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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끈을 잇다. 학봉장학금

 

 

김진수 │ 봄이면 떠오르는 시 한토막이 있습니다. ‘봄 놀라서 뒷걸음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라는 구절입니다. 봄은 놀라고 또 놀라는 계절이라고 저는 읽었는데요. 올 봄에는 부디 행복한 일들로 놀라고 또 놀라는 일들이 우리 모두에게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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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의 주인공은 학봉장학회입니다. 장학회라는 말에서 보듯, 야학의 학생들에게 매해 장학금을 후원해 주고 있는 곳입니다. 특별히 이번에는 저희가 찾아가지 않고 학봉장학회에서 야학으로 오셔서 같이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저희가 학봉장학회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보다 더 노들에 대해 궁금해 해주셔서 인터뷰를 하는 건지, 받는 건지, 잠깐 헛갈렸지만, 서로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그럼, 그 만남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세요.

 

학봉 │ 학봉 장학회 수여자 측과 식사를 하는 건 처음이에요.

 

노들 │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학봉 │ 저희가 지금 몇 년째지요?

 

노들 │ 벌써 4회째더라구요.

 

학봉 │ 맨 처음에 이우 학교에서 전광필 선생님의 소개로 시작했는데요. 장학회 하면서 같이 하는 이사님들 에게 추천을 받았어요. 이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하면 어떨까? 처음엔 다른 곳에 갔었어요. 그런데 저희를 어려워하더라구요.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마침 노들이 학교 체계로 되어 있어서, 여기저기 수소문 하면서 노들야학이 좀 교장선생님을 비롯해서 과격한 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ㅎㅎㅎ) 일단 체제가 딱 잡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서울시 지원도 받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믿음이 갔어요. 우리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하고 싶어요. 5년 10년 그 이상 길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근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어려워요.

 

노들 │ 네 오늘 저희가 이렇게 함께 하게 된 건, <노들바람>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이라는 코너에 학봉에 대해 소개하고 싶어서인데요. 후원인을 만나 인사도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처음에 만나면 후원인 소개를 부탁드리거든요. 학봉장학회가 어떤 곳인지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학봉 │ 학봉은 선친의 아호입니다. 아버님이 재일 교포세요. 아버님이 일본에서 공부도 하고 사업도 하셨어요. 아버님 고향이 전라남도 화순인데요. 그곳에 아직 친척도 많이 있고요. 고향에서 아버님이 장학사업을 많이 하셨어요. 아버님이 나온 초등학교에 지원을 해주시기도 하구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고, 장학사업에도 관심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30, 40년 가까이 했으면서도 실제 누가 받았는지 어떻게 쓰였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그런 뜻이 있고 한다면 재단을 만들어서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12~3년 전에 재단을 만들었어요. 화순에. 초등학생들은 의무교육이라서 학비는 내는데,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당시 IMF 사태가 터지고 얼마 안 된 시기여서 어려운 가정에 있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고향 친척 분들 중에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자비로 어려운 가정에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무튼 일단 그런 상황의 학생들에게 급식비만이라도 지원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화순에 있는 초,중,고등학생들 중에 추천을 받아서 시작을 했지요. 지금 화순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또 우리가 화순교육청 산하에 있어요. 감독을 받게 돼있거든요. 장학금의 반 정도가 화순에 나가요. 나머지는 다른 지역의 대안학교, 노들야학, 서울대학교, 다문화 가정의 대입자녀들을 대상으로 나가고요.

 

저희 아버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장학금 대상자를 열심히 공부하고 머리 똑똑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장학금을 줄 필요가 없다, 그런 장학회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그것보다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찾아서 하자, 그런 와중에 여기서 노들야학과 만나게 됐어요. 우리가 하는 이 사업이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장학 사업이고 또 하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상당히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면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문제들이 얽히고설키고 있는데요. 지역 간, 경제적 불평등, 저출산 사회 등 복잡하고 큰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할 순 없을까 생각하다가, 해결은 할 수 없지만 그런 문제들을 들춰내면서 같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들자, 해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같이 들어보자는 취지로 논문공모사업과 연구지원 사업을 서울대하고 하고 있어요. 그 두 가지가 주요 사업입니다.

 

노들 │  첫 번째 질문을 드렸는데요. 같이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질문을 해주세요. 재미있는 질문도 좋아요~

 

학봉 │ 내일이 큰 행사네요.

 

노들 │ 네 거기가 선감학원이라고, 부랑아동을 수용하는 시설인데요. 다크투어라는 테마로 모꼬지를 갑니다.

 

학봉 │ 네 저도 티비에서 봤어요. 삼청교육대처럼 끌려가서 피해자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티비에 나오더라고요.

 

노들 │ 네, 그래서 거기 가서 희생자분들에 관한 이야기도 좀 듣고 저희 행사를 하고 오려고 합니다. 시간 되시면 저희와 같이 선감도를 가시면 어떨까요?

 

학봉 │ 매해 가는 건가요?

 

노들 │ 아니요. 그곳에는 이번에만 가구요. 내년에는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아요.

 

학봉 │ 내년에 가게 되면 알려주세요.

 

노들 │ 네! 내년에 그럼 같이 가는 걸로 해요. 연락드리겠습니다.

 

꾸미기_학봉장학회2.jpg

 

 

학봉 │ 박경석 교장샘은 몇 년 되신 거예요?

 

노들 │ 94년부터 있었으니까요. 24년 됐어요. 저는 자원활동을 하다가...교장이 됐지요.

 

학봉 │ 지금 교사들이 몇 명 정도 되나요?

 

노들 │ 30명 정도 됩니다.

 

학봉 │ 학생들은 몇 명 정도 되나요?

 

노들 │ 학생들은 65명 정도에요. 이번 장학금은 개학해서 장학금 수여식까지 5회 이상 출석한 학생들에게 드렸어요.

 

학봉 │ 예전에도 그런 식으로 드렸나요?

 

노들 │ 처음에는 탈시설 하신 분들 위주로 장학금을 드렸어요. 시설에서 나오면 돈이 필요하니까요. 지금은 그런 분들이 자립을 하시고 어느 정도 생활을 하셔서 출석을 기준으로 바꿨습니다. 되도록 많은 학생들에게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학봉 │ 장학금을 주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나요?

 

노들 │ 특별하게 있는 건 아니구요. 야학이라는 특성이 일반 학교처럼 출석에 대해서 민감하거나 졸업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니까요. 출결에 자유로울 수 있지요. 그래서 열심히 나오는 학생은 열심히 나오고 안 나오는 학생은 또 잘 안 나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잘 나오는 학생들 중심으로 주려고요. 공동체적 신뢰를 가지고 나오는 학생들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이젠 시설에서 나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렇기도 하구요.

 

학봉 │ 시설이라면 보통?

 

노들 │ 장애인들의 거주 시설이라고 해서요. 장애인들이 집단적으로 수용돼서 생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봉 │ 어디 있나요?

 

노들 │ 전국 곳곳에 있어요. 시설에 있으면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에 야학 학생들 중 대부분은 그런 시설에서 나와서 지역사회에 함께 살고 있는 거구요.

 

학봉 │ 수용시설인 거네요.

 

노들 │ 그런 분들이 시설에서 나와서 야학 근처에 집을 얻고 야학도 다니고 하는 거지요.

 

학봉 │ 그럼 학교에서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노들 │ 학생들은 무상으로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후원주점도 하는 거구요.

 

학봉 │ 학생들의 호응은 어때요?

 

노들 │ 처음 오시면 좋아하세요. 시설에서 계시다가 야학에 오면 좋아하지요. 야학학생들은 시설에서의 삶을 싫어하시기 때문에. 시설 밖의 삶은 대부분 좋아하시죠.

 

노들 │ 그런데 우리가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이사장님 어떤 일을 하시는지? 사랑 이야기도 궁금하고요.

 

학봉 │ 와이프가 고등학교 후배였어요. 제가 고등학교까지는 일본에서 살았고 대학은 한국에서 나왔고요. 같은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만났어요. 그래서 지금도 연극 보는 것을 좋아해요.

 

노들 │ 저희도 연극반이 있습니다.

 

학봉 │ 제가 대학을 마치고 대우에서 근무를 했는데요. 섬유 무역을 했습니다.

 

노들 │ 저희 아버지도 섬유 사업을.... (교장샘 개인사.. 많이 들어서 생략합니다...)

 

노들 │ 댁은 어디신가요?

 

학봉 │ 일본 동경 근처 아사쿠사에요.

 

노들 │ 저도 일본 도쿄를 가봤어요. 학봉 일본은 장애인들이 이동하고 다니기에 환경이 어떠셨어요?

 

노들 │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본보다 지하철 이용이나 이런 게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후진 데가 있는데요. 서울은 지금 저상버스 비율이 40% 정도 되는데, 일본은 어떤지 확인하러 가봐야겠네요. 또 우리 얘기를 하네... 오시면서 궁금하셨던 것없으셨나요?

 

학봉 │ 노들에서 공부하면서 대학을 다니시는 분이 있나요?

 

노들 │ 그런 분들이 있지요?

 

학봉 │ 학비가 어느 정도 되나요?

 

노들 │ 수급자 분들은 대부분 지원이 돼서 학비적인 부분에 대해 부담은 없어요. 그래도 수급자이기 때문에 생활에 대한 부담은 있지요. 그런데 노들야학 학생들 중에 지적장애나 발달장애 분들도 많이 오시거든요. 그래서 검정고시나 대학입시 같은 것들은 그분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아요.

 

학봉 │ 야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한 달에 어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할까요?

 

노들 │ 수급권자라고 하면 한 달에 대략 1인당 40~50만원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봉 │ 40만원에서 50만원 받으면 일반적으로 어디에 쓰이나요?

 

노들 │ 엥겔지수에 따라 다를 텐데, 밥 먹고 생활하는 데 쓰이는 거지요.

 

학봉 │ 지금 우리가 노들에 장학금을 주고 있는데 40여명에게 나눠주면 일인당 십 몇 만원이 될 텐데. 그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노들은 등록금이 있나요?

 

노들 │ 없습니다. 대신 학생회비가 있어요. 학생 자치적으로 걷는.

 

학봉 │ 학비도 없고 오면 밥도 무료로 먹을 수 있고, 그러는 거군요. 학생들이 받는 십 몇 만원의 장학금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노들 │ 장학금이 학생들에게는 중요하지요. 생활에 보탬이 되니까. 수급비만으로 부족하거든요.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휴학을 했다가 복학한 학생도 있고요.

 

학봉 │ 성인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교란 게 노들 말고 서울에 더 있나요?

 

노들 │ 서울에 3,4군데 있고요. 그 중에 노들이 제일 큰 규모지요.

 

학봉 │ 그렇군요.

 

노들 │ 학생들이 노들에 다니면서 학봉장학회라는 곳에서 학생들의 활동에 지원을 해주고 그런 친구의 관계에 있다는 게 삶에 지지가 되고 공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여식 때 전체의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고요. 각자 그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요.

 

학봉 │ 내년에 할 때 끝나고 밥 먹을 때 디저트 같은 거라도 더 준비해서 잘 먹읍시다.

 

노들 │ 파티를 하면 어떨까요?

 

학봉 │ 좋네요. 파티를 합시다.

 

노들 │ 아무튼 소중한 인연 덕분에 저희는 즐겁게 잘 살고 있습니다.

 

학봉 │ 실제 도움이 돼야 하는데...

 

노들 │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학봉과 관계를 갖고 그런 관계 속에서 사람을 알아가고 학생들이 이런 관계 속에서 열심히 나오기도 하구요.

 

학봉 │ 올해 장학회 행사가 끝나고 이사회에서 평가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까 이야기를 했거든요. 노들야학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머님께서 말씀을 하셨는데요. 예산이 정해져 있으니까, 노들야학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돈이 너무 적지 않느냐 해서 내년부터 올해와 똑같이 나오는 분들에게 20만원 정도로 하자는 걸 이사회에서 결정을 했거든요.

 

노들 │ 이렇게 관계를 맺고 하는 게 저희는 참 좋습니다. 내년 행사는 노들에서 진행해 보는 게 어떨까요?

 

학봉 │ 해마다 바꿔서 진행 하면 좋을 것 같네요. 같이 좀 생각해 봅시다. 이런 기회에 서울시 담당하는 분들도 초청을 해서 이런 걸 하고 있다고 알리고 하면 좋을 것 같네요.

 

노들 │ 네 좋네요.

 

 

학봉장학회에서 말하듯, 장학금의 목적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을 더 잘하게 만드는 데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배움의 끈이 끊어진 사람들의 끈을 이어서 길게 만들어 주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장~학금일까요? ^^) 그런 의미에서 노들야학 학생들은 매해 작고 아름다운 끈을 선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받은 이 끈을 서로 잘 이어 붙여, 학봉장학회와 노들의 관계가 오래도록 아름답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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