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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가을 <노들바람> 105호 中]

 

저는 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해요

 

박정숙노들야학 학생이고 (사)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종이공예를 하고, 가끔 시 쓰는 것을 좋아하고,

좋은 사람 만나 맛있는 밥 먹는 것도 좋아한다.

구름 몽실거리는 하늘을 좋아하고, 아직은 소녀이고 싶고,

‘정숙’이라고 이름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다.

 

  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 제가 일하는 곳입니다. 작년 8월 노들야학 선생님의 권유로 반상근으로 일하다가 올해 1월부터 상근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받는 업무라고해서 예전에 했던 일과 비슷하겠지 생각하고 겁 없이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어렵고 힘든 점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일하기를 권유하고 같이 일했던 선생님의 격려와 도움 덕분에 하나씩 알아가고 채워가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수십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활동보조인이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전혀 알지 못하시는 분들, 그저 학교에 데려다 주고 마치는 시간에 가서 다시 집에 데려다 주면 된다고 들었다는 분들, 반말을 일삼으시는 분들, ‘장애자’라고 한다든가 ‘환자’라고 계속 말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장애인은 조금 불편할뿐이지 환자가 아닙니다.”나도 모르게 마음이 불쾌해져서 딱딱하게 응대를 하게 되고 불친절하다는 말도 사실 여러 번 들었습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과 통화를 하고 만나며 느낀 점은 첫째,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비장애인들의 마음과 시선은 멀리에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둘째, 활동보조인 교육은 그분들이 실제로 일을 하든 안하든 간에, 장애를 올바로 알게 하고 장애 감수성을 키워주어서 마음과 시선을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교육생의 대부분은 50대에서 60대 후반의 분들입니다. 그분들 중엔 장애인 자녀를 둔 분들과 장애인당사자들도 계시고, 퇴직하신 분들, 현직 요양보호사들, 대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처음에는 이 많은 사람들이 배워서 일자리나 있겠느냐, 화장실이 불편하다, 그밖에 여러 가지 민원을 제기하십니다. 그렇지만 강의를 듣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

차 변해가는 교육생들을 보면서, 매 회기 교육마다 힘든 일도 조금씩 있지만 보람을 선물로 받으며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어떤 분은 장애인들이 왜 저렇게 거리에서 데모를 하고 시끄럽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했었는데, 교육을 받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비타500 한 박스를 주고 가셨습니다. 또 다른 교육생은 너무나 좋은 교육이라서 대학생 자녀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고, 설령 활동보조 일을 안 하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넓혀주고 함께 사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며 교육을 신청하고 가기도하셨습니다. 강의에 감동을 받았다고 파김치를 담아서 갖다 주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빵, 과자, 떡, 직접 재배하신 상추 등을 감사하다며 주시는데, 그 선물의 크고 작음을 떠나 변화된 시선과 더 가까워진 마음의 표현이리라 생각하니 저도 큰 기쁨을 얻게 됩니다.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해, 그리고 지하철의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가 어떻게 도입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여기 와서 처음 듣고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인권에 대해서, 차별에 대해서, 언어사용에 대해서, 또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장애인들이 왜 지금도 끊임없이 거리에서 권리를 외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지만, 앞으로는 고민하고 돌아보며 살겠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런 교육이 개설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저도 노들장애인권센터에서 진행하는 것과 같은 장애인권교육이 정말 모든 학교에서 정규 과목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했습니다. 이러한 교육들이 사회 곳곳에서 좀 더 많이 이루어지면, 그린라이트 투쟁에 나선 장애인들을 향해 욕을 하기보다는 묵묵히 기다려 주는 마음과 시선이 더 많

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전화를 받으면서 속상한 말을 들어도 이제는 딱딱하게 대하지 않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교육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나면, 서로 웃으며 인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소통하며 함께 사는 세상을 여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조금씩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육 때마다 열정적인 강의로 마음을 열어주고 감동을 주시는 30여명의 강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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