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111호 - 나의 금관예수 박종필 감독
故박 종 필 감 독 을 추 모 하 며
나의 금관예수
박종필 감독
박경석 추도사
박.종.필. 감독은
나에게 금관예수입니다.
나는 이 사회에서 거절당한
사람이었습니다.
‘경쟁과 효율’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권력과 이 사회에서
나는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하늘과 벌판은 얼어붙었고,
나의 태양은 빛을 잃었습니다.
휠체어를 밀고 가야하는 거리는
거대한 장벽이었습니다.
그 장벽에 갇혀
나는 너무 추웠고, 외로웠고,
어두웠고,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로로 내려가,
가는 지하철을 막았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나를 태우지 못하는 버스를
쇠사슬로 묶었습니다.
한강대교를 6시간 기었고,
권력과 자본이 불평등하게 점유한
공간마다 점거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나와 같이 얼굴 여윈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습니다.
너무 곤욕스럽고 외로워서
외쳤습니다.
‘오, 주여 이제 우리와
함께 하소서’
우리가 있는 그 외치는 곳에
주님은 없었고,
박종필 감독의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박종필의 카메라는 가볍게 스치는
영상이 아니라,
얼굴 여윈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되어주었습니다.
절규가 되어주었고,
웃음이 되어주었고,
이야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있었습니다.
함께 있음으로,
나의 존재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박종필 감독의 카메라는
내가 찾아 헤매는 천국이
죽음 저편 구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 딛고 살아가는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차별에 저항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장애인운동의 현장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공간에서,
세월호의 '망각과 기억' 속에서,
이 땅에서 살 만한 가치가 있고
가장 소중하다는 존재임을 기록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박종필의 카메라이고,
다큐였습니다.
박종필 감독은 나에게 금관예수입니다.
내 힘이 너무 미약해서 민망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은
박종필 감독이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 모두의
금관예수가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종필은 마지막 순간에도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장애인운동은 이렇게 하는 거야’
를 알리기 위해 형의 삶에 대한 영
상을 작업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이제 ‘다큐는 이렇게 하는 거야’를
알리기 위해 박종필의 삶을 찾아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꼭 박종필의 다큐를 기억하고 남
기겠습니다.
박종필 감독,
너무 고마웠어요.
종필 감독,
그거 알고 있지요.
당신이 만든 ‘장애인이동권보고
서-버스를 타자’는
장애인운동을 알리는
가슴 뛰게 만드는 교과서라는 것을요.
나보다 먼저 가서
너무 야속하고 아프지만,
편히 잘 쉬어요.
나의 금관예수.