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들아 안녕]

알록달록, 다시 만나는 노들

이현아 

 

이현아 사진

안녕하세요. 노들야학 교사로 자원하게 된 이현아입니다. 제가 정말 어려워하고 자신 없어 하는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자기소개인데요. 이렇게나 큰 과제를 주시다니(...) 글을 쓸 때는 내 글을 읽어 줄 독자를 생각하며 쓰게 되는 것 같은데, 아는 얼굴들이 스쳐 지나가며 민망하기도 하고, 노들을 알고 좋아한 지 십 년이 넘게 흘러서야 “노들아 안녕”에 글을 쓰게 되어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운동권 선배들이 주축이 된(?) 장애인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장애인운동을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노들야학이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간마련을 위한 천막야학 당시까지도 매체로만 접하다가 졸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늦바람이 들어 이런저런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석암비대위 탈시설학교 문해교육에 보조교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대학로라는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알록달록 페인트칠을 한 예쁜 공간이 마음에 든 이유도 컸습니다.) 시설 장애인들과 직접 소통해본 경험이 처음이어서 편견과 두려움이 컸지만, 생각보다 정말 즐거운 사람들과의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십여 년이 지났지만, 며칠 전에 참관했던 수업에서 저를 기억해주셨던 동림 님 정말 감사합니다.ㅜ_ㅜ)


하지만 동시에 그 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함에서 오는 부끄러움과 분노의 감정이 복잡하게 엉켰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살아왔고,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집에서 혹은 시설에 갇혀 야학조차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장애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나는 그야말로 “나”의 문제밖에 알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노들야학은 “너”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게 해준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너”의 문제를 있게 한 상황은 나의 상황과 너무도 닮아있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자칫 사고라도 생기면 전적으로 부모님께서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쓰시다시피 하고서야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그렇게 편의시설이 전무했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부모님의 전적인 헌신으로써 마칠 수 있었던 나의 상황은 나의 장애를 온전히 내 가족의 책임으로 돌렸던 사회 구조의 산물이었고, 중증장애인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집이나 시설에서 사육당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 역시 장애인의 삶은 그러한 삶이어도 괜찮다는 사회적 폭력의 결과였습니다.


처음의 알록달록 예뻤던 공간이 지금은 세월의 흔적이 확연히 느껴지기는 하지만, 더욱 고민을 확장해나가고 익숙한 많은 얼굴들의 열정을 변함없이 느낄 수 있는 이 공간에서 함께하며, 변함없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수업은커녕 개인 과외 경험도 한 번도 없는 터라 교사라는 역할이 많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삶의 맥락을 가진 학생, 교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많은 기대가 됩니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이런저런 고민만 많은 소심한 성격이라 앞으로도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되지만, 야학의 명성(!)에 민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320 2017년 여름 111호 - [장판 핫이슈] 문재인정부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완전 폐지 ‘천명’하라!   [장판 핫이슈] 문재인정부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완전 폐지 ‘천명’하라!   조현수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달리기와 등산을 좋아하고 ... file
319 2017년 여름 111호 - 두들러(Doodler) 활동기 두들러(Doodler) 활동기 김필순 | 사용한 적 없는 새 낙서판. 이 판으로 낙서하는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 박경석은 개가 아니라 인간이다” 한국판 ‘나... file
318 2017년 여름 111호 - 그 사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사람 얼마나 외로웠을까 홍은전 | 노들장애인야학 전 상근활동가. 사회생활 대부분의 시기를 노들야학 교사로 살아서, 노들야학을 빼면 자기소개하기가 매우 ... file
» 2017년 여름 111호 - [노들아 안녕] 알록달록, 다시 만나는 노들 [노들아 안녕] 알록달록, 다시 만나는 노들 이현아    안녕하세요. 노들야학 교사로 자원하게 된 이현아입니다. 제가 정말 어려워하고 자신 없어 하는 많은 것 중... file
316 2017년 여름 111호 - [노들아 안녕] 나는 센터판 활동가입니다 [노들아 안녕] 나는 센터판 활동가입니다 이은애    안녕하세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의 신입 활동가이자 노들의 신입활동가인 이은애입니다.^^ 저는 센터판에 ... file
315 2017년 여름 111호 - [노들아 안녕] 왁자지껄 데굴데굴 우장창창 노들 [노들아 안녕] 왁자지껄 데굴데굴 우장창창 노들 김지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다섯 학기 동안 노들야학 청솔1반 학생분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고, 투쟁했던 ... file
314 2017년 여름 111호 - [노들아 안녕] 노란들판에 날리는 편지 [노들아 안녕] 노란들판에 날리는 편지 이승헌 | 오래오래 전 에바다 투쟁을 계기로 노들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사)노들의 사무국장으로 일하다, 최근 인강원... file
313 2017년 여름 111호 - 故박종필 감독을 추모하며  故박종필 감독을 추모하며   그의 카메라는 가볍게 스치는 영상이 아니라, 얼굴 여윈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되어주었습니다.     박 종 ... file
312 2017년 여름 111호 - 나의 금관예수 박종필 감독 故박 종 필 감 독 을 추 모 하 며 나의 금관예수 박종필 감독   박경석 추도사   박.종.필. 감독은 나에게 금관예수입니다. 나는 이 사회에서 거절당한 사람이었... file
311 2017년 여름 111호 - 당신의 삶은 제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故박 종 필 감 독 을 추 모 하 며 당신의 삶은  제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류미례 추도사   “박종필 감독은 장애인운동의 눈물과 한숨, 분노와 슬픔, 기쁨과 희... file
310 2017년 여름 111호 - [형님 한 말씀] 사랑하는 박종필 동생에게 [형님 한 말씀] 사랑하는 박종필 동생에게 김명학 | 노들야학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종필동생 잘 지내고 있지? 동생이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서 ... file
309 2017년 여름 111호 - 와빠? 노들! 와빠? 노들! 7월의 노들 활동가 소통모임   서기현 | 어머니의 태몽에서 백사로 분해 치맛속(?)으로 들어가 태어나서 그런지 입만 살아있고 팔다리는 못 씀. 역시... file
308 2017년 여름 111호 - 평화로운 밥상을 위하여 급식항쟁 평화로운 밥상을 위하여 급식항쟁   김유미 | 야학에서 하루 두 끼 밥을 먹는다. 급식에 고기반찬이 나오면 난감해한다. 뭘 먹고 뭘 안 먹든, 먹는 일은 윤리적이... file
307 2017년 여름 111호 - 여랏차차! 노란들판 여직원 여기여기 모여라!   여랏차차! 노란들판 여직원 여기여기 모여라! 여직원모임 ‘여기모여(女氣모여)’   고수진 | 생각이 큰 디자인을 꿈꾸며 오늘도 작은 손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file
306 2017년 여름 111호 - '공생공장'을 말해줘~   ‘공생공장’을 말해줘~ 해니 | 노란들판 안에서의 닉네임은 ‘햇’입니다. 트위터의 자기소개 문구가 ‘움직이고 싶은, 고운 삽질하고 싶은 사람’인데, 느리지만 계... file
305 2017년 여름 111호 - [교단일기] 교사, 학생이 함께 배우는 과학수업   [교단일기] 교사, 학생이 함께 배우는 과학수업 허신행 | 노들야학에서 불수레, 한소리반 학생들과 함께 과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관련 출판사... file
304 2017년 여름 111호 -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우연히 찾아온 인연 [나는 활동보조인입니다] 우연히 찾아온 인연- 윤지민 |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에서 ‘근로지원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지민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낮잠 자기와 ... file
303 2017년 여름 111호 - 김포에도 장애인야학이 생겼습니다!   김포에도 장애인야학이 생겼습니다!   조은별 |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라고 생각하는 도전 의식이 많습니다. 내가 머무는 곳에서 활동하고 싶어 노들장애인... file
302 2017년 여름 111호 - 낭독 모임 '술독'   낭독 모임 '술독' 최한별 | 노들야학 음악반 교사이자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늘 서두르기만 해서 요즘엔 좀 느긋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한별 쌤, 같...
301 2017년 여름 111호 - 노들장애학궁리소, 너는 내 운명 노들장애학궁리소, 너는 내 운명 '푸코와 장애, 그리고 통치', '장애학의 오늘을 말하다' 세미나 참여 소회 한낱 |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동료들의 은혜...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