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119호 - [장판 핫이슈] 달마는 동쪽으로, 전장연은 세종시로~~ / 수리야
[ 장판 핫이슈 ]
달마는 동쪽으로, 전장연은 세종시로~~
수리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차별에 침묵하는 자들의 카르텔을 깨고 싶어 쉼없이 꽹과리를 치고 있어요.
주로 입으로 쳐서 입병이 자주 나요. 비타민이 넘치면 제게도 나누어주오~
2019년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보내고 피곤에 지친 동지들이 쉬는 동안, 잠깐 대항로 사무실에 나와 앉아 지난 326세종투쟁에 대한 글을 씁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나버렸지만 서울이 아닌 세종시에서의 1박2일 투쟁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우리는 왜 광화문광장도, 청와대 앞도, 국회 앞도 아닌 세종시 정부청사까지 가야했을까요? 글의 제목에서처럼 2019년 3월 26일 전국장애인대회는 세종시에 있는 기획재정부 앞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지난해 연말, 전국의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동지들은 최선을 다해 예산투쟁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 하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르는 예산은 모조리 잘려나갔습니다.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31년 만에 단 계적으로 폐지되는 중요한 변화이지만 OECD 꼴찌 수준의 장애인복지예산을 유지하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허울뿐이며, 따라서 예산반영 없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단계적 사기행각이자 ‘가짜’ 폐지일 뿐이라는 것을 기획재정부 홍남기 장관에게 알려줘야 했습니다.
31년 만의 변화를 맞이하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진정으로 장애인의 삶을 바꿔내기 위해 OECD 평균 수준의 장애인복지예산 확대와 더불어 소득·사회서비스·노동·이동·주거 영역에서의 제도 개편과 예산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모든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문재인정부와 기획재정부가 OECD 평균의 장애인복지예산(8조원) 규모의 확대를 약속하고, 단계적으로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약속을 받기 위해 3월 26일 부터 27일까지 1박 2일 노숙 투쟁에 돌입하며, 전국장애인대회를 시작으로 5월 1일까지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을 진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세종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의 농성과는 달리 세종에서의 농성은 준비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우선, 서울의 많은 동지들이 세종시로 이동하는 방법부터 고민해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서울에서 기재부 앞까지 리프트버스를 렌트하기로 했고 많은 비용이 필요해서 탑승자에게 요금을 걷기도 했습니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탑승하고 기재부 앞에 시간 맞춰 도착해야 했기에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달렸습니다. 버스에서 하차한 후 많은 동지들은 이어서 화장실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세종 정부 청사 인근 상가들에 있는 화장실엔 장애인 화 장실이 따로 있는 곳이 거의 없었고 시위대인 우리는 어떤 청사의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었 습니다. 결국엔 경찰 측에서 이동식 화장실을 비치하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세종시 정부청사 대로의 바람은 매서웠습 니다. 밤새 노숙을 해야 하는 동지들을 위해 기재부앞 도로에 50동의 천막을 펼쳤습니다. 장애해방열사 합동추모제를 마치고 저녁 문화제에는 캠프파이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1842일 광화문 농성 이후에도, 우리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많은 투쟁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서 정부부처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고,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 산확보를 위해 국회 앞 예산투쟁과 기획재정부 장관 만나기 투쟁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사람들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오 히려 보건복지부 쪽에서 일하던 공무원은 보직 변경으로 인사 이동되면서 후임에게 “절대로 전장연과 말도 섞지 마라”는 얘기를 했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죠. 전국 곳곳에서 세종시에 와서 장애인이 최소한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생존권 예산을 확보해 달라는 얘기 듣기는 고사하고, 세종시에 있는 동안 “낙서”했던 장소를 “청소”하겠다는 명목으로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뀐 지금도 우리의 목소리가 관철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투쟁은 세종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경기 수원에서, 부산에서 곳곳의 현장에서 농성 투쟁이 다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쉽게 관철된 적은 없을지라도, 우리의 목소리가 계속 장애인이 차별되고 배제되지 않는 사회로 차츰차츰 바꿔 나갔기에 우리는 참을성 있게 이 투쟁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세종시부터 시작한 2019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후 2019년 투쟁도 계속해서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