게 실수연발 하지만 귀여운 사회자였지 않았을까 자찬 해본다.

 

나는 이렇게 또 새로운 분야의 설레는 경험을 영화제 제목처럼 나를 보고, 나를 만나고, 움츠렸던 내가 어깨를 펴고 우뚝 서는 기쁨을 체득했다.

장애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땡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맨발로 자갈밭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늘 하며 어느덧 60년을 살았다. 

 

영화제를 통해 직접 그 속에 들어가 주어진 역할을 해내며 내 손이, 내 입이, 내 몸이 비교나 배려의 대상 이 아닌 참여자로 함께해도 도드라지거나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자신감을 채우는 흥분된 시간이었다.

 

영화도 많이 보고 트레일러 영상 때문에 얼굴이 알려져 많은 분들이 인사해주고 엄지 척 해주시고 그 기분도 참 좋았다.

 

날씨도 좋았고 개막작 <김다예 선언>과 박종필 감독상을 수상한 <장애인 왜 배워야하나> 이 두 영화는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보고 싶은 가장 좋은 영화였다.

오월은 푸르구나 이 말이 참 잘 어울리는 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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