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2 01:51
2018년 겨울 117호 - 3월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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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정수연
“야~ 야~” 사람들을 불러 세웁니다. “무슨 일이야?”하고 물으면 “아니야~”하고 웃습니다. 화낼 법도 한데 내가 웃으니 그 사람도 웃습니다. 내가 낼 수 있는 소리는 많지 않아요. ‘야’, ‘응’, ‘아니야’. 이 한마디 말도 온몸에 힘을 잔뜩 준 뒤에야 나올 수 있지요. 한 마디를 뱉고 나면 휠체어에 기댄 등이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한 마디 소리를 내고는 나머지 모든 걸 눈으로 말합니다. 내 생각을 모두 눈에 실어서 그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러면 야학 사람들은 내 눈을 읽습니다. 내가 귀로 듣고 눈으로 말하면 상대방은 눈으로 듣고 입으로 말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렇게 공부도 배웁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입니다. 1, 2, 3, 4 숫자 읽기, 더하기 빼기를 연습하는 게 재밌습니다. 숫자는 참 신기합니다.
정수연님은 중증 뇌병변 장애인입니다. 세상에 너무 일찍 나온 탓에 아기였을 때부터 부모님의 보살핌을 계속 받아야 했습니다. 이십대 후반에 야학에 와서, 엄마 아빠와 함께 야학을 십년 넘게 다녔습니다. 아빠와 다니는 것이 지금도 좋지만 가끔은 활동지원사와 함께 독립하는 꿈을 꿔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