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겨울 117호 - [노들아 안녕] 꽃동네에서 나와 노들로 / 추경진
[2016 여름 <노들바람> 108호 中]
[ 노 들 아 안 녕 ]
꽃동네에서 나와 노들로
추경진│노들장애인야학 학생. 현재 평원재에서 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추경진입니다. 저는 1997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장애인이 되고 꽃동네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계속 살다가 2016년 1월 7일 음성 꽃동네에서 나왔습니다.
꽃동네에서의 삶은 답답하고 지루했습니다. 그곳에서 나오고 싶었지만, 저에게는 가족이 있어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꽃동네에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에선 죽기 싫다. 정말 죽기 싫다. 그래서 꽃동네를 나오기로 마음을 먹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꽃동네를 나오게 되기까지 꽃동네에서 같이 살다가 자립을 한 친구들의 모습이 큰 힘이 됐습니다.
노들은 이음자립생활센터에서 진행한 1박 2일의 자립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꽃동네에서 나온 친구들이 노들장애인야학에 많이 다니고 있어서,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했고 알고 싶었습니다. 저는 공부에 대한 관심은 크게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공부를 해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노들은 장애인운동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내가 장애인으로서 운동을 하고 투쟁을 해야 하는 이유를 노들을 통해 알고 싶습니다. 잘 모르는 채 투쟁을 하고 싶지 않고, 우리가 무슨 내용으로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 그 이유를 알고 참여하고 싶습니다.
꽃동네를 나와서 다치기 전에 살던 마포에 가봤습니다.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마음이 심란할 때 가보곤 했던 곳이었는데, 옛 장소의 추억을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요즘은 꽃동네에서 탈시설한 사람들의 모임인 ‘더 플라워’에 가입해서 한 달에 한 번씩 회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사는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특별한 건 없고 돈을 좀 모아서 임대아파트와 같은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 닥쳐오는 일들을 회피하지 않고
잘 헤쳐 나가며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