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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 <노들바람> 편집인

 

1.

그저 기분이겠지만. 요가를 하다보면 호흡, 그러니까 숨 쉬기가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때가 있습니다. 목표 자세와 내 몸이 불화할 때, 이전보다 길게 자세를 이어가 볼 때, ‘호흡에 집중하세요’라는 지도자의 목소리를 따르게 됩니다. 그렇게 호흡에 집중해보는 시간이 늘고, 그런 나를 알아차리는 때에 이른 어느날. 저 자신이 살가죽으로 이루어진 호흡하는 기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숨과 날숨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을 뿐인, 나는 숨이 드나드는 빈 통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2.

빈 종이, 빈 화면 앞에서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빈 통이 되어 컴퓨터 앞에 앉아 사람들이 쓴 글을 읽고, 내가 할 말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도무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사진첩을 열어보았습니다.

 

지난 겨울, 저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행진과 문화제에 몇 차례 참석했습니다. 어느날 광화문광장에서 416합창단이 김 씨 어머니 김미숙 씨를 위로하고 노래하는 장면이 사진첩에 남겨져 있습니다. 

 

3.

그리고 봄, 며칠 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12주기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반올림 상근활동가들이 무대에 올라 선언과 다짐을 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추모제에서 고 황유미 씨의 어머니 박상옥 씨는 “저는 이겼는데도 왜 이렇게 허무한지 모르겠어요. 허무하고 가슴 아프고 너무 마음이 아파요.”라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랜 싸움 끝에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은 지난해 말, 삼성과 합의를 시작했지요. 삼성을 상대로 농성하던 강남역 앞의 천막도 철수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말이 제 안에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같은 무대에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저는 희망도 없고, 미래도 캄캄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왜 살아야 되는지, 용균이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그것만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우리 아들 억울한 누명 쓴 거 그거 풀고, 지금도 죽어가는 사람들 위해서 얼마나 내가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싸우겠습니다. 나라가 저를 힘들게 해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신다면 힘내서 싸울 것입니다.” 

 

두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면 목구멍이 콱 막혀옵니다. 오늘도 그렇습니다. 어렵지만 깊게 숨을 들이마셔 봅니다. 이번 봄, <노들바람>이 고통과 기억에 관해 말을 거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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