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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설요한 동지의 죽음에 우리 사회는 멈출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가을 | 초가을 저녁, 흔들리는 종소리에 가을이 왔구나하며 가을이라 지었습니다.

노란들판의 가을과도 꽤 어울리는 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다. 큰 눈이 내리지도 않았고, 매서운 찬바람에 온몸이 시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현실은, 내가 춥지 않다고 하여 다른 사람 또한 그러하진 않다는 사실이다. 2019125.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에서 설요한 동지는 미안하다. 민폐만 끼쳤다.”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생을 마감하였다.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죽음들이 얼마나 원통하고 미어지는 아픔인지, 룰렛게임 같은 사회는 차마 그 고통을 가늠할 겨를도 없이 2020년을 맞이했다. 설요한 동지의 죽음에 우리 사회는 멈출 준비가 되어있는가.

 

   故 설요한 동지는 201941일부터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시범사업으로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활동했다.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시범사업2018년 장애인단체의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 점거투쟁으로, 고용노동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TFT를 구성하여 중증장애인에게 필요한 새로운 일자리를 기획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사업의 주요 골자는 동료지원가가 비경제활동 및 실업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발굴하여 동료상담과 자조활동 등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취업의욕을 고취하고 경제활동을 촉진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기획될 당시에도 장애계는 중증장애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과도한 실적위주의 사업이라 비판하였지만, 고용노동부는 숫자로만 보여지는 성과에 급급했고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알고자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설요한 동지는 월 4(48, 2019년 기준)의 중증장애인 참여자를 찾아 한 명당 다섯 차례의 면담을 진행해야 했고, 자조모임 결성 및 상담일지 작성 등의 행정서류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손에 쥐어지는 노동의 대가는 약 65만원(4대 보험 제외)가량으로, 이마저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급여가 삭감되는 저임금 고강도의 잔인한 노동구조 속에서 심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자신의 실적으로 인해 사업수행기관인 센터의 예산이 환수될 수 있는 구조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청년이 감당하기엔 버거웠을 것이다. 근래 고용노동부는 동료지원가 1인당 연간 담당인원을 20명으로 축소, 동료지원가가 참여자 1인당 받는 수당을 인상해 2019년보다 오른 총급여 등의 시행지침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실적제’, ‘계량화라는 설요한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근간은 무너지지 않았다.

 

 

구 분

2019

2020

비 고

참여자 수

9,600

10,000

+ 400

동료지원가 수

200

500

+ 300

기본운영비

참여자 1인 당 200천원

참여자 1인 당 480천원

+ 280천원

취업 연계수당

참여자 1인 당 200천원

참여자 1인 당 200천원

참여자수당

신설

참여자 1인 당 3천원

+ 3천원

총 예산

1,349백만원

2,951백만원

+ 1,602백만원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사업 변경 내용 비교표>

* 출처: 2019, 고용노동부

 

 

   성과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공공기관(3.16%/3.4%) 및 민간기업(2.67%/2.9%)에서 미달 되었으며(2019, 장애통계연보),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은 37.3%로 전체인구 경제활동참가율 64%보다 26.7% 낮다. 특히 장애인구 2,526,201명 중 경증장애인의 취업자가 728,615명인데 반해 중증장애인은 153,275명으로 현저히 낮게 나타났고(2019,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최저임금법7조의1에 따라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이용 장애인의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 장애계는 1)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 전면 개편, 2)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사회적 공공일자리로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등의 직무 인정, 3)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교육 제도 전면 개편, 4) 최저임금법7조 적용제외 폐지, 5) 고용노동부 중증장애인 일자리 예산 확대(공공일자리 1만 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을1.jpg 

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선전전(노들장애인야학 권익옹호 일자리팀 활동사진)

 

   거리에는 아픔이 너무 많다. 저임금 노동에, 불안정하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남을 짓밟아야 하는 일들 속에, 우리 사회는 이미 많은 이들의 죽음을 보았고 아파해야 했다. 하지만 이 야만의 사회는 쉬이 바뀌지 않았고, 사회는 그들이 그곳에 놓여있음을 모르지 않았으나 멈추지 않았다. 2020년에는 잠시 멈추어서 옆을 볼 수 있도록,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를 위한 투쟁의 길에 함께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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