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2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란들판에서 여름을 지내는법
 
"내게 사랑을 물을 때......"
 
장선정
노란들판의 사무팀장을 맡고 있지만
실은 잡무에 더 소질 있음
94년도부터 5년간 야학 교사를 했으며
역대 가장 어수룩한 교사대표를 지냈음
23년째 노들의 언저리에 머물고 있으며
책과 자전거를 좋아하는
40대 수영꿈나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몸과 말이 있고, 현물과 현금이 흔히 쓰이며 경우에 따라 몇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노란들판의 구성원들도 각자가 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랑을 표현한다. ‘이게 말이 되나......’싶은 강도 높은 노동을 소화하기도 하고, 하고 싶을 말을 덮고 행동을 먼저 하기도 하며, 하기 싫은 말을 굳이 크게 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인사노무팀장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일을 벌이는 형태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현재 노란들판의 독특한 복리후생이나 특별한 프로그램들은 거의 그에게서 태어나 성장하고 있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해보니 그는, 7, 8월 비수기를 의미 있게 만들 내부교육 프로그램을 고민중이었는데 ‘교육’자만 들어도 어쩐지 경직되는 우리는 갑자기 눈도 흐리고 귀도 안 들린다는 듯 애매한 표정으로 계속 딴청을 피웠다.식탁위의 음식사진1식탁위의 음식사진2 
 
반쯤 강제로 디자인팀의 막내가 일러스트레이터 심화교육을 하기로 하고, 사무팀의 막내가 역시 짬밥에 밀려 회계(경제)교육을 하기로 정해 진 후로 추가지원자가 없자 교육일정은 멈춤 상태가 
되었다.
계속해서 회의록에 2줄 이상이 찍히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던 어느 날, 얼른 한 줄을 더 추가해서 이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만, 머리를 통과하지 않은 말이 훅 튀어 나오고 말았는데, 그건 "여름 맞이 요리교실이라도 할까요?“였다.
‘요리교실’이라니.......그것도 디자인교육과 회계교육 중간에...... 노란들판에 부루스타 2개 있는데......20인분은 해야 하는데......
 
생각해 보면 노들야학도 노란들판도 처음엔 그다지 말이 되지 않았다. 90년대 초반의 야학은 학기 초가 되면 교사들이 돈을 걷어 교과서와 문제집을 구입했고 공부가 어렵다고 결석하는 학생들을 체포(?)하러 다녔으며 교사들이 지켜야 하는 강령이 그토록 서슬 푸를 수가 없었는데도 거의 지켜졌다.
10여 년 전, 노란들판의 처음도 비슷했던 것이, 출력기 구입비와 사무실 보증금, 현직교사 1인, 퇴임교사 1인(장선정), 야학학생 2명이 군자동의 어느 건물 텅 빈 4층에서 ‘우리가 앞으로 현수막을 만들기로 한 것이가’라며 장비사용법을 고민했었다.
나는 나름 뜨거웠던 시절에 뜨거운 사람들 곁에 있었으나, 사회과학의 단호한 언어에 적응하지 못 하고 논리 또한 익히지 못하면서 명민한 행동주의자인 선배들에겐 흐릿한 후배로 믿음을 주지 못 했고, 말로는 민간인으로 살련다 하면서도 무언가 불편함을 버리지 못하고 언저리에 머물며 20년을 지내왔다.
석관동 장금이의 이상한 요리교실
 
노란들판에는, 누가 봐도 무리다 싶은 일을 기어이 해 내는 이가 있고 차마 도와달란 말을 하지 못 하고 홀로 새벽을 밝히는 자가 있으며, 더 낫고 좋은 것들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건네려고 몸과 마음으로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여긴다. 내가 가진 몸과 머리는 대개 모자라거나 한 박자 늦는 편이어서 나는, 고된 일을 해 내는 동료들의 언저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느라고 하릴없이 분주하다.
 
그래서, 20인분의 음식은 만들어졌다. 거하게 장을 보고, 뭐가 나올지 궁금해 하는 동료들의 손을 빌어 이런저런 메뉴를 만들어 나눠 먹고는 하절기 내부교육의 2회차를 채웠다.
 
누군가 내게 사랑을 묻는다면 늦지 않게 출근하려 애쓰고, 급하고 어려운 일을 먼저 하려 서두르고, 누가 알거나 모르거나 스스로의 몫을 고민하며 오늘의 낮과 밤을 보내는 곁에 있는 이들의 존재를 그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그것이 사소한 나에게 좌절하지 않고, 수 없는 다름에 놀라지 않고, 두 발을 땅에 딛고 사는 모든 미미한 것들과 함께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340 2017년 가을 112호 - [노들아 안녕]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에 마음을 다하고 싶어요 / 최은화     [노들아 안녕]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에 마음을 다하고 싶어요     최은화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노란들판 디자이너로 입사한 최은화입니다. 자기소개... file
» 2017년 가을 112호 - 노란들판에서 여름을 지내는법 노란들판에서 여름을 지내는법 "내게 사랑을 물을 때......" 장선정 노란들판의 사무팀장을 맡고 있지만 실은 잡무에 더 소질 있음 94년도부터 5년간 야학 교사를... file
338 2017년 가을 112호 - 아낌없이 주는 워크숍 "쉬엄" 아낌없이 주는 워크숍 "쉬엄" 2017 하반기 노란들판 워크숍 조상필 느립니다. 잠이 많고요. 스스로 허당상필이라는 별명을 쓰지만 잘 불려지지는 않아요. 노란들... file
337 2017년 가을 112호 - 노들야학 낮수업을 소개합니다 노들야학 낮수업을 소개합니다 월 화 수 목 금! 수업 소개 야학 수업은 오후 5시에 시작하는데 오전부터 야학에 나와 있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종일 야학 복도... file
336 2017년 가을 112호 - [인권교육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인권교육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현정민 | 인권부 ‘거북아가자’에서 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인권부의 촉진자가 되고 싶다.   인권부 거북아가... file
335 2017년 가을 112호 - 배움의 한을 풀고 싶다. 진짜!!   배움의 한을 풀고 싶다. 진짜!! 야학 학생들의 검정고시 이야기   김진수 | 노들야학 상근교사 진수입니다. 저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나 가만히 생각... file
334 2017년 가을 112호 - '성(性), 마이웨이' 탈시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성(性), 마이웨이' 탈시설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박온슬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우연히 맺은 인연으로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 file
333 2017년 가을 112호 - 제2회 성북장애인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제2회 성북장애인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박세영 |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서 복작거리며 활동하고 있는 세영입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생각할게 많을 ...
332 2017년 가을 112호 - 소세지의 <욱하는女자> 제작기   소세지의 &lt;욱하는女자&gt; 제작기   유지영 | 센터판 활동보조 코디네이터로 왕성하게 활동 중. 주로 유코디로 불리며, 괴상한 짓을 솔선수범해서 행하는 유쾌, 상... file
331 2017년 가을 112호 - 8번째(?) NONO 1st 종로보치아대회!!!! 8번째(?) NONO 1st 종로보치아대회!!!!   임지영 | 열정 대박 체력 대박 힘 있고 씩씩하고 넘치는 호랑이기운 받아 하고 싶은 거 있음 끈질기게 하고 약속도 잘 ... file
330 2017년 가을 112호 - 긴장과 기대 속에 찾아간 야학 / 이창현   긴장과 기대 속에 찾아간 야학 창현 님의 사회복지실습 후기   안녕하세요. 이번 8월 3주 동안 사회복지실습을 한 창현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 file
329 2017년 가을 112호 - 노들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배움터 / 조진영 노들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배움터 조진영 님의 사회복지실습 후기   안녕하세요~ 저는 올 8월 1일부터 15일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사회복지실습을 한 조진영...
328 2017년 가을 112호 - 시각장애 교사의 길 시각장애 교사의 길   김헌용 | 구룡중학교 영어교사, 한국시각장애교사회 회장   들어가며 2010년 3월, 교단에 처음 섰습니다. 서울시에서 1급 시각장애인이 일... file
327 2017년 가을 112호 - 김종환 첫 음반 '새 길을 간다' 이야기 김종환 첫 음반 &#39;새 길을 간다&#39; 이야기 김종환 | 1989년 성남지역 노동자 노래모임 &lsquo;아우성&rsquo;에서 활동했고, 이후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 노... file
326 2017년 가을 112호 - [노들 책꽂이] 광인, 심연을 받아들이다! [노들 책꽂이] 광인, 심연을 받아들이다! 루쉰의 「광인일기(狂人日記)」   최진호 | 노들장애학궁리소 세미나 회원이다. 화요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궁리소에서... file
325 2017년 가을 112호 - [동네 한 바퀴] 3분 거리 동네 친구, 어린이어깨동무   [동네 한 바퀴] 3분 거리 동네 친구, 어린이어깨동무 남과 북의 어린이가 어깨동무하는 세상을 꿈꾸며   김유미 | 노들야학 명함을 들고 다니며 세상 좋은 사람... file
324 2017년 가을 112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박현 동문님, 건강하시죠? [노들은 사랑을 싣고] 박현 동문님, 건강하시죠? 1999년 입학 2001년 졸업 이후 장애인운동에 매진   김명학 | 노들야학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 file
323 2017년 가을 112호 - 고마운 후원인들 2017년 10월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주)머스트자산운용 강남훈 강문형 강병완 강복현 강선아 강성윤 강수혜 강영미 강영미2 강용원...
322 2017년 여름 111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노들바람을 여는 창 어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에게 큰 힘을 행사합니다. 장애인운동을 만나고 ‘갇힌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로 내 안에는 무언... file
321 2017년 여름 111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쓸모없는 사람 [고병권의 비마이너] 쓸모없는 사람   고병권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